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숙 /시인·간호사
요양보호사는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노인요양 및 재가시설에서 신체 및 가사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을 일컫는 말이다.
대한민국에서는 2008년 7월부터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의해, 요양이 필요한 노인 등에게 종전 노인복지법상 인력인 가정봉사원과 생활지도원보다 기능·지식수준을 강화하기 위하여 신설한 국가자격제도를 통해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한국은 초고령화사회를 향하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입하고 있다. 부양자나 피부양자나 부양을 하거나 부양을 안 받을 준비가 되어있지 못하다. 양쪽 다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 해결점을 위해서 국가에서는 장기요양제도를 도입하였고, 우리 주변에도 요양원과 요양병원이 급성장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정도다.
요양보호사는 요양원과 요양병원에서 직접 요양보호를 담당하는 인력이다. 본인만 건강하다면 남녀 구분 없이 정년이 없는 직종이다.
요양보호사가 되려면 우선 요양보호사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고 전공과목을 이수해야한다.
이론과 실기, 실습을 각 80시간씩 240시간을 이수하면 요양보호사 교육수료증명서를 발급해준다.
이후 자격시험에 응시한다. 시험주관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하고 시험에 응시하면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에서 60점 이상 득점해야한다.
난이도가 높지는 않아서 합격률은 평균 90% 이상이다. 2015년을 기준으로 15회, 16회, 17회, 연 3회의 국가시험이 있었다. 교육비는 교육기관마다 다르지만 240시간의 경우 약 50만 원 정도의 학원비가 들어간다.
교육과 국가시험을 거치면 일단 외양은 요양보호사다.
그러나 필자가 만난 요양보호사들은 외양의 자격보다는 마음의 자격이 갖추어진 사람들이었다.
눈 맞추어주고, 고개 끄덕여주고, 사랑으로 안아주는 일이 식사수발과 기저귀수발의 기술보다 먼저 갖추어야 할 조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몸으로는 노인들을 요양보호하면서 마음으로는 노인들로부터 위안을 받아 오히려 마음의 요양을 받는다고 했다.
치매로 자기 정신을 놓친 분들이지만 몸이 기억하고 있는 습관에서 따뜻함이 전달된단다.
사랑을 주겠다고 택한 직업이지만 “쉬었다가 해라.” “밥 같이 먹자.” “손이 따뜻하다.” 먹을 것을 끊임없이 탐하면서도 자기 손에 있는 과자는 나누어준다. 음식을 떠 넣어 드리면 먹어보라고 입에 넣어주는 어르신들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냐고 반문한다.
한번은 한사코 옷을 안 입겠다고 버티는 어르신께 이유를 물었더니 옷에 그려진 사람 그림에 신발이 안 신겨져 있다고 안 입으신다고 하시더란다.
“어머니, 정말 그러네요.”하고 당신 말을 인정해드리니 이빨은 다 삭아버린 잇몸을 드러내며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아파서 혼났단다.
요양원도 사람 사는 세상이다.
밤이면 집에 가겠다고 보따리를 싸들고 배회하시는 어르신, 낮이면 밭 매러 간다고 호미를 찾으러 다니는 어르신들을 뵐 때마다 돌아가신 친정어머니가 생각나서 같이 붙들고 한바탕 울기도 하지만 부모님께는 몸으로 못 갚아드린 불효를 어르신들께 대신 갚아드리는 것 같아 마음의 짐이 덜어지기도 한단다.
날마다 대소변과 싸우지만 거기에 강물 같은 사랑이 흘러서 견뎌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요양보호사는 직업이라기보다는 봉사의 성격이 강하다.
남편 자식 챙기며 앞만 보고 사느라 이웃도 모르고 살았던 시절이 퍼스트 라이프라면 이제 자식들도 떠나보내고 남편도 정년이 되어 몸도 마음도 한껏 한가로워진 지금이 새로운 인생의 시작인 세컨드라이프인 것이다.
그러나 막상 일을 찾자니 나이 들어 사회경험도 없고 전문지식도 없으니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
이웃을 위해 봉사라도 해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지인의 소개로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했다는 김양근 씨는 난생 처음 국가자격증을 받은 날 벅차서 잠이 안 왔다고 했다.  돈도 벌고 봉사도 하고 위안도 받고 얼마나 좋은지 모른단다. 날마다 어르신들과 웃고 복닥거리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간다고 했다. 
세컨드라이프 만세! 란다.
당신들처럼 붉은 홍시를 어르신께 떠 넣어 드리면서 함께 단풍들어가는 요양보호사들, 머잖아 저 자리에 자신이 누워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때 나를 돌보는 누군가가 나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것만큼 어르신들을 돌보아드리면 된다. 가장 쉬운 답이지만 가장 어려운 답이다.
“내 가족처럼, 내 몸처럼, 내 자식처럼 돌보겠습니다!”요양원 게시판에 붙어 있는 요양보호사들의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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