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시의 오락가락 행정이 갈등의 진원지

광주에서 강진에 이르는 고속국도 255호선 공사 구간 중 제6공구 구간의 횡단 육교 설치 문제로 인근 주민들 간에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곳은 나주시 남평읍 방축마을과 산포면 등수리 인근 건설 현장이다. 주민들 중 일부는 고속도로 위로 지방도인 시도 10호선(이하 지방도)이 지나가도록 되어있는 횡단육교 설치 계획을 수정하여, 고속도로 아래로 이 지방도가 지나가게 해달라고 민원을 제기하였고,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은 현재 설계되어있는 계획대로 진행해야한다며 반대 민원을 제기하였다.

이에 도로공사측은 지난 7월 11일, 산포면 복지회관에서 이해 당사자 주민 및 시공사, 나주시 공무원, 도로공사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의견조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으나 서로의 입장만 확인한 채 성과 없이 끝났다.

현재의 설계를 변경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주민들은 횡단육교 설치 시 자전거나 도보 통행이 어렵고, 전국적으로도 고속도로 위에 지방도가 지나가는 경우가 별로 없다며, 고속도로에 교량을 만들어 그 아래로 현재의 지방도가 지나가게 해 달라는 것이다.

반면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은 이렇게 할 경우 고속도로의 높이가 더 높아져 경관 차폐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설계를 변경할 경우 현재 계획되어있는 등수1육교 공사가 폐지됨으로 농지통행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등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측은 주민 간에 원만한 합의가 도출된다면 주민 편의를 위해 추가로 소요되는 20여 억 원을 부담하고서라도 설계변경을 적극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주민 갈등의 진원지는 오락가락한 나주시의 행정이라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당초 한국도로공사(이하 공사)는 고속도로 아래로 지방도가 지나가는 방법으로 나주시에 고속도로 실시 설계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였으며, 2015. 10. 5 나주시는 이에 동의하는 회신을 보냈다.

그러나 그 후 공사 측은 공사비를 절약하기 위해 고속도로 위에 지방도가 지나가는 횡단육교방식으로 설계를 변경하고자 나주시 등 관계기관과 협의를 진행하였고, 2016.10.18.나주시는 횡단육교 설치에 대한 동의 회신을 보냈다.

다만 약 5%로 설계되어있는 경사도를 동절기 결빙에 따른 사고예방을 위해 3~4%로 낮춰달라는 조건을 붙였다.

이러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일부 주민들은 이와 같은 횡단 육교 설치에 반대하며 설계변경을 통해서라도 고속도로 아래로 지방도가 지나가게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에 실무를 맡았던 나주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횡단육교 설치 사실을 몰랐으며, 동의해준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가 후속 취재가 시작되자 횡단 육교 설치에 동의한 사실을 뒤늦게 시인하는 등 석연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나주시 건설과 토목팀장은 주민들의 질의에 “횡단육교 설치는 동절기에 관리비가 많이 소요됨으로 관리 측면에서 고속도로 아래로 지방도가 지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혀 일부 주민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설계변경 반대 측 주민들은, 나주시가 횡단 육교 설치를 동의해놓고, 이제 일부 주민의 민원이 제기되자 입장을 바꿔 고속도로 아래로 지나가는 도로가 관리하기에 좋다며, 오락가락 행정을 펼쳐 주민들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공사 측 관계자도 애당초 나주시가 횡단 육교 설치에 동의하지 않았다면 횡단 육교 방식의 설계를 하지 않았을 것이고, 이에 따라 처음부터 고속도로 아래 통행 방식으로 설계되었다면 이러한 민원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이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사안에 대해 기존의 입장을 바꿔가면서까지 일부 주민의 의견에 발을 맞추는 듯한 관계 공무원의 모습은 이 갈등을 해소하기보다 오히려 증폭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같은 사태에 대해 한 주민은 “몇 백년을 내다보고 건설되어야하는 고속 국도가 일부 주민들의 민원에 따라 갈팡질팡하고,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에 대해 중심을 잡아야 할 나주시마저도 민원인의 입김에 따라 오락가락 행정을 펼치는 모습을 보니 국가기반사업인 고속도로 건설 공사 진행에 차질이 오지 않을까 걱정 된다”고 밝혔다./ 정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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