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을 무시한 꼼수는 이제 그만 했으면 한다. 정치인들이여!

              본지사장 임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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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삼월이다. 봄을 맞으면서 불현 듯 한시(漢詩) 한 편이 떠오른다. 중국 당(唐)시대의 시인으로 시성(詩聖)으로까지 추앙받는 두보(杜甫)의 시 ‘春望’(춘망)이다. 國破山河在 城春草木深 (국파산하재 성춘초목심 : 나라는 깨어졌으나 산하만은 그대로이고, 장안은 봄이 되니 초목이 짙푸르구나.)

시 전체에 드리운 합의(合意)를 깊이 헤아려 보지 않더라도, ‘봄을 기다린다’라는 제목만으로도 고난의 시대를 산 시인의 처연한 심경을 감지할 수 있게 된다.

두보가 이 시를 쓴 때는 저 유명한 ‘안록산의 난’으로 당나라가 극도로 혼미해진 8세기 중반(서기757년)이다.

‘안록산의난’은 전문적인 분석을 별도로 하면 한여인을 익애(溺愛)한 황제의 일탈(逸脫)이 결정적 원인이 되어 일어난 반란이다. 중국역사에서 가장 은성(殷盛)했던 당나라는 그 이후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국가 리더쉽의 잘못으로 초래된 전화(戰禍) 때문에 나라는 황폐해지고 국민생활은 피폐할 대로 피폐해진 상황에서 시인은 시를 통해 시대의 봄을 갈망했다.

새삼 그 시구가 예사롭지 않은 느낌으로 떠오르는 이유는, 남의 나라 옛 시인이 시로 묘사한 옛날의 현실과 우리 지역민 갈등의 현실이 그 상징성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다.

우리 지역은 한때 화해를 모색하던 시기가 있었긴 하지만 여전히 적대관계다. 우리지역을 송두리째 부숴버린 정치당파 싸움을 겪은 지 수년이 지난 오늘에도 하나의 살맛나는 지역으로 복구되지 못한 채 해마다 봄이면 산하만 푸르러질 뿐 얼어붙은 정치판에 봄은 아직도 기약이 없다.

지금 서민들의 생활은 소소리 바람이다. 정치인들은 꽃 피는 봄날에 최고의 경제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정치·사회적으로는 ‘반복과 중복’으로 확연하게 갈려 지역민들 사이 의사불통을 풀기가 오히려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 돼 가고 있는 우리 지역의 현실이다.

우리 지역의 이와 같은 현실을 감안하면 해묵은 질문이 다시 제기된다.

우리 지역민들의 절대적 어려움 상태에서도 지역의 안녕과 행복을 기대할 수 있는가?

우리지역 내의 정치적 이념 갈등을 해소시키지 않고도 지역민의 꿈과 희망을 가지고 공생(共生)할 수 있을까, 화합과 경청함이 없이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길은 달리 없다. 무엇보다 먼저 함께 사랑·믿음·신뢰하면서 사는 길을 찾아내야 한다. 지역 리드자들부터 그 길이 시작되도록 해야 한다.

리드자들이 앞장서서 겸손과 미덕으로 지역민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보내야 한다.

그 손길에 의해 가장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공생의 길이 열릴 것이다.

그때 비로소 우리지역의 산하에 절기상의 봄처럼 ‘공생의 봄’도 서서히 열리게 될 것이다. 정치인들이여! 그런 봄날을 우리지역민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두손 모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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