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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행사 관행이 된 내빈 소개와 축사, 이대로 좋은가?
2018년 11월 04일 (일) 19:29:01 정성균 기자 jeongsksk@hanmail.net
   
  정 성균 기자

며칠 전 나주 모 농협이 주최한 조합원 한마음 축제 현장 이야기다.

1부 식전 공연에 이어 공식 기념식 행사가 시작되자, 시상식과 함께 기념사와 축사가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되었다. 수 십 명에 달하는 내빈들을 일일이 거명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는 내빈 소개 순서가 끝나고 행사를 주최한 조합장의 기념사가 시작되었다.

이어서 내빈으로 초청된 농협 중앙회장이 단상에 올라 축사를 시작하였다. 축사의 주 내용은 중앙회에서 농업인을 위해 자신이 노력한 업적과 이 축제에 참석한 정치인 등 내빈에 대한 찬사였으며, 무려 15분 동안이나 이어졌다. 뒤이어 단상에 오른 나주시장, 국회의원, 시의회 부의장, 민주당 나주 화순 지역위원장 역시 이에 화답하며 서로 품앗이 하듯, 낯 뜨거운 찬사를 주고받았다.

 

이렇게 내빈 소개와 축사가 이어지는 한 시간 동안 연로한 조합원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뜨거운 가을 햇볕 아래에서 지루한 시간을 견뎌야만 했다.

이날, 이를 지켜본 조합원 모씨는 “조합원을 위한 위안잔치에 초청된 내빈들이 자신을 홍보하고 서로 치켜세우는 모습을 왜 우리가 보고 있어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정당 행사도 아닌데 민주당 지역 위원장까지 나서서 내빈 축사를 하는 걸 보니 농협의 주인인 조합원을 위한 잔치가 아니라 내빈을 위한 정치 선전의 장이 되고 말았다”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행사 관행은 지역 내 모든 행사에서 대동소이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번 나주시에서 주최한 전라도 정명 천년 기념식에서도 시장, 국회의원, 시의회 의장, 나주시와 자매결연한 일본 시장 등 30여분에 걸친 축사를 듣기 위해 시민들은 추운 가을 밤 날씨에 오돌오돌 떨어야만 했다

이렇듯 행사 참석자들의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내빈 중심의 행사를 진행하는 관행이 견고하게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행사 주최자와 내빈 간의 이해관계가 일치되기 때문이다. 주최자는 참석한 내빈들의 면면에 의해 그 행사의 위상이 결정된다고 믿으며, 내빈들은 자신의 입지를 참석자에게 알리는 절호의 기회가 되기 때문에 서로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식으로 이 관행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관행은 행사의 주인이 되어야할 참석자에 대한 배려가 고려되지 않아 불편을 끼칠 뿐만 아니라 주객이 전도되는 행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깊이 있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관행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기도 하다. 즉 내빈 소개의 순서에 따라 그 사람의 사회적 서열이 규정되며, 내빈 중에서도 축사를 하는 사람과 하지 못한 사람이 나뉘어 사회적 지위가 결정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행사를 주최하는 측에서는 참석자에 대한 배려를 우선으로 순서를 준비하여 내빈 소개 순서를 간략하게 하고, 축사 역시 행사 성격에 따라 꼭 필요한 소수의 사람에 한정하여 짧은 시간에 마칠 수 있도록 기획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모델로 TV에서 생중계하는 정부 부처 주관 기념행사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행사에는 기념사외에 축사 및 내빈 소개가 대부분 생략되고 문화공연, 프리젠테이션, 영상 등을 활용한 시각적인 메시지 전달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나주시에서 주최하는 공식 행사에서는 이와 같은 내빈 소개나 장황한 축사, 격려사, 기념사 등으로 내빈을 위한 ‘그들만의 잔치’가 되지 않고, 일반 시민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행사가 준비되어야한다고 본다.

이와 함께, 지역 내 각종 사회단체나 기관에서 주최하는 행사에서도, 관행이 되어버린 내빈 소개와 축사 등에 대해 개선할 부분은 없는지 성찰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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