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호박나물에 속이 상한다’는 옛말이 있다.

하지만 호박나물을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이게 그렇게 하찮은 나물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호박 심어 놓은 묵은 밭은 사흘에 한 번쯤 가서 헤쳐 서리호박을 따다가 썰어 말려야 한다.
호박을 썰 때도 조금 도톰하다 싶으면 마르면서 곰팡이가 피기 일쑤고, 너무 얇으면 백짓장처럼 돼서 부서지기 쉽다.

그러니 그 중간, 적당한 두께로 썰어서 널고 이것도 하루 한 번은 뒤집어줘야 얌전하게 말렸다는 소릴 듣게 된다.

이렇게 말려놨다가 겨울에 가끔씩 꺼내서 들깨 갈아 붓고 자글자글 볶아 놓으면 그 부드럽고 구수한 맛이 얼마나 일품이던가.

그런데 요즘 나주사회에 호박나물처럼 여기던 하찮은  ‘카톡’ 한 통에 수십 년 지기 인심을 등지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나보다.

3월 6일, 휘갈겨 쓴 글씨의 쪽지 사진 넉 장을 ‘카톡’으로 건네받았다.
‘진실 된 인연이라는 것 진짜 실감이 난다.

만나기는 어렵지만 헤어지기는 더욱 더 힘들다고 느꼈는데 높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강인규 시장과 나의 사이는 그 누구도 잘 알 정도의 사이지만 왁자지껄 출판기념회를 한다고 알리고 문자 보내면서 나에게는 연락이 없다.

참 허망하기도 하고 인연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에 미워지기 시작한다.
몇 년 간 출판기념회를 내가 주관해서 열심히 해왔는데 비선 실세들에 밀려 초청도 받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찻집에서 후배들이 초청 카톡이 왔다고 자랑하면서 약을 올리는 것 같아 꼬라지가 나서 손에 잡히는 대로 몇 자 적어 올린다.

정확하게 우리 관계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해명...

한 가지 정○○ 의장은 몇 년 전 돈을 주었기에 초청해서 모실 계획은 있으신지 묻고 싶다.
일만 해줬던 나는 토사구팽인가 정확하게 물어보고 싶다.’

그 문자 내용을 보고서야 강인규 시장이 출판기념회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필자 역시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마냥 얼얼해짐을 느꼈다.

필자가 사용하는 페이스북과 밴드 등 SNS에서는 물론이고, 선거와는 관계가 없는 지인들도 출판기념회 소식을 문자메시지로, 카톡으로, 이메일로 보내오기 일쑤인데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소통활동을 하고 있다는 강인규 시장의 출판기념회 소식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26년 기자활동을 해온 필자로서는 적이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날 저녁, 집에 도착하니 우편함에 등기우편도착 안내서가 들어있었다,

‘강인규 출판기념회’님이 보낸 등기우편이었다.

이튿날 우편배달부를 통해 받은 등기우편은 바로 강인규 시장이 11일 오후에 나주스포츠테마파크 다목적체육관에서 ‘강인규의 나주이야기 살아온 천년, 살아갈 천년’ 출판기념회를 한다는 초청장이었다.

그런데 참 어지간히도 급했던가 보다. 아니면 일처리 하는 사람이 나주에 대해 기본도 모르는 사람이던가.

나주에 ‘종합스포츠파크’는 있어도 ‘스포츠테마파크’는 있지도 않고 들어본 적도 없다.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수십 년 동안 강인규 시장의 지근거리에서 측근으로 일해 왔다는 그 사람은 왜 이런 행사를 앞두고 문자 한 통을 받지 못한 것일까.

말 그대로 비선실세에 떠밀려 뒷방 신세가 된 것인가?

그는 자신의 신세를 ‘토사구팽’이라고 말했다.

토사구팽(兎死狗烹), 중국 사기(史記)에 나오는 말이다.

한(漢)나라 유방(劉邦)과 초(楚)나라 항우(項羽)와의 싸움에서 유방이 승리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사람이 한신(韓信)이다.

천하를 통일한 유방은 한신을 초왕(楚王)으로 봉했으나, 언젠가는 자신에게 도전할 것을 염려하고 있었는데, 마침 항우의 장수였던 종리매(鐘離昧)가 옛 친구인 한신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었다.

일찍이 전투에서 종리매에게 괴로움을 당했던 유방은 종리매를 미워하고 있었다.

그가 초나라에 있다는 것을 알자, 유방은 종리매를 체포하라고 명령을 내렸지만, 한신은 차마 옛 친구를 배반할 수 없어 그 명령을 따르지 않고 도리어 그를 감싸고 있었다.

이 사실을 상소한 자가 있어 유방은 진평(陳平)에게 상의했다.

진평의 책략에 따라 유방을 운몽(雲夢)에 행차하고 제후들을 초나라 서쪽 경계인 진(陳)나라에 모이게 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한신은 자신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여 자진해서 배알하려고 했다.
그러자 평소에 술수가 남다른 가신이 한신에게 속삭였다.

“종리매의 목을 가지고 배알하시면 천자도 기뻐하시리다.” 옳다고 생각한 한신은 그 말을 종리매에게 전했다.

그러자 종리매는 “유방이 초를 침범하지 못하는 것은 자네 밑에 내가 있기 때문이네.
그런데 자네가 나를 죽여 유방에게 바친다면 자네도 얼마 안 가서 당할 것일세. 자네의 생각이 그 정도라니 내가 정말 잘못 보았네.

자네는 남의 장(長)이 될 그릇은 아니군. 좋아, 내가 죽어주지.” 하고는 스스로 자신의 목을 쳐 죽었다.

한신은 자결한 종리매의 목을 가지고 가서 유방에게 바치지만 유방은 한신을 포박하게 했다.
그래서 화가 난 한신은 이렇게 말했다.

“과연 사람들의 말과 같도다. 교활한 토끼가 죽고 나면 사냥개도 잡혀 삶아지며, 높이 나는 새도 다 잡히고 나면 좋은 활도 광에 들어가며, 적국이 타파되면 모신도 망한다.

천하가 평정되었으니 나도 마땅히 팽당함이로다(果若人言 狡兎死良狗烹 飛鳥盡良弓藏 敵國破謀臣亡 天下已定 我固當烹)”

음모와 술수에 능한 선거꾼들이 네 활개 치는 선거철이 돌아왔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선거철에 암암리에 풀리는 선거자금과 선거 이후의 떡고물일 것이다.

그것을 위해 달려든 사람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들이는 아수룩한 표를 얻는 것이 옳을까, 정책과 정견으로 유권자의 민심을 얻는 것이 옳을까?

현명한 후보자들이라면 이것부터 잘 판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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