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선비들 필사 재현 시·서·화 현대적으로 되살려내

직접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려 육필시집 ‘독도우체통’을 펴낸 김종 시인
직접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려 육필시집 ‘독도우체통’을 펴낸 김종 시인

긍께 말이어라, 나가 쥐방울만 할 때는 춤 발라 우표딱지 붙여갔고 우체통에만 넣어주면 팔도사방 어디든 착착 배달된다고 배웠당께요. 그래서 골치 아픈 땡깡쟁이는 우표 붙여서 어디던지 콱 보내버릴 수 있다고 우리 엄니가 하도 으름장을 놓는 바람에 홀라당 겁먹는 일이 많았었지라.”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지어낸 김종 시인의 시 독도우체통이 시인의 자필과 그림으로 그려져 한 권의 시집으로 선보였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붓으로 직접 필사하여 문집을 간행했던 것처럼 72편의 시를 붓으로 직접 쓰고 각 시 편마다 이미지에 맞게 회화를 덧붙인 육필시화집.

우리에게 장미원’ ‘밑불’ ‘배중손 생각’ ‘그대에게 가는 연습등으로 널리 알려진 시인 겸 화가 김종이 도서출판 시와 사람을 통해 내놓았다.

광주문화재단 예술육성지원사업으로 발간된 이 시집은 표제작인 독도우체통을 비롯해 모든 작품을 시인이 작품 한 편 한 편에 직접 붓으로 쓰고 그에 맞는 그림을 그려 넣었다.

이번 시집은 그의 시작품을 붓으로 쓰고 작품마다 이미지화한 시인의 그림이 함께 실어 회화와 서예를 시작품과 콜라보하였고 모두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작품마다 마치 수틀에 수를 놓듯 한 땀 한 땀 육필로 쓴 필사의 산뜻함을 더하여 시가 읽히는 색다른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김종 시인은 선조 시인들이 필사하여 돌려 읽던 그 시대로 돌아가서 시집 한 권을 어렵게 소유하던 시대의 모습을 흉내라도 내고 싶어 직접 붓을 들어 필사하고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김종 시인은 우리 선인들은 짓고 쓰고 그리는 경지를 풍류와 멋의 차원에서 이해하였고 이를 시··화라 하여 동일선상에서 크게 평가했던 사실을 상기하며 읽는 이에게 시각적 효과를 더한 작품의 감동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작업 이유를 덧붙였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일본의 독도만행을 꾸짖는 김종 시인의 ‘독도우체통’편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일본의 독도만행을 꾸짖는 김종 시인의 ‘독도우체통’편

이번 작품집의 표제작 독도우체통은 일본을 상대하여 국토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온 우리 국토 독도를 특수상황의 우체통을 소재 삼아 전라도 사투리에 스민 절절한 어조로 노래하고 있다.

시인은 시를 사랑하는 독자들이 시 작품에 따른 마음의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써서 마음에 표상하듯 독서하는 것을 소원했다그 일을 위해서 작품마다 글씨를 쓰고 그에 맞는 이미지를 그림으로 형상하여 한껏 시각적 효과를 도모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번 시집에는 시인이 그간 여러 지면에 발표한 시 작품은 물론 광주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 도시를 순회하며 펼쳤던 14차례의 개인전에서 주목받았던 회화작품 30여점과 각 작품마다 별도로 삽화가 실려 있다.

김종 시인의 회화작품은 수많은 서책 표지화나 화보 등으로 활용되기도 했는데 문학 분야의 서책 표지화는 물론이고 전체를 채운 서책만도 30여권을 넘길 만큼 왕성하게 작업해 왔다.

서예 또한 대한민국 동양서예대전의 초대작가와 한국추사서예대전의 초청작가가 된 이후 서예계의 최고의 권위인 <추사 김정희선생 추모 전국휘호대회>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최근 들어서는 시적 묘미를 더한 활판시집이 출판되면서 신선한 반응을 일으키곤 하지만 시작품을 모필로 쓰고 그에 맞는 그림을 더하여 시적 형상성을 더한 시집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강경호 시인은 이번 독도우체통에 대해 지금까지 본 시집 중에서 가장 독특하고 개성있는 시집이라면서 김종 시인의 참신하고 개성 있는 시집이 갖는 무게와 더불어 구면과 싸우며 초면을 찾아가라는 시정신이 그의 시를 대하는 태도와 시적 정신을 말해주며 우리 시단에 또 다른 길을 안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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