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회장
     /전남들꽃연구회
원산지가 한국인 『댕댕이덩굴』은 황해도 이남의 산기슭 양지와 밭둑에 나는 길이 3m 정도의 덩굴나무이다. 댕댕이덩굴은 우리말 ‘탱탱하다’,‘팽팽하다’와 같은 손맛에서 온 이름이다.

속명 코쿨루스(Cocoulus)는 작은 베리(berry)를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하였으며 종소명 트릴로부스(trilobus)는 잎이 3갈래로 갈라진 모양을 묘사하였다. 6월에서 8월에 피는 미색의 꽃은 이슬방울처럼 아주 작으며 고깔꽃차례(圓錐花序)로 핀다. 줄기는 왼 돌기로 감으며 많은 분지를 내어 서로 꼬이고 얽힌다.

열매는 연두에서 차차 프러시안블루빛으로 익어 가는데 영명 ‘Japanese Snailseed’는 과피를 벗겨낸 납작한 종자의 모양이 흡사 중생대 암모나이트 화석이나 둥그런 달팽이껍질문양이어서 그렇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암수딴그루이며 내한성이 강하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세계에 약 10종, 우리나라에는 1종이 분포한다. 한편, 방기속에 속하며 주로 남해 쪽 섬의 산기슭에서 자라는 식물 ‘방기’는 또 줄기가 사철 푸르러 청등(靑藤, 한방기)이라 하는데, 댕댕이덩굴은 1년지는 털이 많은 녹색이고 2년지부터는 회색으로 변한다.

 댕댕이덩굴의 최초의 한글기재는 ‘곳비돗조’라 했다. 세간에서 ‘고삐넝쿨’이라 부르는 이름과 닿아있다.

댕댕한 줄기를 이용하여 등짐을 동여매거나 지게짐을 묶거나 고삐를 틀어쥐는 용도에서 나온 이름이었을 것이다. 초록 열매가 군청색으로 다 익을 무렵엔 머루나 포도송이처럼 어여쁜데, 나란히 늘어놓으면 엄마 품속의 갓난아기만큼 귀엽고 깜찍하다.

그러나 야생에서 댕댕이덩굴을 잡아당기면 연약해 보이던 줄기는 내구성이 철사줄 같고 탄성이 고무줄 같아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나무라고는 하지만 2mm 내외의 가는 줄기는 매우 부드러워서 196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바구니며 삼태기, 수저집, 채반 등 짜임새가 고운 생활용품을 많이 만들었다.

옛 시골집의 돌담을 좋아하지만 덩굴식물치고 소형이라 오늘날은 철망 울타리도 참 잘 탄다.

 전원주택의 펜스를 타고 오르면 연연둣빛 어린 잎사귀부터 알알이 검은 실과까지 감상하기 딱 좋은 눈높이가 된다. 작은 꽃과 열매의 디테일을 코끝에서 미술관처럼 즐길 수 있다.

꽃말을 ‘적선(積善)’이라 한다. 쌓이듯 기어 올라가 하늘가에 귀한 열매를 주렁주렁 매다는 모습과 결부하여 우의(寓意)가 깊다. 기실 인간생활에 요긴한 물건을 줄기로 내어주고 약성을 띤 귀한 성분을 뿌리로 뽑아주는 선업(善業)을 타고났다고 해야 할까.

<대한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에는 이 식물의 뿌리를 ‘목방기(木防己)’라는 약명으로 기록하였다.

‘防己’의 기원식물 중 하나로 기록하고 있는 중국산 광방기(廣防己)와 이엽마두령(異葉馬兜鈴)은 쥐방울덩굴과에 속하는데 현재는 발암물질이 함유되어 있다 하여 거래금지 품목으로 지정되어 있다.

목방기의 ‘방(防)’이란 발부위(足部)의 병을 방지한다는 뜻이며, ‘기(己)’란 족병을 그치게 한다는 뜻이다.

 즉 각기병, 족부종, 류머티즘, 관절염 등에 상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성미는 맵고 쓰고 평하며 따뜻하다.

 신, 방광, 비, 간경으로 들어가 혈압강하작용, 심장질환, 건비위, 변비, 경련, 안면신경마비, 중풍 등에 효능이 있으며, 이뇨작용으로 방광염, 급성신우신염, 요로감염증에도 쓸 수 있다. 댕댕이덩굴의 연둣빛 어린잎은 곱다 못해 연약해 보인다. 청미래덩굴이나 노박덩굴처럼 줄기가 우람하게 자라지 못하며 덩굴손의 현란한 솜씨도 없다. 호신용 가시도 감추지 못했으며, 꽃이라고 해봐야 빛깔도 크기도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저 흔한 가을에 단풍도 한 잎 제대로 모르며, 기댈 게 없으면 되나캐나 땅바닥을 기어서 산다. 선선히 민초들의 삶터에 살면서 어느 심심한 농부의 손에 붙들리기라도 하면 금세 먼 길의 벙거지 모자로 태어나 흥얼거리기도 하고 또 어느 댕댕이장이의 능숙한 솜씨에 맡겨져 반짓고리로 깍듯해질라치면 이번엔 장터에 나가 어여쁜 아낙의 가슴에 안겨 사랑방 안방을 오가며 귀해지기도 하는바 함부로 세상 밖의 허방을 쫓지 않는 조촐하고 당당한 삶, 댕댕이덩굴의 한 살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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