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주꽃 피는 나주’대표
비가 개인 다음날 산에 진달래꽃을 따러 갑니다.

저는 배고픈 시절을 안 살아봤지만 어려서 봄이면 진달래는 많이 따 먹었답니다.

이걸 따먹으면서도 배가 부르다는 생각은 안해 봤지만 봄이면 진달래꽃 따먹는 재미는
지금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답니다.

해서 진달래꽃을 따다가 한 잎씩 먹어보면 그게 또 묘한 맛을 준 답니다

지금 진달래꽃을 따는 건 진달래꽃 효소를 담금하기 위해서입니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에 봄꽃으로 아주 흔하게 피는 이 진달래꽃은 옛날부터 술을 담가서 두견주라 부르고 가정상비약처럼 기침 감기나 신경통에도 음용하고 꽃잎을 찹쌀반죽해서 화전을 부쳐 먹기도 했으니 여러 가지로 쓰임새가 참 많네요.

진달래꽃은 하루 종일을 따 담아도 누르면 한소쿠리밖에 안 됩니다.

하나하나 꽃잎을 시간가는 줄 모르고 따다보면 잡념이 없어지고 머릿속이 맑아지는 게 그 자체로도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불어 닥치는 웰빙 열풍에 무엇이 몸에 좋다더라 하면 씨를 말릴 만큼 뿌리까지 다 캐가니 멀리서 나물 캐는 관광버스가 하차를 하면 산의 기가 움츠러드는 게 보인다는 분도 계시더군요.

우리가 자연에서 뭔가를 채취할 때는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진달래꽃을 따면서 진달래꽃 따는 법을 정리해봤습니다.
1. 차가 다니는 길가의 것은 매연에 노출된 것이니 채취하지 안 는다.
2.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볼 수 있는 곳에 핀 꽃은 볼 수 있게 꺾지 안 는다.
3. 꽃잎처럼 연약한 것은 물에 씻으면 말리면서 상하니 비개인 다음날이 가장 좋다.
4. 산과 나무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채취하고 전부 다 따지 않고 꼭 남겨둔다.

아마 다른 약초나 나물도 마찬가지의 마음이면 되지 않을까 생각 합니다.

채취한 진달래꽃의 속 꽃 수술을 밤새 떼어냅니다.

여기에 노인이나 어린아이에게 설사를 유발하는 성분이 있다하니 이왕이면 떼어내고 담금을 하기 위해서이지요. 꽃을 따는 것보다 이 수술 따내는 시간이 더 걸리지만 정성을 다한 진달래꽃 발효음료를 마실 때 나 특별한 날 요리에 소스로 내놓을 때는 그런 고생쯤이야 다 잊게 될 테니까요.

이 봄이 진달래 향과 함께 온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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