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나주 남평 오거리 파머스마켓 방향, 왕손짜장 골목에 터를 잡고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상인입니다.

이 곳은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60~70년대를 연상케 하는 노포가 즐비한 읍내 거리입니다. 말 그대로 서민 영세업자들이 작은 상점들을 운영하는 낡고 허름한 가게들이 옹기 종기 모여있는 촌스러운 읍내 작은 거리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나름 20~30년째 터를 잡고 있는 터줏대감부터, 갓 오픈한 신생 가게들까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요즘 제가 있는 이곳, 남평 읍내가 이상해졌습니다.

언제부턴가 도로에 사람이 다니질 않고 북적거리던 거리가 조용해졌습니다.

그로 인해 상인들의 한숨은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불경기다 다들 어렵다 하기에 그런 줄만 알았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거리엔 얼마 전부터 작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4월부터 시행된 남평오거리~남평공용터미널 구간까지 짝·홀수 격일제 주정차단속이 시행되었기 때문입니다.

읍내 1차선 중앙선도 없는 거리, 도로 폭도 좁지만 다니는 차량도 많아 복잡하고 상점들 문앞 마다 비상 깜박이를 켜고 서있는 차량이 즐비했지요.

그렇습니다.

이런 거리에 주.정차 단속 시행은 어쩌면 당연한 행정 정책이였지요.

그렇지만, 그 덕분에 거리는 아주 조용해졌습니다.

파머스 마켓과 농협 빼고는 딱히 주차할 주차장도 없는 읍내 거리에서 전엔 잠시 깜빡이를 켜놓고 정차하고 일을 보던 고객들이 주·;정차단속 때문에 차에서 내리지 않고 그냥 지나치기 일쑤입니다. 

물론, 불법 주·;정차를 단속하는 일, 아주 합법적이고 시민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시행해야 할 마땅한 법령이지요.

하지만 이 후에 미칠 문제까지는 생각하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최근 몇 달세 이 지역 상점을 방문한 주민들이 불법 주·정차 위반 벌금 통보를 받은 건수가 450~500건에 달한다고 합니다.

한 순간에 무고한 시민들은 범법자가 되었습니다.

몇 천원짜리 커피 한잔을 사고, 세탁물을 맡기고, 빵을 사고, 약을 짓고, 과일을 사고, 잠깐 볼일을 보는 작은 일들이 몇 만원 짜리 범칙금을 내야하는 범법 행위가 되 버렸습니다.

무언의 감시자, 항상 지켜보고 있는 눈동자,  CCTV카메라에 찍혀 주정차 위반 과태료를 부과해야 하므로 잠깐 볼일이 있더라도 이 골목을 그냥 지나쳐야 합니다. 

아주 사소한 볼일들이 귀찮은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여기서 잠깐! 이 행정 정책이 진정 거리의 안전과 질서를 위해 시행된 법령인지, 단지 시민들의 혈세를 걷기 위한 시행책 인지 의구심이 듭니다.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입니다.

사람들이 주·정차를 많이 하는 구역이라면 응당 왜 그런지 이유를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일정구역에 사람들이 주·정차를 많이 한다는 것은 그곳에 잠시 멈춰 필요한 업무를 보는 일이 많다는 얘기 인데, 주·정차 단속을 시행한다고 하면 적어도 이용객들이 잠시 주·정차할 공간은 확보 한 후 이러한 정책을 시행해야 할 텐데, 인근 주차할 공간도 딱히 없는 1차선 도로에서 주·정차 딱지를 끊어댄다면 이 지역 상권을 이용하지 말라는 것으로 간주 됩니다.

복잡한 서울, 경기 지역에서도 시민들이 상습 불법 주정차를 하는 도로에 경우, 일정 구역에 잠시 주·정차할 구간을 마련한 후에 단속하던데, 이렇게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시행한 정책은 주차장을 구비하지 않은 인근 소상공인, 서민 자영업자에게는 더 큰 타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럴거면 왜 이 지역에서의 개인사업자 승인을 허가하였는지 묻고 싶습니다.

차라리 이 지역에서 장사하지 말라고 사업 허가를 내주지 말았어야 하는 게 아닌지 원망스럽습니다.

어느 지역에서는 그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 시와 지역단체가 앞장서 지역과 거리 살리기에 심혈을 기울이는 요즘인데, 저희는 아무런 대책도 강구하지 않고 무작정 시행하는 단속에 지역상권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있어야만 합니다.

얼마 전 이 거리 개선을 위해 간판을 새로 달아주는 사업을 시행하셨던데 간판만 덩그러니 교체하면 뭐합니까? 사람이 다니지 않는 유령거리를 만들어 놓고선...

정작 이 곳에 터를 잡고 생활을 영위하는 상인들은 손님들이 빠져나간 텅빈 거리만 지키고 있을 뿐 입니다.

전라도 5대 장에 들만큼 손꼽히는 남평장도 요즘 사람들의 발길이 줄었다합니다.

물론 주.정차단속 시행 때문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주변 지역 시민들이 이 거리에 유입되도록 거리를 살리고, 특색화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에다른 대책은 내세워놓지도 않고 방관한 채, 격일제 주정차금지제를 시행한다는 건 앞을 내다보지 못한 탁상공론에 불과한 정책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나주 남평은 농업이 주요산업인 건 확실합니다. 하지만 이 지역이 살려면 이 지역 경제가 살아야 하고 상인들이 살아야하는데 이 곳 분들은 이제 다른 지역으로 가서 소비를 하고 있습니다.

좀 더 주차하기 편한 곳 편하게 맘 놓고 차를 세워도 되는 곳으로 가서 차도 마시고 세탁도 맡기고 빵도 사고 볼일을 봅니다.

화순이 고향이신 올해 일흔인 저희 어머니는 남평하면 아직까지도 코흘리게 시절 부모님의 손을 잡고 지석강변 긴 행렬을 따라 남평장에 구경 오신 기억을 떠올리십니다.

광주 1913 송정역 시장에 가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아주 자그마한 시장에 나름의 스토리를 담아 먹거리와 볼거리 있는 광주 여행 필수 코스로 만들어 외국관광객과 타지인이 방문하도록 시와 지역주민과 상인이 힘을 합쳐 관광추천지로 거듭난 곳입니다. 

막상 가보면 아주 작은 시장에 불과한 거리지만 그 곳에 스토리텔링을 하고 의미를 부여하여 관광지로 생기를 불어넣은 곳입니다.

그에 비하면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 남평역을 인근으로 전라도 5대 장에 꼽힐 만큼 규모와 역사가 있는 남평장이 있고, 현대와 전통이 공존하는 남평읍내는 훨씬 더 역사적 가치와 유례와 스토리들이 풍성한데 왜 이런 의미있고 특별한 공간을 방치해 놓는 건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지금 새로운 간판교체 시행보다, 격일제 주.정차 단속보다 시급한건 이 거리에 많은 사람들이 오고 싶게 만들고, 머물다 가는 거리가 되도록 하는 거리 살리기가 시급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나마 저의 작은 소망은 아주 오래되고 낡아 촌스러운 노포 즐비한 거리이지만 많은 분들이 방문하고 사랑하는 나주, 남평 읍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이곳 나주 남평에서 착하고 정 많은 주민들과 오래도록 웃음지으며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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