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에 월백 할 즈음 나주배맥주 풀어 축제 한번 열어볼까?”

수제맥주시장 겨냥한 배맥주 레시피 콘테스트 및 시음회로 나주관광 활성화 도모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아 각계에서는 신년사가 쏟아져 나오고 새로운 희망과 각오가 새롭다.
이낙연 전라남도지사는 ‘어디에 가건 스스로 주인이 되라’는 뜻의 ‘수처작주(隨處作主)’를 새해 화두로 제시하고, “격변·격동의 시기를 맞아 사회적 약자를 정책적으로 배려하는 일에 공직자들이 주인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강인규 나주시장은 “새해 시민의 희망을 안고 ‘시민 행복’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힘차게 날아올라 꿈을 이루는 결실의 해가 되게 하자”도 제언했다. 시민들도 새해 새희망이 새롭다. 이에 <전남타임스>는 시민각계의 새해설계와 지역발전에 대한 제언을 들어보는 신년기획 ‘정유년 새해 나주의 길을 찾는 사람들’을 연재한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나주시 반남면 신촌리 출신으로 전남대학교 식품영양학부 바이오식품연구센터 전임연구원으로 활동해 온 김영일 씨. 그는 최근 고향으로 돌아와 나주배를 활용해 수제맥주를 만들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 편집자 주

 

▲나주배를 원료로 한 수제맥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나주시 반남면 김영일 씨.
나주배로 맥주를 만든다?

최근 전국적으로 관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수많은 관광정책을 쏟아놓고 있다. 하지만 관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놀거리, 볼거리와 함께 먹을거리다.

그 지역에 가야만 먹을 수 있는 음식, 그 지역의 풍미를 맛볼 수 있는 특산품, 그래서 다시 한 번 찾고 싶게 만드는 그런 먹을거리. 요즘 말하는 ‘로컬푸드’다.

그렇다면 나주에는 무엇이 있나? 홍어, 곰탕, 배... 이것 말고 또 무엇이 있을까?
나주는 배의 고장이다.

그렇다면 왜 맥주인가? 맥주는 우리나라 전통음식은 아니지만 전 세계인이 즐기는 술이다.
그러면서 요즘은 일반 공장맥주 보다는 직접 만들어 먹는 수제맥주가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며칠 전 나주배로 직접 만든 맥주를 몇몇 지인들에게 시음을 해보게 했더니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었다.
나주배로 만든 맥주라면 충분히 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수제맥주, 시장성은 있나?

수제맥주는 일반적으로 기업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양조장에서 자체 레시피로 소량만 제조하는 맥주를 일컫는다.

세계적으로 수제맥주 산업에 불을 지핀 것은 미국이다.
1919년 금주령 이후 입지가 좁아졌던 지역 양조장들은 1979년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이 주류 산업 활성화를 위해 집에서 만든 맥주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당시 80여개에 불과했던 미국의 지역 양조장이 현재 4000여개로 늘어났다. 국내 소비자에게도 익숙한 ‘새뮤얼애덤스’(보스턴)나 ‘밸러스트포인트’(샌디에이고) 등이 대표적 제품이다.
한국이 수제맥주산업에 싹을 틔운 건 2002년이다.

당시 정부는 월드컵을 앞두고 관광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역 소규모 양조장에서 맥주를 생산해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하우스 맥주를 제조하는 양조장 수도 크게 늘었다.

한국마이크로브루어리협회에 따르면 2002년 1개에 불과했던 국내 소규모 양조장은 현재 70~80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집에서 직접 맥주를 제조해 먹는 사람(홈브루어)도 증가하고 있다.

국내 최대 수제맥주 커뮤니티인 ‘맥만동’(맥주 만들기 동호회)은 주세법이 처음 개정된 2002년 이후 현재 회원수만 3만1074명에 달한다

이들은 전국 지역별 모임을 통해 자신만의 맥주 만드는 방법을 공유한다.

▲나주배를 활용해 두 가지 종류의 맥주를 만들 수 있다. 무겁고 진한 느낌의 ‘포터(사진 왼쪽)’와 가볍고 산뜻한 맛의 ‘세종라거(사진 오른쪽)’

즉, 자가 양조를 통해 제조하는 맥주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것과 다른 맛을 내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과일 맥주 성공사례 있나

전남에서는 대표적으로 고흥군이 유자맥주를 개발해 현재 ‘호가든 유자’라는 이름으로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유자맥주 개발사업에 전임연구원으로 직접 참여한 경험으로 볼 때 처음 시작은 유자를 재배하는 농민과 공무원들의 호기심에서 비롯됐다.

전국적으로 수제맥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고흥군의 특산물인 유자를 이용해 맥주를 만든다면 맛이 어떨까?

