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순 취재기획국장
대한민국 교수들이 현 시국을 일컬어 ‘혼용무도(昏庸無道)’라는 말로 일갈했다.

<교수신문>이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올해의 사자성어 후보 5개를 놓고 전국의 대학교수 88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교수 524명(59.2%)이 ‘혼용무도’를 선택했다.

‘혼용무도’는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가리키는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을 함께 이르는 ‘혼용’과,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음을 묘사한 ‘논어’의 ‘천하무도(天下無道)’ 속 ‘무도’를 합친 표현이다.

이를 추천한 고려대 철학과 이승환 교수는 “연초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온 나라의 민심이 흉흉했으나 정부는 이를 통제하지 못하고 무능함을 보여줬다.

중반에는 여당 원내대표에 대한 청와대의 사퇴압력으로 삼권분립과 의회주의 원칙이 크게 훼손됐고, 후반기에 들어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국력의 낭비가 초래됐다”며 정치지도자의 무능력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이밖에 나머지 네 개의 사자성어들도 의미가 심장하다.‘혼용무도’에 이어 ‘겉은 옳은 것 같으나 속은 다르다’는 뜻의 ‘사시이비(似是而非)’가 14.6%의 지지를 얻었다.

금강대 석길암 교수는 “최근 정부정책을 보면 국민을 위한다고 말하거나 공정하고 객관적이라고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근거를 왜곡하거나 없는 사실조차 날조해 정당성을 홍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나머지 후보 중에서는 13.6%가 ‘갈택이어(竭澤而漁, 못의 물을 모두 퍼내 물고기를 잡는다)’를 선택했다. 이어 ‘위여누란(危如累卵, 달걀을 쌓은 것 같이 위태로운 형태)’이 6.5%, ‘각주구검(刻舟求劍, 판단력이 둔해 융통성이 없고 세상일에 어둡고 어리석다)’이 6.4%의 지지를 얻었다.

그런데 이같은 말들이 어찌 국가 통치자에게만 해당 되는 말인가?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우리 지역사회 역시 안타깝고 답답한 사정이 한두 가지였던가 싶다.

얼마전 광주에서 에너지밸리 투자기업 77개사가 참여한 가운데 열린 한 행사에서 한전 조환익 사장이 나주시에 대놓고 “혁신도시 1년 동안 나주시는 뭘 하고 있었느냐”며 면전에 대고 힐난을 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 이전 기업 대표가 “직원들 주거문제와 교통문제, 그리고 입주부지 조성의 지연 등으로 유관기관이 제대로 행정 지원을 못해주고 있다”며 한전과 지자체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는 것.

그러자 여기저기서 우후죽순 격으로 에너지밸리 이주에 대한 행정적 미비로 고통을 호소하며, 기업이 들어설 산학연클러스터 부지는 아직도 조성중이고, 혁신도시 교통은 1시간 만에 한 번씩에 불과하고, 기업의 직원들 아파트 임대를 기업명으로 안 되는 법조항 등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는 불만을 쏟아놓았다.

그러자 한전 조환익 사장은 기조연설을 마친 뒤 “1년 동안 에너지밸리를 위해 노력했는데 맥이 빠진다.

나주시는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교통이 1시간에 한 번씩이고 기업의 아파트임대가 안되면 정부에 건의라도 해봤는지, 건의해서 바꿀 건 바꿔야 하지 않느냐”며 바로 면전에 앉아 있는 강인규 나주시장에게 쓴소리를 던졌다.

이같은 소식을 접하며 마음 한 켠 불편함이 욱신거린다.

그래도 나주의 ‘명예시민’인 조환익 사장이 어떻게 나주에 대해 저렇게까지 매몰찬 얘기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아마도 현장에 앉아있던 강 시장이 얼굴이 화롯불을 뒤집어쓰고 가시방석 위에 앉아있는 기분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도 남평지역 일부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임기만료를 앞둔 한전 조환익 사장의 연임을 요구하는 호소문을 정부요로에 보내려 한다는 소식이다.

이들 주민들은 대한민국 낙후지역의 중심에 있는 나주의 발전과 빛가람혁신도시의 성공적인 정착, 에너지밸리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조환익 사장이 한전을 더 이끌어 주길 바란다고 전하고 있다. 글쎄다.

정작 당사자는 임기만료 후 산자부장관 입각을 서두르고 있다는 설도 솔솔 풍기고 있는 마당에 나주시민들의 옷깃을 부여잡는 만류가 흐뭇한 소식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상황에서 나주시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혁신도시가 나주의 미래 100년을 좌우할 ‘판도라의 상자’라고 한다면 일각에서 들리는 불편과 불평에 덩달아 역정을 낼 것이 아니라 좀 더 기민하게 대책을 서둘러야 하지 않을까. 

아직도 혁신도시 입주민들의 폭주하는 민원에 대해 ‘소관’이나 따지고 있는 나주시가 ‘혼용무도’가 되지 않기를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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