향기로 푸는 출척한 기분

 ▲김진수 회장
     /전남들꽃연구회
학명: Valeriana fauriei Briq.
산토끼꽃목 마타리과 쥐오줌풀속의 다년초

학명: Valeriana fauriei Briq. 산토끼꽃목 마타리과 쥐오줌풀속의 다년초

 

『쥐오줌풀』은 전국의 산지 조금 습한 자리, 마치 산토끼가 사는 숲 그늘 같은 데서 화사하게 피어난다. 내한성이 강한 다년생초본이지만 간혹 반관목이 있고, 노루오줌처럼 쥐오줌풀도 뿌리에서 쥐의 오줌 냄새가 난다하여 불러준 이름이다.

냄새가 자랑인 푸나무들은 강한 후각적 인상 때문에 향기의 특징을 강조하는 이름이 많다.

물고기 비린내의 어성초(魚腥草, 약모밀), 양고기 비린내라는 백양선(白羊鮮, 백선), 비비면 개똥 냄새와 비슷하여 개똥쑥, 닭 오줌 냄새가 고약한 계요등(鷄尿藤), 잎을 찢으면 말 오줌 냄새가 나서 말오줌나무, 멧돼지냄새라 하는 희렴(진득찰) 등 다양하다.

독일사람들은 서양쥐오줌풀(Valerian)의 냄새를 고양이가 좋아한다하여 ‘고양이풀(Katzenkraut)’ 또는 ‘고양이의 뿌리(Katzenwurzel)’라 부른다.

사람 코로도 아는 쥐오줌 냄새이니 대대로 쥐를 쫓는 고양이가 모를 리 있겠는가.

▲쥐오줌풀은‘약효가 크다’해서‘만병약’이란 이름으로 통했다.

비슷한 예로 서양개박하가 있다. 영명으로 캣닙(catnip) 혹은 캣민트(catmint)라 하는데, 호랑이과 동물이 행복감을 느낀다는 허브로 이 식물의 네페탈락톤(nepetalactone)이라는 성분은 진정, 최면, 스트레스해소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쥐오줌풀의 다른 이름인 은댕가리, 은대가리나물, 중대가리풀 등은 흰색이거나 흰색에 분홍빛이 섞인 꽃이 산방화서로 둥글게 뭉쳐 핀 데서 불러졌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넓은잎쥐오줌풀이 있고, 열매에 털이 있는 광릉쥐오줌풀, 잎 가장자리에 결각이 없는 긴잎쥐오줌풀, 쥐오줌풀에 비해 털이 많은 털쥐오줌풀(설령쥐오줌풀), 키가 30cm 내외인 좀쥐오줌풀 그리고 함북 설령과 관모봉에 분포하는 간도쥐오줌풀 등 약 8종이 분포한다.

학명인 발레리아나(valeriana)는 라틴어 발레레(valere, 건강하다)에서 유래한다.
약효가 크다는 말인데, 옛날에는 만병약(All heal)이란 이름으로 통했다.

기원전 500년 전에 히포크라테스가 서양쥐오줌풀의 안정작용과 경련해소작용에 대해서 기술한바 불안감과 신경과민에 대해 쥐오줌풀을 권했다.

우리나라의 쥐오줌풀의 약효는 이 유럽 원산의 발레리안보다 더 강하다 한다.
한의학에서는 쥐오줌풀을 「길초근(吉草根)」이라 하여 뿌리를 약재로 쓴다.

성질은 따뜻하며 맛은 맵고 쓰다. 진정· 진경작용이 커서 항우울과 진통, 강심, 혈압강하의 효능이 있으며 신경과민, 불안해소, 심혈관질환, 정신불안, 불면증, 소화장애 등을 치료할 수 있다.

◀이름에 담긴 느낌과는 정반대로 맑고 가뿐한 성품을 구현한 쥐오줌풀
쥐오줌풀의 꽃말은 ‘허풍쟁이’또는 ‘정열’이다.

화서가 둥그스름 부푼 것 하며 줄기 속이 텅 빈 것, 위로 밖으로 발산하는 기풍의 향초로서나 출척한 기분을 흩어 가슴의 응어리를 풀어주는 약성까지 모두 풍선처럼 가벼운 기질이다.

이는 우리 몸의 습(濕)과 울(鬱)을 풀어 성급한 것, 막힌 것, 우울한 것들을 가벼운 것, 순조로운 것 상쾌한 것으로 바꾸는 힘을 말하며 쥐오줌풀에서 풍기는 저 독특한 향기가 그 마법인 것이다.

약재를 인체에 적용할 때 질이 무거운 것은 아래로, 가벼운 것은 위로, 껍질은 밖으로 심은 안으로 귀경하는 이치를 이용하는 것처럼 가장 가벼운 꽃잎과 향기분자의 위치는 주로 머리이다.

두부의 혈액순환을 도와 치매도 예방할 수 있는 귀한 토종 생약초이다.

쥐오줌풀은 이름에 담긴 구질구질하고 찔끔거리는 느낌과는 정반대로 맑고 가뿐한 성품을 구현한 식물이다.

닭똥처럼 뚝뚝 떨구는 눈물이든 쥐오줌처럼 찔끔거리는 눈물이든 눈물이 흔한 사람은 쥐오줌풀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스스로 풀지 못하여 몸과 마음이 항상 짓눌린 사람은 이 꽃에 다가와 어떻게 하면 활짝 벗어날 수 있겠는지 자세히 물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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