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더욱 그리운 그때 그 아이들

▲김정음자(나주시 대호동)
올해도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서 교사시절에 받았던 편지 한 통이 떠오릅니다.
읽기가 좀 힘들지만 번역해서 읽으면 마음이 통할 것입니다.

 아이의 아버지는 안계시고 엄마는 생활능력이 없어서 대한민국이 책임지고 있는 아이입니다.
할머니와 엄마, 아이 이렇게 셋이 삽니다. 운동장에 모일 때도 아이는 교실에서 놉니다.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줄을 서도 아이는 혼자서 그네를 탑니다.
그래서 나는 아이에게 자주 화를 냅니다.
그런데 스승의 날에 뜻밖에 편지를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받은 선물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었습니다.
 

 15일 스승의 날이 다가오자 나는 아이들에게 가르쳤습니다.
“스승의 날은 선물을 받는 날이 아닙니다.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기도하는 날입니다.”
똑똑한 목소리로 외우고 집에 가서도 외우라고 했건만 스승의 날 내 책상 위에는 크고 작은 선물이 가득 찼습니다.
손수건, 세숫비누, 샴푸, 비싸고 예쁜 티, 잠옷, 행주치마, 파라솔, 가방, 로션...
내게 파라솔이 있는데, 예쁜 옷도 많은데, 잠옷도 가방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선물에 감격하고 있었습니다.
 

 가장 좋은 선생님인 것처럼 선전해놓고, 선물을 반기며 즐기고 있었던 게지요.
선생님들 사이에서 좋은 학교를 촌지가 많이 들어오는 학교로, 촌지가 많은 학급을 좋은 학급으로 생각하는 현실에 마음 아파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도 교사 월급이면 다른 여느 직장 못지않게 넉넉하다고 할 수 있을 텐데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기대하는 촌지... 나도 촌지를 받았습니다.
거절하면 제 뜻을 따라 거두어주는 학부모도 있지만 그냥 막무가내로 놓고 가면 어쩔 수 없습니다.
촌지는 나를 묶는 사슬이고 독약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아이들 모두에게 돌려줍니다. 성탄절에는 양말을 아이들에게 선물했습니다.
하나하나 아이들의 이름을 쓰고 축하 메시지를 적어서 선물했지요.
 

 아이들의 생일에는 팬티를 선물합니다. 교사수첩에 꼼꼼히 아이들의 생일을 기록해두었다가 축하편지와 함께 선물을 하면 아이는 물론, 온 가족이 감동입니다.
설날에는 빳빳한 새 돈으로 세뱃돈 줍니다.
그런데 촌지를 거절하는 좋은 선생님도 많습니다.
저학년 때에는 엄마의 선물공세가 아이들의 기를 살리기도 하지만 고학년이 되면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가 공부를 잘합니다.
아무리 엄마가 욕심을 부려도 아이가 어디 엄마의 욕심대로 되나요?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자녀에 대한 사랑과 관심입니다.
40년 넘는 세월을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 살다가 정년을 했지만 내 스스로 학교에서 아이들을 통제할 능력을 없음을 느낍니다.

 최초의 학교는 가정이고, 최초의 교사는 어머니입니다.
오는 스승의 날 아이에게 담임의 선물을 쥐어 보내기 보다는 선생님의 존재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대화를 나눠보는 건 어떨까요?

 교사로 정년퇴임을 한지가 6년이 되었지만 나는 아직도 학교생활이 매우 그립습니다.
그래서 깊은 잠속에서 아이들과 즐겁게 생활하는 행복한 꿈을 자주 꿉니다. 학교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보면 함께 달리고 싶지만 교문은 굳게 닫혀 있고 아무도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러주지 않아 외롭고 쓸쓸합니다.
지금은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없으니 외롭고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그 날들을 생각하면 부끄럽게 살아 온 스승의 길로 인하여 가슴이 아픕니다.

 푸른 오월! 스승의 날을 맞아 이 땅의 모든 교사들이 품위를 지키며 사랑의 교사, 영원한 교사로 남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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