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한의 역사 전설의 물고기‘마하니’가 이어가요”

▲나주의 오랜 역사 마한의 부활을 꿈꾸며 만들어 낸 박유진 작가의 ‘마하니’가 나주의 새로운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제가 나고 자란 나주가 역사의 중심지였다는 사실을 다시 복암리 고분군에서 출토된 금동신발을 보고 처음 알았어요. 영산강을 중심으로 마한과 백제가 바다 건너 중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해양문화를 꽃피웠다는 사실도요. 금동신발 바닥에 달려있던 물고기 문양을 ‘마하니(Mahani)'라 이름 짓고 그 역사를 섬유공예로 만들어 가고 있어요.”

섬유공예가 박유진(40)씨.

나주시 다시면 가운리, ‘가삿골’이라 불리던 탯자리에 공방 ‘가삿골’을 차려놓고 한 땀 한 땀 수를 놓아가는 그녀의 작품에는 온통 나주의 역사와 문화가 새겨져 있다.

가삿골은 백제시대부터 가내수공업이 발달했던 곳으로 비단을 염색해서 척척 늘어놓은 모습이 꼭 구름 같다 하여 ‘가운(佳雲)’이라 불리게 됐다는 유래도 예사롭지 않다.

박 씨는 이곳에서 실을 잣고, 꽃물과 풀물을 들여 섬유를 만들어 내고, 자르고 깁고 수를 놓아 작품을 완성하는 손을 단련시켜 왔다.

작품에는 작가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기 마련, 대학과 대학원에서 섬유공예를 전공하고 10년이 넘게 섬유공예가의 길을 걸어온 그녀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와 참신한 아이디어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영국 런던 시내 중심지 트라팔가 광장 근처에 자리한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의 정신문화 원형을 되짚어 보는 전시회가 열렸는데, 그 곳에 그녀의 작품 바구니 보자기 ‘마하니’가 선보였다.

바구니와 보자기가 하나로 만나는 박 씨의 디자인 작업에 담양의 대나무 명인 노순걸 방립장(方笠匠)의 대바구니와 무형문화재 나주소반장 김춘식 명인의 옻칠, 그리고 중요문화재 정관채 염색장의 쪽염색이 쓰였다.

여기에 박유진 공예가의 전통 자수가 만나 대한민국의 새로운 문화아이콘이 탄생한 셈. 박 씨는 이 보자기와 바구니 작업을 통해 “지금, 다시 우리의 것을 담아 물고기 ‘마하니’처럼 바다를 건너는 작업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여러 장인들을 만나고 있다”고 말한다.

박 씨의 ‘마하니’ 작품은 이미 서울과 뉴욕, 런던을 거쳐 지난 2010년 G20정상회의 기념특별전 나들이까지 다녀왔다.

박 씨의 작품은 개인전에서도 돋보이지만 사진, 서양화, 섬유예술 등 서양예술 장르에 남도의 향기가 묻어있는 작품들을 선보일 때 단연 돋보인다. 한국의 미의식과 전통에 대한 정체성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하니와 함께 박 씨의 손길을 통해 다시 만들어지고 있는 작품은 도시의 옛 지도들이다. 나주읍성 지도를 비롯해서, 인근 무안, 영암 등지의 고지도가 천연염색 자수작품으로 생명력을 얻고 있다.

그녀의 작품 ‘고성(古城)의 천년’은 1872년에 제작된 나주읍성지도에 현재 조성 중인 영산강 뱃길을 덧붙인 작품으로, 홍화씨로 염색한 원단에 옛 지도와 차꽃, 차밭, 금성산의 모습이 천연염색 실로 수놓아져 있다.

전통적이면서도 세련된 감각의 그녀 작품은 광주비엔날레, 컬러엑스포 등 많은 곳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타고난 재능과 안목, 안정적인 가정환경, 그녀에겐 무엇 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바느질 솜씨가 뛰어난 어머니 임정순 씨가 늘 곁에 있었다. 학교에서는 배우지 못한 다양한 전통자수 기법들을 어머니에게서 배울 수 있었다.

박유진 씨는 진정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섬유작업이라는 확신이 들자 대학 강사를 그만 두고 요즘은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녀의 손끝에서 부활하게 될 마한의 역사와 영광을 위해, 그리고 나주의 꽃 피는 문화를 위해...
/ 김양순 기자 jntimes@jn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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