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원 영산강 뱃길연구소 소장

4대강을 반대하면서 공사장 고공타워에서 농성을 하고, 5월말, 젊은 스님 한분(문수스님)은 스스로 몸을 불태워 버렸다.

 또 그걸 목격한 불교 환경운동의 상징이던 수경스님은 6월14일 화계사 주지직과 불교환경연대 대표직을 내놓고, 조계종 승적까지 반납하고 잠적해 버렸다.

그는 10년동안 불교계 지도자로서 새만금반대와 지리산댐반대등 환경운동에 매진해온, 존경받던 승려이다.

4대강사업의 내용이 무엇 이길래 그들이 목숨 걸고 혹은 목숨을 던져가면서까지 막아내려고 할까?

영산강살리기사업을 맨 처음 제안하고, 지금껏 많은 토론회에서 반대단체에 맞서 찬성 측 패널로 활동해온 필자로서는 참으로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많은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받고 있는 스님들과 신부님들의 강력한 반대가 4대강논란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필자도 70년대 군사독재정권과 대적하면서 우리나라의 민주화운동에 큰 힘을 실어준 그들에게 지지와 성원을 보내왔다.

필자가 영산강살리기를 공식적으로 제안한 것은 태풍 루사가 있었던 지난 2002년이다. 태풍 루사는 2002년 8월말, 1000년 빈도의 강우량인 하루 870㎜의 집중호우가 쏟아져서 246명의 사망·실종자와 6조1천억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또 복구비 역시, 9조 4천억원이 들었다.

 이듬해인 2003년 또 사상최대의 태풍인 ‘매기’가 경상도지역을 휩쓸었다.

129명이 사망·실종되고, 재산피해 4조8천억원, 복구비 5조가 들었다.

연이은 태풍루사와 매미를 합하면 인명피해 375명, 피해복구비는 25조 4천억원이나 된다.

강가 상습 침수지역에 사는 필자의 동네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설마한 일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다음해인 2004년 태풍 ‘매기’가 하루강우량 430㎜를 몰고 영산강유역 우리 동네에 들이 닥쳤다.

 계획홍수량인 312㎜를 넘는 양이다. 계획홍수량이란 제방이 범람할 수 있는 강우량을 말한다. 역시 필자의 집은 허리까지 침수가 되었다.

사람들은 동네를 떠나야 하는데도 얼른 떠날 수 없는 현실을 한탄했다.
2002년 태풍매미 이후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매년 계획홍수량이 넘는 500㎜급 태풍이 온다.

작년에는 영산강유역에 하루 410㎜의 비가 두 번이나 왔다. 홍수재해를 책임지는 국토해양부는 312㎜가 100년 빈도의 홍수라 하는데 이게 3-4년마다 들이 닥친다.

지난 6월말 아주대 연구팀 발표에 의하면, 지난 18년간 우리나라 기상재해로 매년 평균 110명이 사망·실종하는데, 그중 56명이 홍수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홍수피해는 당한 곳만 계속 당하게 되고,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참상을 알 수가 없다.

집이 침수돼 하루·이틀 뒤에 물이 빠지고 나면, 사람 목숨 빼면 건질 가재도구가 하나도 남아나지 않는다.

그래서 침수지역 사람들은 집에 옛날 사진이 한 장도 없는 집이 많다. 영산강살리기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아니면 말고’겠지만, 현장의 지역주민은 ‘아니면 망한다’

치수대책이 부실해서 발생하는 피해는 분명 인재인데, 현행법으로는 정부지원이 하나도 없다. 천재지변이라는 것이다. 그 책임을 누가 질것인가? 그 책임은 정부와 치수사업 방해자 들이 져야 맞다.

예부터 구경의 으뜸은 불구경, 물 구경이다. 동네에 불나면 온 동네가 불난 집에 구경나가고, 큰비에 강물이 불어나면 동네사람 모두 강가로 물 구경 나간다. 그렇지만, 구경은 하지만 불난데 부채질하는 사람은 없고, 대개는 강 건너 불 보듯 한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을 목숨 걸고 반대하는 사람들을 보면, 강가에 살면서 비만 오면 잠 못자는 사람들에게 열불이 나게 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하는 일이 불끄러오는 119소방차를 가로막고 드러눕는 모습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전생에 무슨 죄가 많은지? 아니면 그들이 우리와 무슨 원수진 일이 있을까? 반대단체의 얘기를 들어보면, 강 속의 물고기 걱정을 많이 한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그러면 강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목숨은 강 속의 물고기 목숨만도 못하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할 수가 없다. 열불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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