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에 풋고추

▲윤이정(010-4576-0037)
 음식에 관한한 고향과 어머니의 맛에 대한 집착 그런것들이 무의식중에 강하게 차지하는 비중이 큰 걸로 봐서 어린 날부터 보아온 엄마의 음식이야말로 우리 영혼을 살찌우는 소울푸드가 아닌가 싶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음식솜씨가 형편없는 어떤 어머니의 아들이 군대에 갔는데 첫 휴가를 나올 때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이 뭐냐고 물으니 바로 엄마가 차려준 밥이라고 했다네요 .

 저는 고향의 음식, 엄마의 음식하면 바로 풋고추에 된장을 찍어먹던 어린 날의 울 엄마가 떠오릅니다.
찬물에 밥 말아서 된장에 풋고추 찍어서 밥을 맛있게 드시던 모습 저는 그걸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기억을 했는데 시골에서 살다보니 한 여름 땡볕에 일할 때는 그것만한 반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시골에서 자랐지만 도시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아 들일이 낯선 제가 일을 해보니 땡볕아래서 완두콩을 따거나 콩밭의 풀을 뽑다보면 온통 땀범벅이 됩니다

 그러다가 점심을 차리러 집에 오면 땀투성이, 흙투성이 인지라 깨끗이 씻고 싶지만 바로 또 밭에 나가야 하니 씻기도 뭐하고 해서 신발도 못 벗고 그냥 대충 먹어야 하지요

 그러니 뭘 끓일 수도 없고 이것저것 반찬을 챙길 수도 없이 심란해져요

 그때서야 울 엄마가 왜 여름이면 그렇게 풋고추에 된장을 맛있게 드셨는지 알 것 같으면서 커다란 깨달음처럼 말로 표현하기 힘든 먹먹한 그리움이 밀려옵니다

 울 엄마의 삶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은데 이미 이 세상에 안계시니 내가 느낀 감정들을 나눌 수가 없음이 아쉽고 이제라도 엄마의 삶을 닮아가고 있다는 뭉클한 자랑 같은 감정이 수습이 잘 안 됩니다
늦깎이 농부가 된 우리 부부중 제 남편은 한번 밭에 가서 풀을 뽑으면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목이 마른 줄도 모르고 작열하는 태양아래서 몇 시간이고 일을 합니다.

 그러니 집에 오면 갈증이 계속 나서 물을 마셔도, 막걸리를 마셔도 갈증은 더 하지요

 그럴 때 저는 미지근한 물에 집 간장을 한 수저 풀어서 줍니다.

 그러면 갈증도 멎고 속도 편해진다고 합니다. 요즘은 싱겁게 먹는 걸 권하는 세상이지만 반대로 인간은 소금 없이는 며칠도 살수가 없으니 묵은 천일염으로 만든 간장에서 섭취하는 양질의 염분이야말로 한여름 일사병을 이길 수 있는 천연 무기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내 아이에게 어떤 음식의 엄마로 기억될것인가? 새로운 숙제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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