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김양순
▲편집국장 김양순

추석 이후 시작된 ‘테스 형’ 신드롬. ‘테스 누나’면 몰라도 ‘테스 형’이라니... 의아해하면서도 굳이 그 이유를 알려고 하지 않았다.

한 노장 트로트 가수가 공연 중에 부른 노래라고 해서 호기심이 작동하지 않은 이유도 있다.

지금까지 나는 영국의 작가 토마스 하디의 장편소설 ‘테스’의 주인공 테스가 전부였던 시대를 살아왔다.

하지만 나도 결국 ‘테스 형’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다산연구소에서 보내온 한 통의 메일을 받고부터다.

‘아, 테스 형’이라는 제목으로 배달된 이메일은 성균관대학교 송재소 명예교수가 쓴 칼럼이었다.

“어쩌다가 한바탕 턱 빠지게 웃는다 / 그리고는 아픔을 그 웃음에 묻는다” 로 시작되는 이 노래의 주제는 ‘아픔’이다. 이어지는 “아!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 아! 테스 형 소크라테스 형 / 사랑은 또 왜 이래”에서 이 아픔의 정체가 드러난다. 

그의 아픔은 세상에 대한 아픔이고 사랑에 대한 아픔이다.

그리고 마지막의 “아! 테스 형 소크라테스 형 / 세월은 또 왜 저래 / 먼저 가본 저 세상 어떤가요 테스 형 / 가보니까 천국은 있던 가요 테스 형”에서 이 아픔은 세월에 대한 아픔까지 품는다

송재소 교수는 가수 나훈아가 세상이 아프고 사랑이 아프고 세월이 아픈 이유를 ‘테스 형’에게 묻고 있는데, 흔히 대중가요가 개인적인 정서를 노래하는 데 반해, 나훈아는 개인의 정서를 넘어서 어지러운 세상, 덧없는 인생에 대한 깊은 고뇌를 노랫말 속에 담았다는 것에 대해 감동의 무게를 두고 있었다.

어릴 적 호롱불 아래서 어머니는 일곱 남매 구멍 난 양말을 깁고, 나와 동생은 숙제를 하고, 언니와 오빠는 라디오에서 나오은 비틀즈를 듣던 옛 추억이 소환되면서 어머니가 흥얼거리던 나훈아의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 울컥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소환한다.

‘테스 형’의 가사를 보니 한 편의 시와 같다.

‘아픔-세상-사랑-세월’로 이어지는 가사의 맥락도 그렇거니와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 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 라든가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 형”과 같은 구절 또한 반짝이는 훌륭한 시구(詩句)라 할 수 있다. 

올해 ‘테스 형’은 결국 정치권으로까지 넘어갔다. 지난 국감장에서 두 명의 ‘테스 형’이 소환되는데 국토교통부 국감장에 등장한 ‘소크라_테스 형’과 광주시교육청에서 열린 국립대 국감장에 등장한 테스형은 ‘히포크라_테스 형’이었다.

그러고본니 이제는 나주에도 ‘테스 형’이 꼭 한 번 다녀가야 할 연말연시다.

나주시가 각종 평가에서 상을 받았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게 상을 받을만해서 받은 상인지, 아니면 상을 받기 위해 일을 한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나주시가 올해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지난해보다 2등급이나 뛰어오른 종합 3등급을 기록했다며 자화자찬이다.

지난해까지 최하위등급인 5등급의 불명예를 안았던 나주시는 올해 청렴도 향상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축하할 일이다.

활발한 대외활동을 통해서 시민들의 행정에 대한 인식을 개선이 됐지만 여전히 내부청렴도는 5등급을 못 벗어났다.

환경미화원 채용비리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의원을 고발하는 문제로 시끄러운 상황이다.

공무원노조와도 여전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고, 빛가람동은 여전히 SRF 문제를 떠안고 새해를 맞이하게 돼 우울하기만 하다.

나주시가 진정 청백리로 이름을 날리고 싶다면 ‘테스 형’을 불러서 물어보라.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3년 연속 내부청렴도 1등급에 종합청렴도 2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해남군을 보고 배우라.

그 밥에 그 나물인 전라남도 따라하지 말고.

전남타임스 후원

저작권자 © 전남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