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의 날 제정과 다시 지도 강국을 꿈꾸며

저자 김선흥, 2022, 네잎클로바, 431쪽.

Birth of the First World Map Depicting Africa 1402 KANGNIDO:

Aspiring for the 'Official ‘Map Day' and 'Again, Map Power Korea'

▲저자 김선흥, 2022, 네잎클로바, 431쪽.
▲저자 김선흥, 2022, 네잎클로바, 431쪽.

오늘날 세계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세계지도가 1402 년 음력 8월 어느 날 조선에서 나왔다.

저자 서문의 첫 구절이다.

“202211월 세계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강리도의 소개서가 나왔다.”로 서평을 시작해야겠다.

그만큼 반갑고 놀라운 책이다.

이 책은 조선 건국 후 10년 되는 1402(태종 2)에 좌정승 김사형, 우정승 이무, 검상 이회가 만들고, 참찬 권근이 발문을 쓴 당대 최고의 세계지도인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이하 강리도로 약칭함)에 관한 저자의 오랜 항해의 방대한 여행기이다.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기쁘고 감사했다.

평자도 늘 한국 최고의 문화재라고 강조해 왔고, 조선이 만든 세계적 지도 <강리도>를 세계사적인 시야에서 새롭게 쓰고 싶었기에, 평자와 거의 같은 생각이 담긴 이 책을 읽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저자 김선흥 前 주 칭다오총영사는 외교관인데, 전문학자 이상으로 방대한 자료를 숙독하고, 재미있고 쉽게 지도를 풀어냈으며, 17년간의 집념의 결과가 우리를 매료시킨다.

이 책은 <강리도>의 단순한 해설서가 아니다.

평자가 역사지리학자로서 지도학사 강의를 하며 수십 년 동안 읽어 왔던 동서양의 역사, 동서양 지도들의 역사가 종횡무진으로 담겨 있다.

게다가 저자의 외교관으로서의 세계적인 시야, 열정과 경험, 분노가 생생하게 살아 있다.

특히 저자의 불과 같이 뜨거우면서도 폭포처럼 시원한, 웅혼하면서도 열정적이며 유려한 문체, 저자의 절절한 <강리도>에 대한 사랑이 우리의 가슴과 영혼을 일깨운다.

이 책의 목차이다.

1. <강리도> 그 넓고도 깊은 바다.

2. <강리도>와 서방 세계로 떠나는 시공 여행.

3. 이집트와 모로코.

4. 이베리아 반도, 지중해 일대 탐험.

5. 유라시아 최서단의 섬에서 러시아 최고最古의 도시까지.

6. 이슬람의 낙조 속으로.

7. 몽골리아,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국 땅으로.

8. <강리도>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부활.

9. 시야가 운명을 결정한다.

10. 메르카토리즘과 강리도 중화론.

목차에서 보듯이 저자는 독일, 파리, 베니치아, 이베리아 반도의 많은 도시들, 다뉴브강, 알프스산, 호카곶 등 유럽, 이집트의 나일강과 알렉산드리아 등대, 남아공의 오렌지강, 나일강의 발원지 달의 산, 카이로 등 여러 도시들 등 아프리카, 요단강과 예루살렘, 이슬람 지역, 몽골과 중앙아시아, 중국, 사라져 버린 오아시스 도시들을 <강리도>에서 찾아내고 그 세계사적 의미와 강리도의 웅대함을 보여 준다.

저자가 이 책에서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는 점은 강리도 중화론에 대한 비판이다.

강리도가 중국 중심의 중화주의적 지도라는 국내 여러 주장, 특히 교과서 등을 통렬하게 반박한다.

이를 위해 외국의 조셉 니덤, 개리 레드 야드 등 세계적인 학자들의 견해를 인용한 것도 설득력이 있지만, 메르카토르 지도와 골페터스의 지도를 비교해 우리에게 익숙한 메르카토르의 지도가 북반구 고위도 중심의 지도이며, 지도가 정확한 것으로 믿고 있는 일반인에게 이 세상에 정확한 지도는 하나도 없다는 진리를 강조하는 점도 돋보인다.

지도는 예나 지금이나 자기중심적이고 자기 지역을 중심으로 그린다.

존 레니 쇼트는 <강리도>가 공간적 차원은 물론, 시간적 차원에서도 원근법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보았다.

저자는 쇼트가 말한 원근법적 관점으로 <강리도>를 독해하는 순간 득도(得圖)하게 된다고 한다.

