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윤

▲김석윤 시인
·1962년 완도출생
·'21세기 문학' 봄호 신
인상으로 등단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다고
목 놓아 우는 바람 소리,
귀를 감싼 채 발밑을 보니
먹이를 찾던 새들은 떠나가고
어지럽게 찍힌 발자국만 쓸쓸하다

날개를 잃은 새 한 마리
지상에서 얻은 살은 흩어지고
바람이 깃든 뻐만 하얗게 얼어 있다

날개가 있어 높이를 갖는 게 아닌
새는, 오래전 아문 옆구리를 들쑤시는
그칠 줄 모르는 바람기,
팽팽한 수평의 날개를 홰쳐
푸른 하늘로 치솟았겠지
높이와 넓이가 하나 되는
지평선의 노래도 꿈꾸었으리

그 바람에 흩어진 노래
지금 눈발에 실려, 눈발 짙어져
앞뒤를 지우는지 몰라
구획되지 않은 처녀지로
들은 새하얀 하게 다시 열리고
목 놓아 울던 바람 잠잠해지니
길을 잃고도 방향을 묻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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