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명: Lindera glauca (Siebold & Zucc.) Blume&쌍떡잎식물 미나리아재비목 녹나무과 생강나무속의 낙엽관목

▲김진수 회장
     /전남들꽃연구회
『감태나무』의 속명 린데라(Lindera)는 스웨덴 식물학자의 이름에서, 종소명 글라우카(glauca)는 잎의 색이 녹회색(glaucous color)을 띈 것에서 유래한 라틴어이다.
한반도 중부 이남에서 자라며 낮은 숲머리 햇살이 잘 드는 곳을 좋아하는 양수이지만 음지에서도 잘 자란다.
수형은 높이 5m 이내로 조금 작으며 층층나무처럼 평활하게 가지를 펼친다.
4∼5월에 잎과 함께 산형꽃차례의 연한 황색 꽃이 피고 열매는 9월부터 흑색으로 익는다.
감태나무는 암꽃과 수꽃이 서로 다른 개체에 달리는 암수딴몸(雌雄異株)이다.
그런데 일본에서 자라는 분류군은 수그루가 없고 모두 암그루이면서도 씨앗을 잘 맺는다 한다.
이는 일본으로 전파된 식물의 조상이 모두 암그루였을 것이지만 미수정란이 단독으로 발생하여 새로운 개체가 되는 처녀생식(處女生殖) 또는 배우체의 난세포 이외의 세포가 단독으로 분열· 발달하여 포자체를 만드는 무배생식(無配生殖)에 의해 새로운 개체로 번식했을 것으로 본다.
잎은 겨울에도 지지 않고 등갈색 단풍으로 남았다가 이듬해 새 잎이 돋는 순간까지 떨켜를 놓지 않는다.
이 나무는 한국, 일본, 중국, 타이완 등 주로 동남아시아를 배경으로 100여 종이 분포한다.
감태나무의 다른 이름 ‘백동백나무’는 분류학상 동백(冬柏)나무와는 거리가 멀지만 잎에 광택이 있고 수피도 동백처럼 회갈색인데다 감태나무와 형제 격인 생강나무의 열매를 이용하여 머릿기름을 짜는 것 등은 동백나무와 비슷한 기원을 유추해볼 수 있는 특징이다.
백동백나무는 제주도 방언에서 유래하였는데 강원도에서는 생강나무를 산동백이라 부르기도 한다.
산향목(山香木)은 식물체에 상처를 내면 향기가 나기 때문에 부른 이름이며 산호초(山胡椒)는 열매에서 나는 매운 맛이 인도남부원산의 열대식물 후추나무의 열매 호초(胡椒)를 닮은 데서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감태나무는 재질이 단단하고 결이 치밀하다.
벼락을 맞고도 죽지 않는다 하여 연수목(延壽木, 수명을 더 연장하는 나무)의 의미로 지팡이를 만들었는데, 지팡이를 고를 만큼 곧고 길며 옹이가 많은 것은 귀하다.
감태나무를 가무태나무라고도 부르는 것은 이처럼 수피가 불에 탄 흔적처럼 가뭇한 얼룩과 옹이가 많은데서 온 이름일 것이므로 천둥목, 피뢰목(避雷木), 뇌성목(雷聲木), 벽뢰목(霹雷木) 등으로 부르는 여러 이름들에 잘 어울린다.
용안목(龍眼木) 역시 감태나무의 다른 이름이다. 큰스님이 법회에서 설법할 때 사용하는 지팡이를 주장자라 하는데 벼락 맞은 나무처럼 여러 곳이 골고루 용의 눈처럼 불거져 형상이 기묘하다.
이 감태나무로 만든 ‘영검한’ 지팡이는 도인과 신선세계를 표상하는 하나의 상징물이기도 하는바 손질하여 세간 어디에 놓아도 장식이 될 만큼 예술적이다.

감태나무의 맛은 맵고 성질은 따뜻하다.
감태나무의 줄기와 잎에 상처를 내면 생강나무나 석창포처럼 톡 쏘는 듯 맑은 향이 나는데 겨울보다는 물오른 봄에서 여름이 더 뚜렷하다. 생강나무가 산후어혈을 흩고 혈액순환을 돕는 것처럼, 석창포가 심장과 뇌의 대사를 촉진하는 것처럼 이 향기가 막힌 경락을 뚫어 통증을 가시게 한다.
잎, 줄기, 뿌리, 열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데 「산호초(山胡椒)」는 열매를 중풍이나 관절통, 항암, 혈액순환 장애, 골다공증, 두통, 타박상 등에 쓸 수 있는 감태나무의 생약명이다.
아무리 뛰어난 지팡이장인이라 하여도 자연에서 형성된 나무의 재질을 크게 변형하여서는 성공할 수 없다.
그 나무의 뼈와 그 나무의 결을 따르되 빛깔과 무늬와 성품도 살펴서 마침내 만들려는 사람과 만들어질 나무가 하나로 계합되어야 한다.  나무가 먼저 품고 장인이 나중에 꺼내는 경건한 손길이라야 가위 신선이 써도 쓸 만한 귀하고 아름다운 지팡이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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