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환 발행인
▲조성환 발행인

세상이 초(初)단위로 변해간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만 개의 새로운 것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제 말 그대로 물질만능의 시대이다.

잠시 관심을 놓았다가는 곧바로 서울에서 지하철 표도 못 끊는 촌사람이 되고 만다. 

지난해 초등학교 4,5학년생들하고 며칠간 함께 했던 적이 있다. 

핸드폰이 손에서 떠나질 않는다.

시간만 되면 핸드폰으로 게임하느라 난리법석이다. 

그러다 잠시 와이파이라도 안 되면 곧바로 짜증이다.

세상이 디지털시대로 완전히 접어들면서 빨라지고, 편리해지고, 풍부해지면서 사람의 마음도 더욱 급해진 것 같다. 

곡선적인 것보다 직선적이다.

눈으로 보이는 것들이 빠르게 변한다. 

덩달아 우리의 내면도 시시때때로 급하게 변하면서 마냥 그것을 좋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우리의 삶속엔 과정이 짧아졌고 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차를 탄다.
순식간에 지나친다. 
빨라서 좋다.
근데 과정이 없다.

걷는다.
느리다. 
답답할 것 같다.
근데 과정이 있다. 

며칠 전, 58년 개띠들의 모임에 초대를 받았다. 

가서보니 초등학교 동창들의 모임이었던 것 같다. 

그들이 겪었던 어렸을 때 얘기들은 나무하러 산에 다니고, 주위의 깡통·돌 등등이 모두 놀이기구여서 주위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던 얘기를 나누며 웃는 모습들이 아주 정다웠다.

이는 어려운 시기였지만 그들은 ‘과정이 있는 삶’을 살았다. 

그래서 옆에서 듣고 있는 나도 정겨웠다.

하지만 이들도 지금의 디지털시대에 살고 있는 아이들을 걱정했다.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만 하고 있는 아이들의 정서에 대해서 걱정했다. 

지난해 가을경이다. 

모 초등학교에서 한 반 아이들과 3시간여동안 보내며 함께 놀았던 적이 있다. 

아이들에게 휴일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대해서 물었다. 

친구들과 어울림이 없이 한결같이 혼자 게임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이는 디지털 시대의 폐해이다. 

예전에, 명지대 김정운 교수의 ‘노는 만큼 성공한다’라는 책을 접하고 아리송해 했던 적이 있다. 

우리시대만 해도 공부가 최고의 덕목이었다. 

열심히 공부해야 성공하는 시대라며 어른들로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었었다. 

반면에 김정운 교수는 “놀아야 성공한다”고 했다. 

그래서 호기심에 두어번을 반복해서 읽었다. 

결국 사회성이었다. 

놀 줄을 아는 사람은 상대의 마음을 빨리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성이 남다르게 좋다는 주장이었다. 

그게 사람과 어울려가며 차곡차곡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이 있는 삶’이지 않을까 싶다.  

사회가 갈수록 1+1=2만이 아닌 3도 될 수 있는 인간의 정서보다는 1+1=2밖에 기대할 수 없는 지식만이 통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갈수록 삭막해진다. 

이 세상의 중심은 인간이다. 

그러다보니 지구촌의 모든 것은 인간을 위해서, 또 인간의 편안함만 추구한다. 

그러다보니 삶속에 과정이 없다.

그래서 세상은 갈수록 인간을 바보로 만든다. 

간혹 사람들은 과정 없이도 무엇인가 이룰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과정없이 만들어진 삶이 있더라도 그것은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과정이 있는 삶’은 사람들을 더욱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다.

또한 내 삶을 더욱 두텁게 만드는 기술자이기도 하다. 

계묘년, 새해에는 편안함만 추구하기 보다는 조금 고생스럽더라도 우리 모두가 노력과 함께 ‘과정이 있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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