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김양순
편집국장 김양순

한때는 열광했던 소설가 이문열, 대학시절에 읽었던 그의 칼레파 타 칼라라는 단편소설이 요즘 부쩍 머릿속에 맴돈다.

기원전 441년 어느 봄날, 한 남자가 포세이돈 신전이 있는 언덕을 배회하다 중얼거리듯이 한 마디 내뱉었다.

아테르타 시민이여, 우리는 압제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연히 그 말을 들은 어떤 사람이 엉뚱하게도 그것을 신탁(神託)으로 여겨 그렇다, 우리는 압제 받고 있는 것 같다라고 대답하였고, 그 대답은 메아리가 되어 마을로 전달되었다.

그때부터 시민들은 그들이 평등하다고 느꼈던 삶에 의문을 제기하며, 심지어 도시의 지도자가 신고 있는 샌들의 굽이 다른 사람보다 높다는 것도 불평등의 꼬투리가 됐다. 결국 군중들이 들고 일어나 그 지도자를 몰아내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시민들의 소요는 어이없이 끝났고, 언덕 위의 남자가 이렇게 말했다.

칼레파 타 칼라!”  좋은 일은 실현되기 어렵다는 뜻이었다.

요즘 나주시가 펼치는 사업들을 보면서 나주시는 공평한가?” 하는 의문이 든다.

원도심에서는 생태환경을 파괴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혁신도시에는 200억원대의 예산을 들여 생태숲을 조성하고 있는 것만 봐도 나주시 행정의 정체성을 가늠하기 어렵다.

나주 원도심에 20여 년 전 30억 여원을 들여 조성한 금성관길이 있다.

도심 속 유일한 생태가로수길인 이곳은 정수루 앞에서 국도1호선까지 아름드리 느티나무와 이팝나무 등 가로수 사이에 철쭉과 영산홍을 심어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매연과 먼지, 열기를 막아주는 울타리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나주시가 도시재생사업을 한다며 애초 실시설계에도 없던 도로공사를 한다며 철쭉과 영산홍 등 3 그루 남짓한 나무들을 파내고 그 자리에 시멘트 콘크리트를 부어 화강석을 깔고 있는 것이다.

오가는 시민들은 혀를 끌끌차며 "여름에는 돌들이 달궈져 뜨겁고, 겨울에는 빙판길이 녹지 않아 낙상하기 십상"이라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구나 이 무지한 공무원들은 도심 한복판에 공원과 주차장을 조성한다면서 수십 년 동안 시민들의 삶 속에 그늘과 산소를 제공해 주고 꽃과 열매를 주었던 향나무 군락과 감나무, 오동나무 같은 수목들을 모두 쳐내버렸다.

그들이 밝힌 이유는 향나무는 배나무에 해로운 나무이기 때문이란다. 도심 한복판에서 배나무를 걱정하는 이 무지한 발상이 바로 나주시 행정의 현실이다.

그러면서 혁신도시에는 200억원 규모의 도시 바람길 숲조성사업을 추진한다며 자랑스럽게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나주시.

도시생활권의 열섬현상, 미세먼지·악취 등 각종 대기환경 문제를 대규모 녹지 테마 공간 조성을 통해 개선하는 사업으로 숲길을 통해 발생하는 맑고 차가운 공기가 도시 내 공기순환을 촉진시켜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과 폭염을 유발하는 열 공기를 도시 외부로 배출시키기 위함이란다.

사업비도 엄청나다. 국비 100억원에 시비 100억원을 들여 총 200억원이 투입한다니, 나주시 씀씀이가 통이 커지긴 커졌다.

좋은 일이다. 그럼에도 원도심 주민들 사이에서는 혁신도시는 사람 사는 동네고, 원도심은 공사판이냐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왜 아니겠는가. 나주시는 또 부동산개발업체에서 추진하는 금성산 월정봉 일대에 전원주택단지 조성사업까지 승인해주었다. 나주시가 선포한 사람 중심 그린인프라 구축은 원도심과 혁신도시가 다르게 적용되는 것인가.

나무 한 그루는 연간 에스프레소 1잔 만큼의 미세먼지를 흡착·흡수한다고 한다. 플라타너스는 잎 115평형 에어컨 8대를 하루 5시간 가동하는 효과를 주고 느티나무 한 그루는 연간 성인 7명의 산소량을 방출한다는 발표가 있다.

나주 원도심의 나무 한 그루가 주는 혜택은 선풍기 100대를 돌리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나주시는 못하는 것일까, 애써 외면하는 것일까.

금성관 주차장의 아름드리 은행나무를 시작으로 나주시는 원도심의 가장 소중한 자산들을 불쏘시개로 만들어 가고 있다.

차별인 듯, 아닌 듯 나주시의 도시정책에 원도심 시민들은 묻고, 따지고, 분노하면서 우리도 맑고 쾌적한 세상을 살고 싶다"며 절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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