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주 토요일마다 3년째 나홀로 음악봉사

1~2급 장애인 100여명이 모여 사는 계산원. 

지난 12월 8일은 12월의 둘째주 토요일이다. 

기자가 계산원엘 들어서는 순간, 주위는 아주 조용했지만 건물 안에는 섹소폰 소리와 함께 발음은 어눌하지만 노래소리가 쩌렁쩌렁하니 마이크를 통해 왁자지껄 흘러나왔다.

이는 1층 강당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이다.

강당 문을 여니, 장애인 70여명이 색소폰 소리에 맞춰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르는가하면 다른 장애인들은 몸을 흔들면서 춤을 추며 뛰어논다. 아주 신이 난 모습들이다.

계산원 안에서만 생활하는 이들 장애인들을 저렇게 신이 나도록 만드는 저 색소폰 연주자는 과연 누구일까?

입에 섹소폰 피스를 입에 물고 잔득 양 볼이 볼록하게 바람을 불어넣고 섹소폰 연주를 하고 있는 사람은 3M 나주공장 전병진 과장이었다.

지난 2015년도 나주 3M회사가 계산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됐는데 그때 전 과장이 계산원과 인연을 맺은 것이 계기가 되어 3년여째 꾸준히 혼자서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전 과장은 “회사에서 여러 사람들이 봉사를 하는 것을 보고 나도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처음엔 독거노인들을 찾아다니며 봉사를 하게됐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전 과장이 계산원을 방문했을 때, 장애인들이 음악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본격 음악봉사를 나서게 된 것이다.  

계산원 김미경 원장의 말에 따르면 장애인들이 둘째주 토요일만 기다리는 눈치라고 한다. 

둘째주 토요일은 전 과장이 계산원에서 봉사를 하는 날이다. 

그날은 장애인들이 아침부터 유리창가로 몰려들어 전 과장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린단다. 

전 과장이 나타나면 우르르 몰려가 전 과장의 악기장비들을 장애인들이 스스로 운반한다는 것. 고가장비라서 그걸 전 과장이 말릴 수도 있지만 전 과장은 이를 개의치 않는다. 

이렇듯 단 순간에 장애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버린 건 전 과장만의 특기이다. 

180cm에 가까운 키에 몸무게 80kg이 넘을 정도의 육중한 체구에서 흘러나오는 넉넉함이 장애인들의 마음에 큐피트의 화살을 꽂히도록 했다.

그 넉넉함은 음악봉사를 하는 과정 중에도 아주 잘 나타난다. 

고가의 장비임에도 불구하고 전 과장은 장애인들이 자유스럽게 만지며 놀도록 한다. 

대체적으로 음악봉사현장의 모습은 봉사자들이 노래를 부르고 장애인들은 가만히 앉아서 단지 듣고 보는 형식의 봉사지만 전 과장이 하는 봉사는 그렇지가 않다. 

장애인들 스스로가 마이크를 들고 전 과장의 색소폰소리에 맞춰 직접 노래를 부른다. 이때 장애인들은 스스로가 가수가 돼버린 기분을 느끼는 것 같다. 

다양한 포즈를 잡아가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어색하지만 TV에서 보는 꼭 가수들의 제스처이다.

앞에서는 장애인들이 춤을 추며 뛰어논다. 장애인 모두가 거기에 몰입하는 모습들이다.

오전 9시30분부터 봉사에 들어가서 약 2시간여 동안 이렇게 장애인들과 함께 한다.

이날 봉사를 따라왔던 나주예술총연합회 김관선 회장은 전 과장에게 섹소폰을 가르친 사람이다.

김관선 회장은 “전 과장이 자기 일에 아주 충실한 사람”이라면서 “전 과장이 술을 좋아하지만 둘째주 금요일은 계산원 봉사 때문에 술 한모금 입에 대지 않고 다음날 봉사를 가곤 한다”고 귀뜸했다.

처음에 전 과장은 혼자 장비챙겨서 이를 옮기고 설치하는 것이 힘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처음으로 계산원에서 음악 봉사활동를 하는데 어찌나 장애인들이 좋아하던지…, 그러한 모습을 보니 점차 그러한 힘든 것도 사라지더라는 것. 

지금은 계산원생들과 아주 친해져 있다. 멀리서 전 과장을 보면 원생들이 달려와 껴안고 장비 등도 날라주고, 또 봉사가 끝나면 차에 실어주기까지 해준다. 그뿐이 아니다. 

전 과장이 떠날 때까지 손을 흔들며 배웅까지 해주니 이제 장애인 친구들이 너무 고맙기까기 한다고 말했다.

전 과장은 여러 사람이 즐겁고 행복할 수만 있다면 언제까지나 봉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조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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