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진료실에 아이와 함께 내원한 보호자가"얘, 완전 게임 중독이에요. 게임만 하려고 해요" 말씀하시는 사례가 굉장히 흔합니다. 일상에서도 알코올 중독, 마약 중독, 담배 중독 같은 전통적인 중독 이외에도 인터넷 중독, 게임 중독과 같이 중독이라는 용어가 매우 친숙하고 또한 흔하게 쓰입니다.

중독은 '마약 김밥'이라던가 '중독성 있는 노래'와 같이 일상생활에서 편한 수식어로 쓰이기도 하는 한편, 알콜 중독자, 마약 중독자와 같이 단어 자체가 멸시하는 의미를 가지기도 합니다. 중독이란 무엇이고 왜 우리는 중독에 빠지는 것일까요.

중독이란 좁은 의미에서 '어떤 물질에 노출 후, 약물 공급이 갑자기 중단되면 나타나는 부정적인 변화인 '금단'과 같은 결과를 얻기 위해 더 많은 물질을 필요로 하게 되는 '내성'을 동반한, 반복하여 어떤 물질을 찾고자 하는 상태입니다.

넓은 의미에서 도박, 일과 같은 행위도 금단과 내성을 동반한 반복적인 추구로 나타난다면 중독의 범주에 넣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약 중독, 도박 중독, 알콜 중독 등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중독의 과정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필요한 생리작용의 일부입니다.

생명체로서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우리는 이로운 일들을 많이하고 해로운 일들을 피해야 할 것 입니다. 우리가 먹고, 마시고, 자녀를 낳고 양육하는 행동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진화하였고 이러한 행동을 반복하도록 동기를 부여합니다.

뇌에는 이러한 과정을 조절하는 보상 회로가 있어 우리가 즐거움을 느끼는 행동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이는 점점 내가 즐거운 일을 하도록 이끌어 갑니다. 인간에게 필수적인 열량을 얻을 수 있는 대표적인 에너지원인 당이 입에서 달콤하게 느껴지고 자꾸만 초콜렛에 손이 가게 만드는 원리가 거기 있습니다.

음식을 섭취할 때마다 고통스럽다면 식사를 피하게 됨으로써 쇠약해지거나 식사를 하면서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항상 보상회로를 자극하는 것들이 우리에게 이로운 것은 아닙니다.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열량을 공급해주는 당이 주는 즐거움에 지나치게 빠져든다면 비만, 당뇨 등의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며 알코올이나 담배, 마약과 같이 생명활동에 해가 되는 물질들도 보상회로를 자극하고 중독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특히 술, 담배, 마약 등의 물질들은 자연 상태에서 얻을 수 있는 자극보다 훨씬 강하게 우리 뇌를 자극하여 평소 생활보다 훨씬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결국 중독이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원래의 뇌기능이 이상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건강한 삶과 행복을 얻기 위해서 보상회로와 중독이 발달했다면 왜 중독이 자신의 건강과 주변사람들에게까지 해악을 끼치도록 만드는 것일까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성취감은 수반되는 노력이 크고 항상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나 중독에 의해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은 대체로 쉬우며 즉각적이기 때문에 지극히 합리적인 이유로 불합리한 행동을 하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으로 유해중독물질이나 해로운 행위가 자신의 건강과 삶, 인간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것은 상당수의 환자분들이 알고 있지만 미래의 해악은 멀리 있으나 즉각적인 즐거움과 당장의 금단에 의한 괴로움은 눈 앞에 있기 때문에 몸에 좋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중독으로부터 멀어지기 어렵습니다.

우울장애나 불안장애와 같이 현재 괴로움에 처해있거나 품행장애와 같이 자기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환자분들에게서 중독장애가 동반이 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현재 내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중독 물질이라면 중독 물질을 끊는 다는 것은 삶의 유일한 즐거움, 또는 삶의 의미를 뺏는 것과 같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중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선 중독이 주는 쾌감 이상의 즐거움을 일상의 건강한 생활에서 얻을 수 있도록 하는게 중요합니다. 비유적으로 표현하면 중독은 중독으로서만 치료가 가능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후자의 중독이란 우리의 건강과 삶을 이롭게 해줄 수 있는 것들로 인한 즐거움을 말합니다. 적당한 운동, 친밀한 사회적 관계, 성공 경험 등 나를 이롭게 하는 것들에 대한 적당한 몰입이 궁극적으로 나를 해로운 중독으로부터 벗어나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반되어 있는 우울장애와 같은 정신적 어려움이나 실직, 빈곤과 같은 사회적 어려움에 관심을 기울여야 중독으로부터 벗어날 마음의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누군가 게임에 빠져있다면 그로인한 악영향을 고려함과 동시에 왜 수많은 즐거움 중 게임에 빠져있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봄직합니다.

물론 불확실한 것을 맞추는 도박이 주는 쾌감이나 마약과 같은 중독물질이 주는 쾌감을 가벼히 볼일은 아니며 그런 중독이 건강했던 사람도 한순간에 통제력을 잃어버리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합니다.

하지만 어떤 중독이 있다면, 이 세상에서 그외의 무언가가 그만큼의 행복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볼때 왜 우리가 중독에 빠지게 되는지에 대한 대답을 얻을 수 있으며, 또 어떻게 빠져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은 괴롭기 위해서 살아가는게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