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김양순
편집국장 김양순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이 있다. 풀과 녹색은 같은 빛깔이라는 뜻으로, 서로 처지나 부류가 같은 사람들끼리 함께함을 이르는 말이다.

이와 비슷한 말로는 가재는 게 편’, ‘이리가 짖으니 개가 꼬리 흔든다’, ‘검둥개는 돼지 편이라는 속담도 있고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로 통한다.

그런데 서로 비슷해야만 통하는 것일까?

묘서동처(猫鼠同處)’라는 말이 있다.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는 뜻으로 위아래 벼슬아치들이 부정 결탁해 나쁜 짓을 함께 저지르는 상황을 뜻한다.

쥐는 몰래 집에 들어와 곡식을 훔쳐 먹고, 고양이는 쥐를 잡는 동물이다. 그런데 이 둘이 같이 있는 상황에 대해 중국 역사서 구당서(舊唐書)는 도둑을 잡는 자가 도둑과 한통속이 됐다고 지적한다.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나라 전체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각종 부정부패를 보면서 이게 나라인가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국정을 엄정하게 책임지거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시행하는 데 감시할 사람들이 이권을 노리는 사람들과 한통속이 돼 이권에 개입하거나 연루된 상황이 꼭 묘서동처같다고 일갈했다.

39일에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도 묘서동처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통령후보자들의 행태가 여야를 막론하고 겉모습만 다를 뿐, 공리보다는 사욕에 치우쳤다는 지적과 상대적으로 덜 나쁜 후보를 선택해 국운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 개탄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민은 코로나19’와 높은 물가, 널 뛰듯 춤추는 부동산 대책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데 정치인들은 권력에 눈이 멀어 서로 비방하며 싸우는 모습이 한심하다 못해 짜증을 유발하고 있다.

요즘 나주에는 파랑 유니폼이 물결을 이루고 있다.

귀를 열겠습니다 마음을 열겠습니다’ ‘새로운 대한민국 잘 될 거야 2022’ ‘지역발전 앞으로 도시재생 제대로’ ‘기분 좋은 변화 앞으로 제대로 나를 위해’ ‘위기 넘어 민생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 ‘자치분권 앞으로 균형발전 제대로’ ‘2022 임인년 확 바뀝니다’ ‘주민자치! 나주가 선도합시다!’

그런데 이런 말들을 아우르는 단 한마디가 있다. ‘민주당이 더 잘하겠습니다

39일 대통령선거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61일 지방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예비후보들의 파랑동맹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일에도 진심으로 잘해보겠다는 사람 따로 있고, 생색을 내는 사람 따로 있다. 자신의 뭘 할지는 뒷전인 채 오로지 다른 후보의 행보에 이러쿵저러쿵 말을 만들어 내는 데만 관심 있는 후보, 그러면서 자신이 마치 대통령 될 사람과 관계가 있는 양 포장하느라 파랑 점퍼를 입은 사람들이 나주를 누비고 있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지금 당신들의 후보가 겪고 있는 딜레마를 아는가? 전국의 18~29, 60세 이상 유권자들에게 선택받지 못하는 이유, 광주·전라권을 제외하고는 서울,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강원·제주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

국민 눈에는 분명 이번 선거가 초록동색이요, 묘서동처로 보인다는 것이다. 김건희의 7시간이 왜 중요하고, 이재명 욕설파일이 왜 대선 이슈가 되어야 하는가.

대학은 교문 밖으로 학생들의 등을 떠밀고, 세상은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고, 대책이 없어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는 사이 부모들의 애간장이 녹아드는 현실을 어느 누가 짐을 나눠 질 것인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혜를 모아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에도 숨 가쁜 현실인데 과연 지역의 파랑동맹군들은 어떤 해답을 내놓을 것인가.

부디 남의 밥상에 숟가락 얻는 식의 선거운동에 시간 낭비하지 마시라. 하루하루 뚜벅뚜벅 지역의 현안을 찾아 헤매는 후보들이 진정한 대선 후보의 응원군들이다.

지엽적이고 말초적인 이슈로 SNS 분탕질해 얻은 존재감으로 슬쩍 파란 옷 입고 후보군에 뛰어든 쭉정이들 말고, 진정한 알곡들의 리그를 시작할 때다.

전남타임스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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