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문학상 수상작)

그 아이는 황소의 귓속이 꼴 먹일 때부터 궁금했다

처음엔 거기에 달팽이가 기어들어 가 웅웅거리며 사는 것으로 짐작했다

개울가 풀잎을 햝으며 혓바닥 늘어뜨리고
되새김질하는 녀석의 옹알이에 귀기울였고,

겨우내 언 땅을 엎어 광이 나는 봄볕 어깨 위 쟁기가 죽비 맞는 탬플스테이 학생처럼 눈빛에 들어왔다

술 마시는 어버지의 눈물처럼 한평생 그의 노래는 누구에게도 들려지지 않았다

할아버지의 손놀림에 꼬뚜레 걸던 송아지 시절의 절규가 생각난 걸까

그의 귓속에 누가 속삭여 왔을까

살짝 움츠렸던 두 귀를 방긋이 폈다 오므렸다 반복했다

이제 그의 귓속에 늙디늙은 달팽이가 자리잡고 앉아 있나 보다

외양간 여닫는 아버지의 마음은 탱자나무 초가집 굴뚝 연기 되어

앞마당 살굿빛 나뭇가지에 그의 빛나는 노래를 매달아 주었다. 

전남타임스 후원

저작권자 © 전남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