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국방부-나주시 관리책임 ‘핑퐁’, 주민들 피해 언제까지?

▲나주시 산포면 비상활주로 전경. 비상활주로가 시작되는 지점에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따른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주민들의 행위를 제한하는 경고문이 세워져 있다. 
▲나주시 산포면 비상활주로 전경. 비상활주로가 시작되는 지점에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따른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주민들의 행위를 제한하는 경고문이 세워져 있다. 

최근 일부 지자체들이 비상활주로 폐쇄운동에 박차를 가하면서 나주에서도 산포면에 있는 비상활주로 폐쇄를 위해 행정과 지역정치권이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다시 형성되고 있다.

윤석열정부가 경북 울진에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면서 울진군이 죽변비상활주로 폐쇄·이전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

이런 가운데 나주도 군사시설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산포면 비상활주로 폐쇄를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현재 공군이 사용 중인 비상활주로는 전국적으로 나주와 수원, 영주, 남지, 죽변, 목포 등 모두 6곳이다.

1979년도에 개설된 산포비상활주로는 국도 1호선 구간에 총연장 2.4㎞, 폭 45m 규모로, 한반도 전쟁 발발 시 인근 광주 공군 비행장이 적의 폭격 등으로 사용이 불가능할 경우를 대비해 마련된 예비항공 작전기지로 분류되고 있다.

하지만 시설 준공 이후 주민들은 고도제한 등으로 건축행위에 제한을 받는 등 재산상 손해와 함께 과거 넓은 도로 폭 때문에 횡단보도 보행자 사망사고와 과속에 따른 교통사고로 빈발한 가운데 그 피해가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999년 활주로에 대한 도로 사용이 폐지된 이후 시설물 폐쇄 등 이전에 대한 한 가닥 희망을 안고 살던 주민들이 2015년 공군과 광주국토관리사무소 측이 활주로 재포장 공사를 진행하자 ‘비상활주로 이전 주민대책위를 출범하고 활주로 이전을 촉구했다.

나주시 산포면 주민들은 건물을 신축 및 증축 등을 하는데 국방부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 등 재산권 행사에 상당한 제약을 받아왔다.

비상활주로는 군사시설이어서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의 적용을 받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비상활주로 인근에 살고 있는 산포면 등정리, 덕례리, 내기리 주민들은 건축물의 신축·증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와 건축물의 용도변경, 토지의 개간 또는 지형의 변경 등 삶과 밀접한 행위들에 대해서 그동안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 세월이 무려 42년이다.

또한 빛가람 혁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산포지역 지가상승률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데도 비상활주로 인근 땅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그러던 중 2015년도에 국토부가 비상활주로 포장공사를 완료해서 국방부에 넘겨주었다.

이때 당시 산포면 주민들은 강봉완 주민자치위원장, 김춘식 전 나주시의원, 주민 김효정 씨를 공동위원장으로 비상활주로 해제를 위한 주민대책위를 구성했다.

주민들은 비상활주로 관리권이 국토부에서 국방부로 넘어가면 군사시설로 영원히 대못이 박혀 재산권 행사가 어렵게 된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행정과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주민들의 목소리는 허공 속의 메아리로 사라졌다.

당시 주민대책위 사무국장으로 활동했던 정회영 씨는 “광주·무안·목포 공항은 물론이고 인근 고속도로에서도 군 비행기가 비상착륙할 수 있어 이곳 활주로는 필요 없다”면서 “바로 옆에 혁신도시가 들어섰는데도 땅값 한 푼 오르지 않은 등 상대적 박탈감도 크다”고 말했다. 

정 씨는 또 “주민들이 활주로 폐지운동을 펼칠 때도 행정에서 나서주는 사람도 없고, 지역정치권도 나 몰라라 하는 상황에서 지금도 다른 지역에서는 쓸모없는 활주로를 활용해 지역경제를 살릴 방안들을 강구하고 있는데 나주시는 감감무소식이다”며 허탈해했다.

주민 이 모 씨도 “여의도(8.4㎢)보다 더 넓은 활주로 인근의 택지와 농지 8.8㎢가 비행안전구역으로 지정돼 농막 하나 지을 수 없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밤이면 활주로에 외지 차량들이 불법으로 들어와 카레이싱을 벌이면서 주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데도 누구 하나 단속하는 사람도 없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런 가운데 공군 제1전투비행단은 지난해 11월 산포비상활주로가 만들어 진지 42년 만에 처음으로  F-5, FA-50, KA-1 전투임무기와 T-50 훈련기 등 총 9대의 전력이 참가한 가운데 비상활주로 접근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당시 군 관계자는 “비상활주로 접근훈련은 유사시 비상활주로를 운용할 능력을 입증하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훈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비상활주로가 전쟁 중이나 기타 이유 등으로 공항이나 공군기지의 활주로가 파괴되어 사용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해 국도 및 고속도로에 건설된 군사시설로 보호를 받으며, 인근 지역이 비행구역으로 지정되기 때문에 인근 주민들이 재산권 행사 등에 제약을 받고 있다.

제1전투비행단에서 관리하는 산포비상활주로는 10여 명으로 구성된 파견대가 활주로 관리 임무를 맡고, 광주국도관리사무소에서 평상시 비상활주로 주변의 제초와 청소작업, 즉각적인 비상활주로 이용을 위한 도장작업을 맡고 있다.

또 비상시에 공군작전이 수행될 수 있도록 나주경찰서에서 비상활주로 순찰과 교통통제 임무를 맡고 있지만 공군작전 자체가 없다보니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활동 또한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민 최 아무(68·여)씨는 “40년 전 친정아버지가 남평장에 다녀오다 활주로 옆 인도를 덮친 차량에 세상을 떠났고, 10년 전에는 논 일을 마치고 활주로를 건너오던 오빠 부부마저 교통사고로 떠났다”면서 “친정집을 완전히 망가뜨린 저 활주로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느냐?”며 진저리를 쳤다.

한편, 경북 영주시의 경우 지역 국회의원과 정치권이 중심이 돼서 안정비상활주로를 활용해 항공산업발전 방안을 모색해 가고 있다.

청주대 김윤섭 항공운항과 교수는 “영주 비상활주로가 항공인력 교육기관 유치, 경비행기와 민간제트기 제작업체 유치 및 정비산업단지 조성 등 다양한 가능성을 갖춘 최적의 항공인프라”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민군 겸용 일반공항으로 용도를 전환해 비행교육센터, 완성기제작사, 연구소, 부품업체 등 항공 복합단지를 수용할 용지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

이에 힘입어 안정비상활주로는 2017년 국토교통부의 국가주도 훈련용 비행 인프라 구축사업 최종 후보지에 포함돼 국가 항공정비훈련원유치, 항공정비인력 양성 등 항공관련 산업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나가는 마중물로 삼고 있어 나주와는 사뭇 대조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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