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열린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당사국 총회에서, ‘한국은 아직까지 금연 후진국이며 금연정책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일례로, 이미 전 세계 270개국이 담뱃갑에 섬뜩한 경고사진을 부착한데 반해 우리나라는 금연정책을 강화하겠다고 공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담뱃갑 포장지 흡연 경고사진 의무부착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연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아직 멀다.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증진기금사업의 일환으로 군인, 전·의경 금연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한국건강관리협회 광주전남지부로부터 우리나라가 금연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알아본다.

지난해 11월, 세계 주요 20여 개국이 참여해 국제 담배규제 정책을 평가하는 국제 금연정책평가 프로젝트(the Internatioal Tobacco Control Policy Evaluation Project)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흡연자 86%가 “정부가 흡연의 유해성을 더 적극적으로 알리는 등 강력한 담배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에 찬성하고, 39%가 모든 담배 제품의 완전 금지에 찬성했다.

또 흡연자 55%는 담뱃갑에 지금보다 더 많은 건강정보와 경고를 표시해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국내 흡연자 중 88%가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것 자체를 후회한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의견은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어려우니 강력한 정책으로 금연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흡연자의 호소로 보인다.

국내 금연정책은 최하위 수준

우리나라 금연정책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우리나라는 지난 1986년 담배사업법에 의해 담뱃갑 경고문구 표기를 의무화하고 담배 광고 제한을 시작으로, 1995년 국민건강증진법이 제정됨에 따라 금연구역을 설정하는 등 흡연을 규제하면서 지속적인 금연정책을 추진해왔다.

2003년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담배의 해악에 대처하고자 채택한 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 서명하고 2005년 비준을 받아, 담배 수요 감소를 위한 가격 및 조세 조치, 담배제품 성분에 관한 규제, 담배제품 포장 및 라벨 규제, 담배광고 및 판촉·후원 규제, 미성년자 담배 판매 및 구매금지 등 비준국가로서 협약 이행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특히 2005년부터 금연교육 및 홍보 중심에서 벗어나, 금연클리닉(보건소·민간단체), 금연상담전화, 군·전의경 금연 지원 등 금연 지원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2008년에는 공공이용시설 등에 금연구역을 지정, 운영하기 시작했다.

전자담배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부과(2010년), 담뱃갑에 경고 문구 및 금연상담 전화번호 표기(2011년) 등 국내 금연정책은 점점 강화되는 추세다.

지난해 12월부터 넓이 150㎡이상의 음식점(식당·술집·카페 등)에서 금연이 시행돼 오는 6월까지 홍보기간을 갖고, 내년 1월부터는 넓이 100㎡ 이상에서, 2015년 1월부터는 모든 음식점에서 흡연 손님을 받으려면 별도의 흡연실을 설치해야 한다.

한편, 이 같은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연정책은 ITC프로젝트에 참여한 국가 중에서 하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ITC 국가 중 미국, 캐나다, 호주, 프랑스 등의 국가는 직장과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한 반면 우리나라는 포괄적 금지를 명시하지 않았고, 특히 ITC국가 중 식당과 술집에서 간접흡연에 노출되는 빈도수가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OECD 회원국의 금연정책을 종합평가한 ‘우리나라 및 외국의 담배가격 정책 비교분석’에서도 우리나라는 80점 만점에 16.96점으로 비교 가능한 25개국 가운데 24위를 기록했다.

금연선진국, 실내 흡연 금지·담뱃값 인상 등 강력한 규제

그렇다면, 세계 곳곳의 금연 선진국은 어떤 정책을 펴고 있을까. 프랑스는 2008년 2월 금연법을 제정해 공공장소 및 폐쇄공간에서의 흡연을 전면 금지했다.

스페인은 2011년부터 학교 운동장과 병원, 공항 레스토랑 등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유럽 국가 중 흡연율이 높은 터키와 그리스도 2010년부터 실내 흡연을 금지했다.

미국과 영국은 TV, 라디오, 신문 등 대중매체에 담배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정했다.

이미 담배 가격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편에 속하는 뉴질랜드 정부도 지난해 5월, 향후 4년간 담뱃세를 40%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흡연자들을 압박했다.

흡연에 비교적 관대했던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2001년 시부야에서 최초로 보행 중 흡연을 금지하는 조례가 발표됐고 이후 이런 움직임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2010년에는 담뱃값을 일시에 40% 인상하기도 했다.

2020년 흡연율 29.0%, 담배연기 없는 환경을 위하여

OECD 흡연율 통계(15세 이상 성인 남성 기준)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 남성 흡연율은 40.8%로 OECD 34개국 중 최고를 기록했다. 터키(39.0%), 그리스(38.0%) 등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흡연율은 최고, 금연정책은 최하위’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오는 2020년까지 성인남성 흡연율 29.0% 달성을 목표로 담배연기 없는 깨끗한 환경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2005년 14.3%이던 청소년 흡연율을 12.0%(중·고등학교 남학생 기준)로, 간접흡연 노출자 비율을 31.0%에서 6.0%(가정 기준)로 줄이겠다는 의지다.

국내 금연정책이 최하위에 머물고 금연 후진국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희망적인 건 우리나라 금연프로그램이 ITC국가 중에서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지원하는 전국적인 금연클리닉을 가진 몇 안 되는 나라다. 담배연기 없는 깨끗한 금연 선진국, 여전히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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