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투표하는 날 투표장에 가서 하면 될 것이제 뭣 땜에 맨날 전화질이여?”

하루가 멀다 하고 걸려오는 여론조사 전화에 이(86)여사는 끝내 분통을 터뜨리고 말았다.

투표는 아무리 친한 사람에게라도 그 결과를 알려주어서는 안 된다는 ‘비밀투표’ 신봉자인 이 여사에게 여론조사는 “혹시 누가 나를 떠보려는 것일까?” 의구심마저 든다고 했다.

이렇게 치러진 더불어민주당 전남도지사 경선, 나주시장 경선에 비하면 도의원 선거는 의외로 싱겁게 끝난 분위기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의원 경선이 지역선거판을 후끈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제8대 나주시의회에 들어갈 수 있는 의원 수는 지역구 선출직 의원 13명, 비례대표 의원 2명 등 모두 15명이다.

하지만 지난 24일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예비후보등록을 한 나주지역 예비후보는 모두 28명, 경쟁률로 보자면 둘 중 한 명은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 하는 상황이지만, 후보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두 세배는 넘어서고 있는 분위기다.

더구나 민주당 공천이 당선으로 향하는 급행열차라고 생각하는 후보들에게는 오매불망 공천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나주선거판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 지역의 정치적 맹주로 여겨졌던 신정훈 도지사 예비후보가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뒤 민주당은 동력을 상실한 분위기다. 그러다보니 입지자들은 이미 ‘각자도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분위기다.

가선거구(남평·산포·금천·노안·다도)에서는 3명을 선출하는 선거에 6명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나선거구(금남·성북·송월·다시·문평)에서는 현역위원 4명을 포함해 7명의 예비후보가 뛰고 있지만 정작 당선의 영광은 3명만이 누릴 수 있다.

올해 새롭게 선거구가 개편돼 4명의 시의원을 선출하는 다선거구(세지·봉황·빛가람동)의 경우 11명이 예비후보등록을 마치고 너나없이 표밭을 누비고 있다.

무려 7개 지역으로 구성된 라선거구(이창·영산·영강·왕곡·공산·동강·반남)의 경우 3명을 선출하는 가운데 4명만이 경합을 벌이고 있어서 의외로 차분한 분위기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우렁이 속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다선거구의 경우 난데없이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란 인터넷 속어)’ 후보,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 나온 사람)’ 후보 논란이 일면서 민주당 경선구도에 미묘한 먹구름대가 형성되고 있다.

현지 예비후보들에 따르면, 지역구도 아닌 후보가 버젓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쳐 ‘듣보잡’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으며, 그동안 별다른 활동도 없던 사람이 ‘청년’이라는 자격만으로 전략공천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다른 입지자들은 민주당의 공천전략에 대해 기회균등의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야합이라고 일제히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찌감치 민주당 소속으로 예비후보 등록을 했다가 최근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Y씨는 “지난 2014년 선거 당시 시민여론 100%였던 경선룰을 아무런 고지도 없이 권리당원 50%, 시민여론 50%로 변경 했음에도 깨끗하게 결과에 승복하고 묵묵히 당을 지켜왔으나, 이번 공천과정에서도 청년과 여성 전략공천이라는 이유로 지역구도 아닌 사람을 내세워 표를 가로채는 행위는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Y씨는 전남도당에 재심의를 청구하였으나 결국 내사종결이라는 답변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는 푸념을 털어놓았다.

이런 구도라면 더불어민주당의 공천권이 곧 당선권이라는 기대는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나돌고 있다. 실제로 일부 무소속 예비후보들의 경우 오랜 지역구 활동을 통해 다져진 표밭에서 너끈히 당선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후보도 있다.

현재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해 전남선관위가 선거법위반으로 조치한 건수는 103건으로 이중 고발이 20건, 경고가 83건이다. 조치 건수가 모두 민주당과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가 민주당 경선 잡음으로 인한 것들이다.

인쇄물과 기부행위가 각각 29건, 26건으로 가장 많고 허위사실 공표 13건, 여론조사 10건, 문자메시지 7건, 시설물 5건, 공무원 선거개입 2건, 집회 1건 등이다.

이 가운데 우리지역 선거와 관련된 위법행위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과연 이번 선거가 끝나면 지역은 조용해 질 것인지, 우려반 기대반 속에 6월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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