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자신의 실수나 실패를 은폐하려고 한다.

구실일득(九失一得) 구패일승(九敗一勝)이라하여 인생은 실패가 누적된 후에 한 번의 승리가 있는 법인데, 우리 한국 사람들은 이 구실과 구패는 노출 시키지 않고 일승만 붙들고 늘어지며 거기에 연연해한다.

자신이 어리석었다. 자신의 잘못이 있었다. 등의 추상적 처리로 마이너스의 가치를 들추는 일은 종종 있지만 그 같은 추상적 추리는 그 말을 듣는 사람에게 겸손하다는 느낌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쓰인 것뿐 구체적으로 그 어리석음과 잘못을 노출시키지 않는 것이 한국인의 심성이다.

그리고 실책이나 실패에 언급하지 않을 때도 자기 밖에서 그 실책이나 과오의 원일을 끌어낸다. 시합에서 졌을 때, 그것이 참패일 경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막연한 말로 패인을 인정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컨디션이 나빴다는 아리송한 추상적 처리로 자신의 과오나 실수를 얼버무린다. 진지한 자기반성, 구체적인 자기 패인 분석과 같은 솔직함이 드물다.

낙선자는 아무리 큰표차로 떨어졌어도 그 자신의 낙선 이유를 객관성 있게 파악하지 않고 어느 한두 가지로 그 패인을 돌리기에, 다음번에는 그것만 보완하면 꼭 당선될 것을 자신을 각고 임했다가 또 낙선되곤 한다. 한국의 정체성은 바로 이 ‘실패 은패중’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한국인의 의식구조>를 썼던 이규태씨는 적었다.

이번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여당의 참패, 야당의 승리라는 결과로 막을 내렸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선거 결과에 따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계 개편의 신호탄이 시작됐다고 언론들은 연일 참패한 여당의 분열과 재개편에 주목하고 있다.

승리한 야당은 승리 후폭퐁이 두려워 웃고 싶어도 웃지 못하고 있다. 이 모두가 이번 지방선거에 나타난 민심의 준엄한 시대 요청이고 민심의 준엄한 정치 비판의 결과이다.

이번 선거의 결과는 민심이 얼마나 무섭고 냉정한 것인가를 보여주었다. 백성의 소리는 얼마나 객관적이며, 민심을 읽지 못하는 정치는 어떤 심판을 받게 되는가를 보여준 선거 였다.

선거가 끝난 거리에는 당선된 사람들의 ‘당선사례 현수막’과 낙선한 사람들의 ‘낙선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있다. 당선된 정치인은 “진심으로 감사한다.” “이로 보답하겠다.”, “초심으로 돌아가 낮은 자세로 주민에게 봉사하겠다.”, “지역의 변화를 이끌겠다.”, “지역을 사랑하고 지역민을 받들겠다.”, “공약을 지키고 성실하게 일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희망의 포부와 주민에 대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있다.

낙선한 사람들은 낙선한 사람들대로 “성원에 감사드린다.”, “지역민의 선택을 겸허히 수용한다.”, “다른 자리에서 지역민을 위해 일하겠다.”, “지역민심을 인정하고 지역을 더욱 사랑하겠다.”, “다음을 기약하겠다.”고 자성의 말을 전하고 있다.

선거에서 아름다운 마무리는 승자에게는 박수를, 패자에게는 위로의 악수를 건네는 일일 것이다. 승자는 승리에 들뜨지 않고, 자기를 선택해준 지역민들의 진정한 뜻이 무엇인지를 냉철히 돌아보고 새 정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패자는 패배를 인정하고 새로운 자기 정치 방향을 설정해야할 것이다. 다른 방법으로 지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이다.

이직도 선거 결과를 두고 자기반성은 커녕, 상대방의 선거 부정이나 찾아서 승리를 깎아버릴 것인가에 골몰하는 낙선자들이 있다고 한다. 아직도 자신이 낙선한 이유가 지역민들이 잘못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충격에 싸여 원망만 하는 낙선자들이 있다고 한다.

그런 ‘실패 은패중’ 환자들이 다음번 선거에 나와 승리한다고 한들 그들에게 무슨 새 정치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인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실패를 용기 있게 인정하는 사람만이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다. ‘구실일득’, 많이 실패 해온 사람만이 승리의 가치를 안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는 의지가 있는 사람만이 승리의 가치를 안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는 의지가 있는 사람만이 다시 승리 할 수 있다. 지금은 선거를 하면서 나뉘었던 지역 소이기주의 와 갈등의 상처를 씻기 위해 낙선자나 당선자나 노력해야하는 시기이다. 그것이 진정한 지방자치의 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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