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화

2001중랑신춘문예입상. 디카시 공저 당신의 심장을 뛰게 한다면. 2023황순원 디카시 공모전최우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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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돌은 모가 나지 않고 둥근 돌을 이르는 말로 모오리돌이라고도 한다. 처음 모암(母巖)으로부터 떨어져 나올 땐 모가 나고 울퉁불퉁하던 돌이, 수많은 세월을 격랑 속에서구르고 서로 부딪쳐 둥글게 다듬어진 한 생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몽돌은 석질이 단단하고 모양새가 좋아 수석 애호가들에게 인기가 있기도 하다. 개중 빼어난 것들은 진열장에 전시해 놓고 감상하거나, 더러는 고가에 거래하기도 한다. 그런데 영상 속 몽돌들은 바닷가도 진열대도 아닌 여느 식당의 뜨거운 화로 위에 놓여 있다. 시인은 격랑 속에서 한 생고문이었을까 / 단련이었을까라고 과거형 종결어미를 썼지만, 나는 현재진행형으로 고쳐 읽어본다.

제목의 <환생>둥글다라는 환()으로도, ‘다시 태어난다라는 환()으로도, ‘형상을 바꾼다라는 환()으로도 읽을 수 있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것이라는 노사연의 <바램>을 패러디하면,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몽돌이 되어가는 것이라 할 수도 있겠다.

환갑(還甲)은 예순한 살을 이르는 말로, 육십갑자의 갑()으로 되돌아온다는 뜻이다. 그렇게 보면 은 다시 돌아가거나 돌아온다는 의미로도 읽을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성대한 환갑잔치를 베풀어 장수(長壽)를 축하하고 무강(無疆)을 기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은 식생활의 향상과 의학의 발달 등으로 평균 수명이 길어져 대체로 구십을 한 생으로 본다. 태어나서 삼십까진 성장과 학업 과정으로 사회진출을 준비하는 단계, 이어 육십 정년까진 가족을 부양하며 사회활동과 경제활동을 하는 단계, 이후 삼십여 년은 생을 정리하는 단계로 구분 지어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 이후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다. 지금의 노령 인구는 수명이 길어진 만큼의 여유롭고 평안한 노후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른 정년, 연금제도의 미비, 재취업 기회의 부족 등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우스푸어(House Poor)라는 말이 대변하듯 평생에 거쳐 어렵사리 장만한 아파트 한 채가 전부일 뿐, 안정적인 일정 금액의 노후 수입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일부는 선택받은 수석(壽石)처럼 멋들어진 수반(水盤)이나 좌대(座臺)에 앉아 대접받는 이들도 있지만, 저 화로 위 몽돌처럼 다시 취업에 나서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이들에게 고임금의 안정적인 양질의 일자리가 주어질 리 만무하다. 대부분은 저임금과 홀대를 감수하며 남들이 기피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형편이다.

오늘도 어느 몽돌구이식당에선 저처럼 뜨거운 열기를 온몸으로 견디는 몽돌들이 있을 것이다. 저 몽돌들은 그저 식당의 장사가 잘되어 매출이 오르기를, 그리하여 종사자들에게도 넉넉한 수고의 대가가 돌아갈 수 있기를, 무엇보다도 손님들이 맛있게 드시고 다시 찾아 주기를 바랄 것이다. <김석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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