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으로 요리하는 여주인 문명숙 씨
▲나주시 다시면 가운리 국도변에 위치한 ‘행복한토종닭’

전남타임스가 2016년 새해를 맞아 평범한 시민들의 행복한 새해맞이 설계를 소개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주인공으로 나주풀뿌리참여자치 홍재석 공동대표를 만난 데 이어 이번에는 나주시 다시면 복안교 아래서 13년째 ‘행복한토종닭’이라는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문명숙 씨를 소개한다. 무척이나 가난했던 시절, 지인들에게 한두 끼 식사를 대접한 것이 계기가 돼 닭요리집을 내게 됐다는 문명숙 씨. 손님들에게 맛있는 요리로 행복한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 행복해서 오늘에 이르게 됐다는 그녀의 새해설계는 무엇일까? 모처럼 겨울비가 내려 한산한 오후시간에 그녀를 만났다. / 편집자 주

 ‘행복한토종닭’

처음 그 이름을 듣는 사람들은 음식점 이름 치고는 다분히 이기적이라는 생각하게 될 것이다.

손님들이야 맛있는 요리를 먹으니 행복할 것이고, 주인장도 돈을 버니 행복하겠지만 죽임을 당하는 토종닭이 어찌 행복하겠느냐는 닭들의 아우성이 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 질문에 대해 문명숙(47) 사장의 답변은 명쾌하다.
“우리집 닭들은 최대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다가 적당하게 자라면 요릿감으로 선택이 됩니다.
손님들은 행복한 환경에서 자란 닭요리를 드시면서 행복하고, 저는 돈을 벌게 해주는 닭들이 고마워서 늘 정성껏 키웁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자신들로 인해서 행복하고 고마워한다면 닭들도 행복하지 않겠습니까?”
나주시 다시면 가운리 호남선철도가 지나는 복안교 아래 자리 집은 잘 지어진 기와집과 마당 빼곡이 들어선 장독대들, 그 위로 검정고무신, 흰고무신을 화분 삼아 알록달록 다육식물들이 계절을 잊고 예쁘게 자라나고 있다.

하지만 기와집에 들어선 순간, 통닭집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때문에 이곳이 박물관인지, 전통찻집인지, 선뜻 분위기 파악이 안 된다.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공간

맷돌, 항아리, 꼴망태, 촛대...
시골분위기를 내기 위해서 장식해 놓은 것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많은 골동품들이 식당 내부를 장식하고 있다.

“골동품 장사도 하세요?”
주인장은 특유의 함박웃음을 지으며 설명한다.

“저나 남편이나 골동품 수집이 취미예요. 손에 돈이 좀 잡히면 바로 골동품가게로 달려갑니다.
마치 우리를 위해 생긴 것처럼 도로 맞은편에 골동품 가게가 하나 있거든요. 남들이 보기에는 썩음썩음한 물건들도 조상들의 손때가 묻은 물건들을 만지면 손끝이 찌릿찌릿 해지거든요.”

문명숙 사장의 취미생활은 예상외로 손님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식사를 하러 들은 손님들이 식당 구석구석을 탐사하듯 돌아보는 것은 예사고, 저것은 무엇에 쓰는 물건이냐, 이것은 이름이 뭐야, 저것은 누가 쓰던 것이냐...

질문이 끊이지 않는데다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과거 부모님이나 어린 시절 추억을 주제로 삼아 이야기꽃을 피워 간다.

문명숙 씨에게는 이 또한 손님들에게 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생각에 그런 고물(古物)을 사들이는 데 투자하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

음식맛은 손님들에게 배워

올해로 식당 경력이 13년째인 문명숙 씨. 2003년 6월 기차가 지나다니는 철길 아래서 닭을 키워 파는 일을 하다 찾아온 손님들이 닭을 삶아 달라 해서 시작한 일이다.

처음에는 닭도 잡을 줄 몰라 쩔쩔 매기 일쑤였고, 손님이 닭가슴살을 먹고 싶다는데 닭가슴살이 어딘지 몰라 망설이고 있자 손님이 직접 칼을 잡기도 했다고.

그러면서 어디서 먹은 요리가 맛있더라 하는 말을 들으면 그 맛을 재현하기 위해 몇날 며칠을 골똘히 연구하며 맛내기 연습에 몰두했다.

문명숙 씨는 지금은 누구에게 내놓아도 꿇리지 않는 요리솜씨를 손님들에게 배웠다고 말한다.
음식을 먹는 손님의 표정에서 짠지, 싱거운지, 매운지 가늠할 수 있게 되었고, 손님의 표정에서 행복한 미소가 지어질 때 비로소 음식값을 받는 손이 부끄럽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13년 동안 일해 온 덕에 새집을 짓게 되고 꿈 속에 그리던 그림 같은 집을 지어 식당을 건축할 수 있게 됐다.

13년의 약속 새해인사

문명숙 씨는 지난 13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연말연시가 되면 손님들에게 문자메시지로 감사인사를 드렸다. 손님들이 있었기에 자신이 있고, 또 한 해를 맞이하는 설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당 한 가득 채워져 있는 장독대마다 된장, 간장을 담가놓고 3년 주기로 맛있는 된장, 간장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만족한 식단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이 때문인지 주인장의 정성이 담긴 흔적이 식당 곳곳에서 느껴진다.

주인장 문명숙 씨는 짬이 날 때마다 시를 쓴다.

쓴 시를 지인들에게 들려주는 것이 또 하나의 행복이다. 지금까지는 혼자 시를 쓰고 읽었지만 어느덧 단골이 된 골동품점 여주인이 그녀의 시 친구가 되어 주고 있다.

언젠가는 마음 놓고 시 쓰는 생활을 누려보기 위해 식당 옥탑방에 혼자만의 공간의 만들어 놓았다.

아직까지는 한 번도 마음 놓고 들어가 볼 엄두를 내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그곳에서 행복한 시를 지으며 새해를 기약할 날을 고대하고 있다는 말을 한 뒤 총총히 손님을 맞으러 일어선다.
/ 김양순 기자 jntimes@jn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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