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집은 메주를 보내는 택배작업이 한참입니다.

메주는 맛있는 과일이나 다른 농산물과는 달리 며칠 내에 먹고 끝나는 식품이 아니라 짧게는 일 년 길게는 몇 년을 가는 장맛까지 책임져야하니 먼 옛날 얼굴도 모르고 시집보내는 딸자식 가진 부모의 심정이랍니다.

도시의 젊은 소비자들은 노랗게 잘 뜨고 깨끗한 것을 원하고 연세가 드신 분들이나 옛날부터 메주를 잘 아시는 분들은 쪼글하니 잘 마른 메주를 원하시기에 각각 다른 취향을 다 맞춰서 보낸다고 해도 처음부터 소박을 맞진 않을까? 가는 동안 택배가 함부로 던져져서 깨지진 않을까..

또 처음에 마음에 들어도 이것이 장으로 담가져서 건져서 된장으로 익어가는 긴 시간동안 비를 맞아도 안 되고 벌레가 들어가도 맛이 변하는 무궁무진한 변수가 있으니 항상 조마조마한 심정이라 딸자식 시집보내는 것 같다는 말이 맞겠지요?

그렇게 정성스레 사이사이 짚 넣어서 포장해서 보냈는데도 딱 한 분 박스가 빗물에 젖어서 왔다는 연락을 받을 때는 정말 속이 상했답니다.

그래서 날이 궂은 날은 택배를 보내지 않기로 했답니다.
올해는 유난히도 궂은 날이 많았습니다.

겨울날에도 햇빛만 쬐어주면 잘 마르는 메주가 계속 날이 흐리니 밤이면 하우스에서 비닐 옷을 덮어주고 습기 차고 영하로 떨어질까 봐 난로를 여러 대 돌리다보니 또 전기가 과열되어 불이라도 나면 어쩌나 걱정되어 잠 못 드는 날들도 참 많았습니다.

그래도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더니 자연스럽게 건조된 메주들은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듯 직접 와서 보신 분들도 다 흡족해 하시니 그동안의 노력이 더 보람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분들에게 받은 질문 중 짚이 없으면 메주 발효가 안 되느냐는 질문이 있었어요.

메주의 건조 및 발효되는 동안 볏짚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메주발효에 유용한 고초균이 볏짚 속에 많이 포함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고초균은 다른 미생물과는 다르게 고온에도 잘 이기는 성질이 있어서 메주콩을 삶은 후에도 콩 내부에 남아있어 볏짚을 사용하지 않더라고 발효가 잘 이루어지지만, 볏짚은 묶어줌으로써 발효균의 농도를 높여 메주가 더 잘 발효되도록 하는 역할을 해준답니다.

이는 청국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도 내내 저는 잘살기만 바라는 부모의 심정으로 살아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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