고흥군은 이 관심을 군민혁신리더양성대학을 통해 유자맥주개발프로그램으로 운영해 왔다.
그리고 이같은 호기심으로 2013년도에 ‘국제유자맥주 컨테스트’가 열렸다.

이 행사는 고흥군과 전남대학교가 주최하고 전국에 1만8천여 회원을 가지고 있는 '맥주만들기동호회'가 주관했다.

전국에서 참여한 맥주만들기동호회 회원들이 유자를 원료로 한 28개의 수제맥주가 출품됐는데, 전문시음단 12명의 시음과 평가 그리고 회원 및 지역민들의 인기투표에 의해 최고의 유자맥주를 선정하게 된 것.

이렇게 개발된 유자맥주가 지난해 10월 오비맥주 광주공장을 통해 ‘호가든(Hoegaarden) 유자’라는 상품으로 출시됐다. 유자 맛 밀맥주인 ‘호가든 유자’는 다양한 맥주 맛을 원하는 젊은 소비자층을 공략하고 있다.

호가든 유자는 호가든 고유의 밀맥주 맛에 유자의 향긋하고 상큼한 풍미가 조화를 이루는 과일맥주로, 비록 국내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3개월 동안 한정적으로 판매되기는 했지만 호가든 고유의 밀맥주 맛과 향긋하고 상큼한 유자의 풍미가 잘 조화된 과일맥주의 가능성을 보여 준 계기가 되었다.

나주배맥주, 가능성은 있는가

맥주는 독일이 원산지로 알려졌지만 중국의 하얼빈맥주, 칭따오맥주가 유명하고, 북한맥주도 꽤  호평을 받는 맥주에 속한다. 하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이것이다 할 맥주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원료, 새로운 맛을 찾는 애호가들에게 “이것이다” 내어 줄 수 있는 ‘나주배맥주’가 필요한 것이다.

배꽃이 활짝 피는 4월 또는 5월 즈음, 지역에서 ‘이화에 월백하고’ 행사가 열리는 것에 착안해 전국의 맥주 만들기 동호인들을 대상으로 배를 원료로 한 맥주를 만들어 오게 해 시음회를 갖는다.

그 중 가장 좋은 평을 얻은 맥주의 레시피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배맥주를 만들면 된다.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시판되는 모든 음료는 알코올 함유량에 따라 다섯 가지 단계로 나뉘며, 그 제조법과 판매 및 소유를 법률로 규제하고 있다.

비증류 발효음료들은 다섯 단계 중 두 번째 단계에 포함되는데, 사과나 배로 만든 술과 포도주, 맥주가 여기에 속한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맥주의 알코올 함유량을 %로 계산하고 있다.

맥주는 알코올이 함유된 음료 중에서 알코올 함유량이 가장 낮은 음료에 속하지만, 그래도 평균 함유량이 4.5%에 이른다.

'표준맥주'라고 하는 필스 맥주는 5%의 알코올을 함유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여러 종류의 맥주를 알코올 도수로 분류한다.
식사 중에 마시는 맥주는 알코올 함유량이 2~2.2%이다.

보크 맥주는 3.3~3.9%이고, 최고급 맥주는 4.4~5.4% 사이이다. 5.5%가 넘는 맥주를 스페셜 맥주라고 하는데, 특수맥주와 구분할 필요가 있다. 특수맥주는 혼합과 발효에서뿐만 아니라 조제법도 특수한 맥주를 말한다. '무알코올' 맥주는 1.2% 이하의 맥주를 의미한다.

배술의 한계 극복할 수 있나

이미 오래 전부터 나주에서는 배를 원료로 한 술이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를 상용화 하는데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2010년 9월 나주시 봉황면에서 국내 대표적 전통주 전문회사인 '배상면주가'에서 나주배로 만든 증류주(소주) ‘아락’을 출시했다.

느린마을 나주양원(대표 홍길식)에서 빚은 나주배 증류주 ‘아락’은 배상면주가에서 지난 2008년부터 ‘고을 술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기획한 지역 농특산물 활용제품으로 올 추석에 맞춰 출시됐다. 

‘아락’의 특징은 소주시장의 대부분이 주정에 물을 타서 만드는 희석식 소주인데 반해 나주배 생과 그대로를 숙성과정을 거친 후 증류해 원료의 풍미와 향을 그대로 살린 25도의 증류주라는 점이다.

‘아락’은 나주산 배와 쌀을 사용해 빚었으며, 뒷맛이 깔끔하고 청량감 있는 배 맛이 묻어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류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희석식 소주나 맥주가 원료의 대부분을 수입산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주배맥주는 우리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안정적 수요처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경제적 측면이 있다.

더구나 지역의 토양과 문화를 알리는 지역 브랜드의 제품이 출시된다는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나주배맥주의 탄생은 새해 나주지역 배농가에 새로운 희망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 김양순 기자
 jntimes@jn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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