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은 상사에게, 포상은 부하에게, 책임은 내가진다”

▲황거부 前 창평농협 전무
농협에서 근무했던 직장인의 퇴임사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는 지난 33년여동안 농협에서 반평생을 바치고 지난해 12월 31일 퇴임했던 담양 창평농협 황거부 전 전무가 조합원들에게 보낸 퇴임인사가 그것이다.

황 전무는 농협사정으로 정년퇴임식도 없이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다. 하지만 그동안 정들었던 직장동료를 비롯한 조합원들에게 인사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은 도리가 아닐 것 같아 편지를 통해 퇴임인사를 올렸다.

1977년 11월 25일, 황 씨는 창평농협에서 서기로 농협에 첫발을 디딘 후, 금성대덕담양농협을 비롯한 수북남면고흥 동강농협 등을 두루 거치며 창평농협에서 전무로 마지막 퇴임시까지 33년1개월6일을 농협 맨으로 생활했다.

황 씨는 “새파란 청춘기에 시작해 그 젊음을 다 보내고 벌써 정년을 맞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직장에서 그것도 경영을 책임져야 하는 책임자로서 33년여를 근무하면서 이렇게 무사히 정년퇴임을 하는 것은 결코 쉬웠던 것만은 아니라면서 거센파도도 넘어야 했고 시퍼런 강물도, 때로는 험난한 준령도 넘어야 했다”고 그 소회를 밝혔다.

이같은 어려움을 이겨내도록 한 것은 황 씨가 농협에 첫 발을 내 디딜 당시, 지금은 작고하고 안 계신 한진광 당시 조합장께서 말씀하신 “지폐는 종이로 생각하고 동전은 돌로 생각하며 항상 원칙을 중요시 하라”는 말씀이었다.

황 씨는 농협생활 33년여동안 이 글귀를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황 씨는 항상 원칙을 중요시했다.

그 원칙에 운영의 묘를 다하기 위해 “영광은 상사에게, 포상은 부하 직원에게, 책임은 내가진다”라는 마음가짐으로 부단한 노력을 다해왔다.

그렇지만 본인도 그 효과가 과연 얼마였는지에 대해서는 지금 생각해보면 그저 궁금할 따름이다.

하지만 황 씨는 정의가 꼭 100%이긴다는 보장도 없고 때론 잔머리나 얄팍한 술수가 더욱 빛을 발휘할 때를 보면서 묘한 괴리와 자아 상실감을 느낄 때도 있었지만 항상 배우고 도전하며 정도를 지키려는 태도는 버리지 않고 노력해왔다고 자부한다.

그래서였을까?

그에게는 그에 걸맞는 별명들이 항상 따라다닌다.

“옳고 그름이 분명하고 부당한 일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해서 사람들은 그를 ‘칼’ 또는 ‘육사생’이라고 부른다. 또한 청렴결백하다고 해서 ‘황의정승’이란 별명도 얻었다.

이밖에도 기골이 장대하고 힘이 장사여서 ‘황 장군’, 남면과 고서농협 합병을 반대하던 조합원들을 찾아다니며 설득 관철시켜 ‘의지의 한국인’ 등 그에게 따라다니는 별명도 수십가지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증거다.

지난 2004년도에 그는 창평면 체육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바쁜 농협 일 때문에 한사코 고사했지만 창평주민들이 떠밀다시피해 이를 맡았지만 체육회는 황 씨가 이끌면서 활기를 띄기 시작해 내리 6년여째를 회장직에서 내려오지 못했다.

황 씨는 지난해 12월 30일 퇴임을 앞두고 농업시책 추진에 적극 협조해 농림수산식품산업발전에 이바지 한 공로로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가족으로는 부인 홍현순씨와의 사이에 3녀를 두고 있다.
/김종광 기자

전남타임스 후원

저작권자 © 전남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