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집마다 말날이면 장을 담그는 정월이 지나고 있습니다.

정월에 장을 담그는 풍습은 더운 날씨가 되기 전에 항아리 속에서 깊은 발효를 하고 벌레의 침입도 막고 시기적으로 좋은 계절을 절묘하게 이용한 조상님들의 지혜인 것 같습니다.

우리 집도 메주분양은 거의 다 마치고 이제 우리 집 장 담그는 날을 기다리며 양이 많은지라 두 날로 나눠서 담그는데 그날까지 볕이 좋은날만 메주를 밖에 내다놓습니다 .

그런데 벌들이 메주에도 날아드네요.

저는 그런 모습은 또 처음인지라 한참을 들여 다 봅니다

메주의 단맛을 벌써 벌들이 눈치를 챘나 봅니다.

메주에 난 작은 구멍으로 벌들이 윙윙거리며 들어가려고 하는 걸 할 수 없이 쫒아냅니다.

메주에 난 구멍을 보니 지난겨울 메주 만들던 때가 생각이 납니다.

늦동이 네 살배기 딸아이가 메주에 손가락으로 구멍을 뚫어놓았지 뭡니까?

그래서 난 아이를 야단쳤고 딸아이는 울고..그렇게 며칠이 지났는데 글쎄 딸아이가 구멍을 뚫어놓은 구멍에 하얀 곰팡이가 예쁘게 생기는 게 보였습니다.

메주에 피는 곰팡이는 호기성이라 공기와 접촉하면서 좋은 균을 만들어낸다고는 들었지만 일부러 구멍을 뚫어주는 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걸 보고 나서는 완성된 메주에 젓가락으로 일부러 구멍을 내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역시 하얀 곰팡이가 그 구멍에서 예쁘게 자라는 게 확인이 되어서 앞으로도 그렇게 해야지 생각했습니다.

아이에게서 그런 기발한 생각을 얻어냈으니 야단대신 상을 줘야겠네요..

고객님들도 이 구멍이 뭐냐고 전화로 물어 오시는 분들이 계서서 설명을 해드리면 아~! 하고 웃으신답니다.
장은 왜 말날에 담그는지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옛사람들이 귀하게 여긴 말이 콩을 좋아하고 말의 피가 유난히 짙으니
장을 귀하게 여긴 선조들이 간장도 짙게 우러나라는 마음을 말날에 담금으로 표현하는 건 아닌가 생각합니다.

원숭이날과 뱀날은 장을 담지 않는 풍습도 그만큼 한 집안의 중요한 식량인 만큼 지양스런 날에는 담지 않는 마음을 표현한 것 같습니다.

미신을 믿지 않는 저도 메주를 만들고 말리고 보름 상을 부뚜막에 차리고 정성을 드리는 마음을 보태면서 우리의 음식 맛을 좌우하는 부엌의 조왕신에게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교류같은 걸 느낀답니다.

정성 그 이상을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좋은 재료로 마음을 다한 음식은 우리를 결코 배신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올해의 장 담그는 날을 기다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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