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기에 한송이 피어오르는 향기의 조상 …보춘화(난초)

김진수 전남들꽃연구회장
「보춘화(報春花)」는 통칭 「난초」라 하는데 외떡잎식물 중에서 가장 진화된 식물군으로 세계적으로 약 450속 1만 5천 종이 분포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39속 84종이 있다.

난초는 향기가 좋아 국향(國香), 미인향(美人香), 제일향(第一香), 군자향(君子香), 향초(香草), 왕자향(王子香)과 같은 여러 이름을 가지고 있다.

난초의 한명(漢名)에는 ‘난과 혜’의 구분이 있다. 홍만선의 <산림경제>에는 ‘한 줄기에 한 송이의 꽃(一莖一花)이 피어 향기가 많은 것이 난(蘭)이요, 한 줄기에 예닐곱 송이 꽃이 피어 향기가 적은 것이 혜(蕙)’라고 하였다.

이와 관련된 속담으로“난초 불붙으니 혜초 탄식한다”가 있는데 이는 ‘동류의 괴로움을 함께 한다’는 뜻이다.

 

<공자가어(孔子家語)>에서는 난초를 군자에 대응시키고 있다. ‘지초와 난초는 깊은 숲속에서 자라나 사람이 찾아오지 않는다고 향기를 풍기지 않는 일이 없고 군자는 도를 닦고 덕을 세우는 데 있어서 곤궁함을 이유로 절개나 지조를 바꾸는 일이 없다’ 하였다.

알만한 글귀가 또 있다.

 ‘與善人居 如入芝蘭之室(여선인거 여입지란지실) 久而不聞其香 卽與之化矣(구이불문기향 즉여지화의)’ 착한 사람과 같이 살면 향기로운 지초와 난초가 있는 방안에 들어간 것과 같아서 오래도록 그 냄새를 알지 못하나 곧 더불어 그 향기에 동화된다는 뜻.

중국 송(宋)나라 태조(太祖) 때 도곡(陶穀)이 지은 ≪청이록 淸異錄≫에서 “난은 비록 꽃 한 송이가 피기는 하나 그 향기는 실내에 가득차서 사람을 감싸고 열흘이 되어도 그치지 않는다.

그러므로 강남 사람들은 난을 향조(香祖)로 삼는다”라는 구절이 있다.

爲草當作蘭 풀이 되려거든 난초가 되고 / 當木當作松 나무가 되려거든 솔이 되려므나 / 蘭幽香風遠 난초는 그윽하여 향풍이 멀리 가고 / 松寒不改容 솔은 추워도 그 모습을 아니 바꾸나니 - 이백(李伯;701-762)「오송산에서 남릉의 상찬부에 바치다 」

난초의 군락은 대체로 소나무가 많은 곳에서 발견되며 생육환경이나 조건에 따라 잎과 꽃의 변이가 많이 일어나는 품종이다.

오늘날 그 희귀성을 도와 사람들로 하여금 환금(還金)의 환상을 다투게 하는 묘한 식물로 ‘변이’ 되었지만 난초는 그만큼 애호가들의 애를 태우는 아름답고 고상한 식물임에는 틀림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과거 난의 육종에 최초로 성공한 사람은 영친왕으로 창경(昌慶)과 창방(昌房)이라는 두 품종이 있었다고 한다.

또 난을 잘 재배한 것으로 유명한 이는 고려 말의 이거인(李居仁)이며, 조선 초의 강희안(姜希顔)은 우리나라 자생란에 대한 애호가 깊었던 사람으로 알려졌다.

북풍한설에도 스스로 사시(四時)를 배반하지 않는 군자의 내면을 길렀다.

꽃대 하나로 천상의 모든 꽃망울을 대표할 미인의 향기를 지녔으며, 난은, 오직 필선 하나로 지상의 모든 풀잎을 대신할만한 은자(隱者)의 그림을 그렸다.

‘꽃이 적고 향기가 많은’ 시편(詩篇)을 해마다 꺼내어 그만의 봄을 강산에 외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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