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철 위원장/전남교육연구소운영위원회

윤석열 정부의 대학체제 개편 작업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6대학체제 개편 방향을 시작으로, 7반도체 인력 양성 방안’, 8반도체 특별법발의에 이어 연말에는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안이 예산안 부수법안에 포함되어 국회의장 직권 상정으로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그리고 새해 벽두부터 대학설립 운영 규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고, 얼마전에는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 체계(RICE) 구축 계획을 발표하는 등 브레이크 없는 엔진처럼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대학서열화와 입시 경쟁 교육으로 대변되는 한국교육의 특성상 대학은 유··중등 교육을 사실상 규정하고 있다.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교육 주체나 관련 당사자들과의 숙의 과정도 없이 밀어붙이는 모습이 독재적 사고와 비민주적인 교육정책이자 행정이다.

한국의 교육정책은 신자유주의 경제 논리에 기반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호혜와 평등의 원칙보다는 경쟁과 차등을 지향한다. 그러므로 국가는 상생을 위한 파이(Pie)는 늘리려 하지 않고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건 말건 한정된 파이(Pie)만으로 서로 간의 무한 경쟁을 유도하며 차등 지원만 해주면 그만이다.

이와 같은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은 지난 1995년 김영삼 정부의 ‘5.31 교육개혁을 신호탄으로 역대 정권을 거치는 동안, 정도의 차이없이 추진되어왔다.

그러면서 수월성과 경쟁력 강화의 이름으로 교육 현장에 뿌리내리며 국가가 응당 책임져야 할 공교육 영역을 잠식해왔다.

그러므로 공교육 수호의 최후의 보루인 대학무상화·평준화 운동은 경쟁과 차별교육의 폐해를 치유하기 위한 불가피한 정책이다. 왜냐하면 신자유주의가 우리 삶 속에 이미 깊숙이 진행되었고, 그것이 지속될수록 더 크게 맞닥뜨리게 될 환경 파괴와 기후 위기, 빈부 격차와 차별을 사전에 예방하고 우리와 후손들의 지속 가능한 삶을 지켜내기 위한 강력한 처방전이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취임한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과거 1996년 대통령 직속 교육개혁위원회에서 대학설립준칙주의제정을 주도했던 경험을 살려 이번에도 대학체제 개편 작업의 선봉에 섰다.

그는 당시에 교사(校舍), 교지(校地), 교원(敎員), 수익용 기본재산 등의 4대 요건만 기본적으로 갖추면 누구나 자유롭게 대학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소위 대학설립준칙주의를 제정에 참여하여 결과적으로 2022년 현재 대학(전문대 포함)의 수가 330여개에 달하게 되었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대학체제 개편의 임무를 맡게 되었으니 대학체제 개편의핵심 카드인 대학설립 운영 규정완화와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 체계(RICE)’ 구축 방안을 추진하려고 한다.

지난 1월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대학설립 운영 규정 개정안은 첨단산업 분야 인재 양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즉 대학 증원의 4대 요건 중 반도체, AI, 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 학과를 증원할 경우에 교원(초빙·겸임 포함) 확보율만 충족하면 증원이 가능하고 그 심사도 대교협에 일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재 첨단산업 학과의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정원 격차가 심각한 상황에서 수도권 대학만의 혜택을 위한 개정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두영 균형발전 공동대표에 따르면 지난해 공시 기준 교지 현황에서 교지 확보율이 100%를 넘어서지 못한 전체 42개교 중 78%(33개교) 대학과 교사 확보율 100% 미만 대학 21개교 중 62%(13개교) 대학이 수도권에 있기에 그 혜택이 수도권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또한 지난 21일 발표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구축 계획 역시 경쟁과 차등의 신자유주의 논리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대학재정지원사업의 50% 이상 등 재정 및 행정 권한을 지자체로 넘기고, 관련 규제를 완화하여 글로컬(Global+Local) 대학을 육성하는 한편, 선정된 비수도권 지역 30개 대학에만 5년 동안 국고 총 1,000억원(연간 200)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다수의 지방대학이 호혜와 상생의 합의 과정을 거치지 못한 채 소위 글로컬 대학에서 도태되는 신자유주의 적자생존으로 치명적인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선진국일수록 그 나라의 고등교육 정책은 국가가 책임지고 관장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제정 등의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초·중등교육 예산에서 빼낸 특별회계 재원 중 일부(50%)만을 지자체에 내려주면서 국립대를 시·도립대로 전환시키겠다고 한다.

결국 이와 같은 정책들은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는 밀어붙이기식 졸속 추진으로 수도권 집중과 지역 황폐화만을 가속화시키게 될 것이므로 마땅히 철회되고 원점에서 재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대학무상화·평준화 정책의 도입과 실행을 적극 모색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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