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빈

2021시와경계신인문학상 등단. 디카시집 Pause. 2017이병주문학관 디카시공모전대상 수상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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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디카시를 읽는 순간, ‘새의 둥지에는 지붕이 없다 / 죽지에 부리를 묻고 / 폭우를 받아 내는 고독, 젖었다 마르는 깃털의 고요가 날개를 키웠으리라*는 시구가 떠올랐다. 거기에 더해 어미가 늘 / 지붕이었기에 비바람을 막아 주던 지붕이 사라진 집에는 / 새끼들도 더는 / 찾아오지 않는다는 시인의 언술에 공감이 갔다.

사진 영상 속 둥지는 붉은머리오목눈이의 집이다. 붉은머리오목눈이는 참새목의 텃새로 참새처럼 몸집이 작고, 생김새도 엇비슷하며 색깔도 갈색으로 혼동하기 쉽다. 하지만 참새는 목에 흰색의 깃털이 목도리처럼 둘러있다. 반면 붉은머리오목눈이는 부리가 짧고 눈이 작으며 동그랗다. 이름에 걸맞게 붉은머리(붉은색에 가까운 갈색)’를 띠고 있다. 붉은머리오목눈이의 다른 이름은 뱁새다. 속담의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가는 가랑이가 찢어진다라는 새다.

뱁새는 몸집이 작다라는 의미다. 참새 또한 어원은 좀새작은 새라는 뜻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둘 다 몸집이 작다. 하여 천적을 피해 민가 근처나 관목, 풀숲 등에 둥지를 틀어 알과 새끼를 보호한다. 그들의 몸 색깔이 어두운 갈색을 띠는 것도, 천적들의 눈을 피하기 위한 슬픈 보호색**인 것이다.

비바람을 막아 주던 어미가 떠나자 새끼들도 더는 / 찾아오지 않는저 빈 둥지에, 지붕이 무너진 고향 집들이 겹치는 것은 왜일까.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는 그들은 뱁새처럼 20~50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았다. 5~7명의 새끼를 키우던 뱁새 둥지같이 작은 집. 걸음마를 배우면서부터 걸려 넘어지던 문턱이 있는 집. 고개를 치켜들면 머리를 찧곤 하던 문인방이 낮은 집. 새끼들에게 한사코 낮은 자세와 겸손을 가르치던 집. 대문이 없는 집의 안방 문과 정지문이 열려 있다. ‘안에 계세요?’라고 부르면 거 뉘요!’하고, 해소 기침과 함께 풀썩 주저앉을 것 같은 빈집들이 있다.

추석을 맞아 조상의 산소를 찾아 무릎 꿇고 절을 올린다. 벌초를 끝낸 낮은 무덤들이 올망졸망 웅크리고 있는 뱁새 무리를 닮았다. 제 분수를 알고 분수에 맞게 살라던 슬픈 서사의 연대기가 돌에 새겨져 있다. 아버지께 소주 한잔, 어머니께 콜라 한잔을 따라 올린다. 아버지! , ‘황새처럼 멀리 보고 높이 날면 된다라고 가르치지 않으셨나요? 어머니! ,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가는 가랑이가 찢어진다라고만 가르치셨는지요? 당신들의 신산과 가난의 핏줄을 물려받은 후손들은, 황새나 수리처럼 높이 나는 꿈을 꾸면 죄가 되나요? 묻고 물어도 대답이 없으시다.

돌아오는 길에 뱁새(비비새)를 보았다. ‘비비새가 혼자서 / 앉아 있었다 // 마을에서도 / 숲에서도 / 멀리 떨어진 / 논벌로 지나간 / 전봇줄 위에 // 혼자서 동그마니 / 앉아 있었다 // 한참을 걸어오다 / 뒤돌아봐도 / 그때까지 혼자서 / 앉아 있었다’*** <김석윤 시인>

 

*. 신용목 <새들의 페루>

**. 이문재 <새의 날개 안쪽>

***. 박두진의 <돌아오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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