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애 긴 희생

▲김진수 회장 /전남들꽃연구회
학명: Aralia elata (Miq.) Seem.
목련강 미나리목 두릅나무과 두릅나무속의 낙엽소교목

학명: Aralia elata (Miq.) Seem. 목련강 미나리목 두릅나무과 두릅나무속의 낙엽소교목

 

『두릅나무』의 원줄기는 곧게 자라고 수피에 가시가 많다. 옆가지를 잘 치지 않고 윗부분에서 활짝 펼쳐든 우산 모양의 수형을 이루는데 높이는 약 3~4미터이다.

두릅나무는 산지 밝은 숲 벌채지나 붕괴지, 전석지, 산불이 난 곳, 절개지 등 2차림에서 자라며, 산의 상처 난 부위를 깁고 감싸서 흙의 깎임을 다잡아주고, 숲 속을 적습(適濕)한 상태로 유지시켜주는 자연의 소임을 맡았다.

숲은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가장자리에 망토식물군락을 불러 울타리를 친다.

▲두릅나무 꽃
될수록 빨리 성장하여 일대를 장악하고 날카로운 가시와 억센 덩굴로 외부를 경계하려는 숲사회의 합의와 전략에 따른 것.

두릅나무는 까마귀머루, 담쟁이덩굴, 칡, 노박덩굴, 으름덩굴, 청미래덩굴 등과 함께 망토식물군락(林緣植生)의 표징종이다.

생명력이 강하고 생장이 빠르며 뿌리가 옆으로 뻗으면서 새 포기가 발생하므로 몇 년 사이에 군락을 이룬다. 수형이나 성장은 엄나무와 유사하며 중성에 가까운 산성토양에서 잘 자란다.

이 속의 식물은 아시아, 북미, 말레이 반도, 호주 등에 분포하는데 세계적으로 약 30 종이 알려져 있다.
속명 아랄리아(Aralia)는 유래가 불분명하지만, 캐나다 출신의 사라신(Sarrsin)이 보낸 두릅나무 표본에 프랑스 식물학자 투르네포르(Tounefort,1656-1708)가 붙인 지명이라 하고, 종명 엘라타(elata)는 ‘키가 크다, 높다’라는 의미의 라틴어로 독일의 식물학자 지만(Seemann)이 붙인 이름이다.

가지도 없이 껑충한 막대기 같은 나무의 특성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머리꼭대기에 순이 난다고 하여 ‘목두채(木頭菜)’이며, 그 순이 또 입술처럼 부드러워 ‘문두채(吻頭采)’라 부르고, 가시는 많고 가지가 없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까치가 앉을 자리가 없다는 의미로‘작부답(鵲不踏)’이라고 하였다.

두릅나무는 처음에 정아(頂芽)만 자라는데, 정아가 꺾이면 측아(側芽)가 발생하여 성장한다.

영어이름은 ‘재패니즈안젤리카-트리(Japanese angelica-tree)’이다. 한국원산의 두릅나무가 외국에서는 일본의 식물처럼 인식되고 있는바 학명은 전 세계가 규칙에 따라 공식적으로 쓰는 이름이고, 한 종(種)에 하나의 이름만 붙기 때문에 국제식물명명규약에 따라 선취권을 인정하더라도 이것이 ‘한국산’임을 알리고 자주 이름을 불러주어 잃어버린 식물주권을 되찾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명은 사람들이 많이 부르고 널리 알려지면 고착이 된다.

▲ 두릅나무순

일명‘땅두릅’이라고도 하는 같은 속의 「독활」은 맛과 모양과 향기가 두릅나무와 매우 흡사한 초본이다. ‘두릅’의 어원은 이 독활의 한자명과 관련이 있다.

독활의 향명에는 ‘두을호읍(頭乙戶邑)’이 있고 동의보감에서도 ‘둘흡’으로 기재되어 있다. 모두 줄기와 잎줄기에 돋은 가시(棘)나 까락을 뜻하는 한자에 잇닿아 있다.

“앞산에 비가 개니 살찐 나물 캐오리다 / 삽주 두릅 고사리며 고비 도랏 어아리를 / 절반은 엮어 달고 나머지는 무쳐 먹세” 농가월령가 3월령에 나오는 대목이다. 두릅 순은 양력 사월 햇봄에 한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물이다.

맛도 기막히지만 기력이 떨어지고 춘곤증이 올 때 두릅에 함유된 비타민 B군이 몸의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준다.

동물성 식품을 장기간 섭취하면 체내에 과산화지질이 발생하는데 이는 발암요인의 하나이다.

두릅나무 껍질에 함유된 사포닌은 이 과산화지질을 분해하여 암을 예방하는 효과를 내는 중요한 물질이다.
한방에서 두릅나무의 수피를 벗겨 말린 것을 총목피라 하고 뿌리껍질을 말린 것을 자노아(刺老鴉)라 하여 약재로 이용하는데, 맵고 평하며 효능은 보기안신(補氣安神), 강정자신(强精滋腎), 거풍활혈(祛風活血)로 대표된다.

신경쇠약, 양기부족, 풍습성관절염, 당뇨병, 항 피로, 혈압강하 등에 효능이 있다.
사람들에게 한 번 들킨 봄이면 해마다 머리채를 송두리째 꺾이는 운명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병충해에 강하고 척박한 땅을 잘 이기며 꺾여도 다시 피는 재생력도 뛰어나서 나물꾼들이 몇 차례 잘라간다 하여 쉽게 사라질 두릅이 아니다.

빠른 성장력을 가진 나무인 만큼 수명도 고작 10여년으로 짧아서일까 꽃말이‘애절’이며, 인간들을 위해 그들의 봄을 툭툭 부러뜨려주기도 하는바 또‘희생’이니 꽃말이 공교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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