창작자의 주체적인 시선, 즉 원근법적 관점으로 지도를 보는 순간 강리도 중화론이나 문화사대주의론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강리도>는 동아시아 에서 초유의 탈중화적 지도였으며, 조선 중기 이후의 세계관과 시야가 <강리도>에서 퇴행한 것이 문제였으며, <강리도>가 구현한 개방성과 주체성이 계승·발전되었더라면 조선의 운명은 쇠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21세기 의 우리에게 <강리도>가 필요한 까닭 또한 그러하다.”고 지적한다.

이 관점에 대해 평자도 계속 주장해 왔기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이 기회에 중화주의 세계관이 반영되었다는 강리도 서술을 수정할 것을 제안한다.

나아가 이 책에서는 당대 다른 문명권의 지도와 지리인식 등이 <강리도>에 어떻게 융합되었는지를 추적해 <강리도> 제작의 배경을 보여 주고, 세계지도의 발자취가 국가 민족 혹은 문명권의 흥하고 망하는 까닭을 말해주는 묵시록이라는 관점을 제시한다.

저자는 "지도에 담긴 세계의 중심축을 발견했다"고 환호한다.

<강리도>는 서울(개성), 아테네, 지중해 시칠리아섬, 리스본, 아조레스, 이 지도에는 없지만 워싱턴이 동일선상에 일렬로 배치되어 있으며, 이 도시들을 잇는 북위 37-38도선을 세계의 중심축으로 설정했다고 보았다.

이 책에서 현대지도, 즉 구글어스와 비교해 <강리도>의 정확성을 인증하는 바탕으로 삼고 있는 점도 재미있게 다가올 것이다.

“<강리도>로 파리를 찾아갈 수 있다거나, 이베리아 반도와 아프리카 북부 서해안의 돌출 부분 해안선이 정확하다는 근거로 삼는다.

저자는 숨어있는 인도반도를 구출하기도 한다.

인도가 돌출된 형태가 아닌, 아시아 대륙에 붙여져 작게 그려졌으나, 인도의 방향을 조정하고, 동쪽 경계의 물줄기를 벵골만으로 만들면 인도의 윤곽이 당대 지도 중 가장 정확하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강리도>가 프톨레마이오스로 대표되는 고대 그리스의 지리학, 배수로 대변되는 중국의 전통 지리학, 세계성이 농후한 이슬람 지리학, 몽골의 세계적 시야 그리고 한민족의 지적 능력이 융합된 세계지도라고 결론짓는다.

굳이 이 책에서 조금 보완할 점을 찾아보자면, 일본· 미국·유럽 등 외국 학계에서의 <강리도> 소개와 연구가 잘 정리된 반면, 국내에서의 연구와 활동 소개가 조금 아쉽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저자가 외국에 거주했으며, 온라인으로 드러나지 않는 국내 학계의 동향을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점, 저서 중심, 그리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쉽게 쓴 책의 특성 때문으로 보인다.

이 지도를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한 것은 고 전상운 교수와 이찬 교수였다.

특히 이찬 교수는 한국의 고세계지도: 천하도와 혼일강리 역대국도지도에 대하여한국학보, 1976, Vol.2 No.1, 47- 66)에서 한국이 전 세계에 자랑할 만 한 두 유형의 세계지도를 소개한 후 1980년대에는 류코쿠 대학 소장 <강리도> 모사본을 만들고, 이 지도를 국내외에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이찬 교수의 모사본 지도는 규장각에 기증되어 전시되고 있다.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류코쿠대학 소장본의 모사본을 제작하여, <강리도>에 일반인이 더욱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이찬 교수의 논문 이후 <1402 강리도>가 탄생하기까지 반세기 동안 국내지리학계의 활동의 역사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이나, 이 지도의 세계사적 중요성을 알면서도 대중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거나 부족했던 것 또한 지리학계의 몫이니 앞으로 그 정리도 필요하다.

<강리도>는 개인적으로 한국의 문화유산 중 최고라고 자부하고 홍보하는 세계지도이다.

<강리도>는 아프리카가 그려진 현존 세계 최초의 지도로 유명하지만, 거대한 보물 창고여서 지금도 우리의 많은 관심과 애정을 기다리고 있다.

<강리도>의 현존 4본이 모두 일본에 있다는 문제점도 디지털 시대에는 극복 가능하게 되었다. 지도는 보는 것이 아니다. 읽는 것이며, 가슴과 영혼으로 느끼고 그리는 상상의 대상이다. 지도가 꿈과 상상의 대상이자, 세계와 사람과 시대를 읽는 박물관이라는 것을 보여준 책이 ‘1402<강리도>’이다.

이제 <강리도>를 만든 나라 대한민국에서 지도의 날을 제정해 다시 세계적인 지도강국, ‘지도의 나라가 되어 진정한 글로벌 대한민국, 세계시민이 되기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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