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조성환
추석명절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손가락 꼽으며 “오늘밤 자고나면 추석이 며칠 남았는지”를 세던 때가 아련히 기억에 떠오른다.

어린 시절에는 왜 그렇게도 명절이 좋고, 그리 기다려졌을까?
마냥, 신이 나서 뛰어다니던 때가 얹그제 같다.

아마, 고향을 떠나 객지생활에 뼈가 굳었을 출향향우들 중에는 추석에 고향을 찾는다는 생각에 “오늘밤 자고나며 추석이 며칠 남았지”하며 속으로 하루, 이틀 세고 있을 향우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올해는 추석연휴가 금, 토, 일에 걸쳐 있다 보니, 맛보기 휴일도 없다. 대체적으로 목요일 밤이나 금요일 새벽에 출발해서 토요일 추석을 쇠면 곧바로 상경해야 될 판이다.

몇 시간을 “섰다 갔다”를 반복하는 고속도로 차량행렬에 짜증도 나고 피곤하면 차 속에서 세우 잠을 자면서 왕복 12, 3시간 이상을 고속도로에서 보내지만 그래도 명절에 고향 길에 나서는 것은 너무나도 좋다.

앞 만보고 살 수밖에 없는 도회지 생활.

그리고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모를 만큼, 항상 경쟁하며 너무나 바쁘게만 살았던 생활.

추석은 한편, 그 딱딱한 사회를 벗어나는 통로일 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고향을 자신들의 어린 시절에 맞추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항상, 고향은 어린 시절 그 모습 그대로 머물러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해마다 고향을 다녀오지만 내 마음 속의 고향은 항상 어린 시절 그 모습이다.

하지만, 실제 고향은 많이 변했고 지금도 변해가고 있다.

고향사람들도 이제 어린 시절 그 순박했던 모습이 아니다.

지구반대편 소식을 곧바로 접하고 이를 곧‘돈’버는 데 활용하려는 데가 우리들의 고향의 모습이다.

그만큼 고향사람들도 이제 경제적인 면에 눈을 뜨고 있다.

예전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농사로 부를 일군 사람들도 많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이제 그 순박했던 정서보다는 ‘돈’의 가치가 앞서는 곳이 이제 우리들의 고향이다.

이제 고향은 예전과 같이 수박서리에 눈감아 주지도 않는다.

고향도 이제 경쟁시대로 변해가고 있다.

더욱이, 여기저기 선거까지 치러지면서 이제 고향은 갈기갈기 찢어지기까지 한다.

특히,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주민을 현혹하는 몇몇 정치인들 때문에 예전처럼 고향은 더 이상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곳도 아닐 수 있다.

이곳저곳을 들러 봐도, 이제 이곳 고향도, 대도시와 같이 “시장은 어떻고…, 군수는 어떻고…” 정치에 관한 얘기들뿐이다.

각박한 대도시에서 앞만 보고 살았던 향우들께서 마음의 휴식을 찾기 위해 고향을 찾았지만 이곳 역시, 이제 예전의 고향이 아니다.

막상 접해본 내면의 깊숙한 고향모습은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들이다.

몇 달 전부터 기차표 예매를 위해 몇 시간씩 줄서서 간신히 구했던 귀성열차표가 후회스러울 수도 있다.

더욱이, 올해는 신종플루의 위험까지도 감수하면서까지 고향을 향해 발길을 재촉했던 우리 향우들의 마음이 언짢아 질 수도 있다. 하지만 향우들에게 비친 예전과 다른 고향의 이같은 모습들은 더 나아진 고향이 되기 위한 몸부림이다.

풍성한 추석, 나의 어린 시절이 그대로 묻어나 있는 포근한 고향.

그 고향은, 항상, 더우나 추우나 나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을 것이다.

올해는 신종플루까지 유행하면서 그 정답던 가족들 간의 얘기시간도 짧아지지 않을까 걱정스럽지만 이번 추석연휴가 가족들과 행복하게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또 다른 좋은 시간이 됐으면 한다.

다시한번 마음편한 행복한 추석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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