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조성환

지난 2002년 어느 날.

나주 이창동 영산포 여중 앞 낡은 1층 건물.

지방선거 후보등록을 며칠 앞두고 나주의 이목(耳目)이 이곳으로 모두 집중됐다.

평상시에는 관심조차 없이 지나쳤던 건물이다.

건물 안 2~3평 남짓한 조그만 공간에는 봉인된 컴퓨터모니터와 전화기 한 대만 덜렁 놓여있었다.

그것은 누군가 오래도록 사무실로 쓰여왔다는 느낌보다는 급조된 사무실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이 조그마한 공간이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아주 고요한 적막만이 흘렀다.

한참 후, 오후 2시를 몇 분 앞두고 나인수 전 시장과 신정훈 도의원이 나타났다.

그리고 서로가 악수를 나누더니만 작은 공간 한 켠에 방으로 사용됐던 곳으로 들어가 나란히 앉았다.

그리고 잠시 후….

시계가 오후 2시를 알렸다.

컴퓨터 봉인이 뜯겨지는 순간이었다.

나인수 전 시장 측 참관인 나모씨와 신정훈 도의원측 참관인 정모씨가 이를 지켜보았다.

모두가 숨을 죽였다.

잠시 후, 이를 지켜보던 정모씨가 밖으로 뛰쳐나가면서 “이겼다”라고 외치는 소리가 고요한 적막을 깼다.

이는 지난 2002년 제2회 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현직시장이었던 민주당 김대동 후보에 대응하기 위해 나인수 전 시장과 신정훈 도의원이 후보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를 끝낸 후, 그 결과를 발표하던 상황이다.

당시 신정훈 도의원은 나인수 전 시장과 후보단일화를 이룬 후, 민주당 김대동 후보를 800여표차로 이기고 당선됐다.

그리고 지난 2005년 지방선거에도 별 어려움 없이 당선돼 나주시정을 8년여간을 이끌었다.

세심히 들여다보면 신 전 시장에게는 나 전 시장이야말로 은인과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당시, 민주당 김대동 후보가 임기 말에 소방서부지매입사건 등으로 인기하락이 예상됐지만 김대동 후보가 현역시장 프리미엄을 얻고 출발시점에서부터 독주양상을 보였던 터라 ‘신-나 후보단일화’는 신 전 시장이 민선 4기까지 내리 독주할 수 있는 주춧돌 역할을 했다.

지난 2005년 지방선거에서도 나 전 시장은 민주당 나주시장 경선에 참여했다가 김대동 후보에게 패하자 민주당을 탈당하고 신 전 시장의 당선을 도왔다.

이렇듯 신-나 전 시장 간, 두 사람의 관계는 보통 이상이었다.

지난 5일, 법원은, 나 전 시장을 사업비를 부풀려 보조금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사기)로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는 지난 2월 26일, 신 전 시장을 중도에 하차케 했던 공산면화훼단지 사업과 너무나도 비슷하다.

공산면화훼단지 사업자는 특가법상 사기로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었다.

그리고 보조금을 지급한 공무원들에 대한 재판결과는 사법기관이 본격 수사에 나선 지, 4년 5개월여만에 대법원의 유죄판결로 마무리됐다.

이번 사건 역시, 사업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받았던 사업자에 대한 책임은 밝혀졌지만 보조금을 관리했던 공무원들에 대한 책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사법기관의 수사가 요구되어지는 대목이다.

지방자치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기 살을 도려내는 아픔이 있겠지만 책임을 명백히 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몇 년 뒤, 더 나은 성숙된 지방자치시대를 맞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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