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명: Orostachys japonica (Maxim.) A.Berger 쌍떡잎식물강 범의귀목 돌나물과 바위솔속의 여러해살이풀

/김진수 회장 전남들꽃연구회
 오래된 정자의 지붕을 개보수한다기에 한달음에 달려가 한 수레를 걷어왔다.

 낡은 기왓장은 분화용은 물론 정원을 가꿀 때 아심찮은 데를 치장해주고 경사진 곳의 물 내림용으로도 한 몫 한다.

 장독대를 높여 납작한 돌덩이로 담을 두르고 그 위에 눕히는 암키와와 덮는 수키와를 번갈아 얹어놓으니 제법 고졸하다. 내친김에 바위솔이라도 절로 나면 좋겠다 중얼거렸더니 알아들은 모양이다.

 한 달 후 정말로 바위솔이 돋아났다.

 기와에 붙은 이끼 속으로 씨알 한 톨이 묻어온  것. 닭 쫓던 개처럼 늘 지붕만 바라보던 것을 코앞에다 내려놓으니 새치름한 것이 요참에 첫날 밤 새악시다.

바위솔꽃

 토실토실한 바람과 잿빛 안개, 초강초강한 별무리와 다디단 이슬, 그리고 한낮의 불덩이마저 냉큼 끌어안는 살결이 여간 아니다.

 『바위솔』은 예의 두터운 엽육에 수분에너지를 가득 머금고 있어 사람이라면 단 몇 시간도 버티기 힘든 벼랑 날이나 지붕 끝이라도 아무렇지 않다.

 바위솔이 세간의 큰 병을 고칠 수 있다는 말이 거저 나왔겠는가.

 이들 식물은 척박한 지형을 즐기며 살아가는 까닭에 그에 걸맞게 진화하였다.

 두터운 잎으로 체적에 대한 표면적을 감소시켜 증산율을 낮추고 또 일사에 대비해 세포의 원형질 안에 수용액을 가득 채우는 큰 액포를 자랑한다.

 사막 같은 뜨거운 낮과 차가운 밤의 대조를 사랑하는 삶. 이것이 바위솔의 악천후적 기질이다.

 『바위솔』은 반짝이는 다육질의 잎사귀가 솔잎처럼 뾰족한 데서 나온 이름이다.

 이름 그대로 석송(石松)이며, 오래된 기와에서 잘 자라므로 와송(瓦松:약명)이다.

 밤새 내린 이슬 몇 방울의 감로를 투명한 세포막 속에 품고 높은 산의 아슬한 바위 섶이나 고요한 법당의 지붕 위를 정진하는 참선수행자의 결가부좌를 닮았다.

▲두터운 잎으로 체적에 대한 표면적을 감소시켜 증산율을 낮추고 또 일사에 대비해 세포의 원형질 안에 수용액을 가득 채우는 큰 액포를 자랑하는 바위솔
 우리나라에는 바위솔 외에 좁은잎바위솔, 둥근 바위솔, 연화바위솔, 좀바위솔, 난쟁이바위솔, 좁은잎바위솔, 가지바위솔 등 10여 종이 자란다.

 바위솔은 현대의학에서도 인정받는 토종 항암약초이다. 「와송」의 추출물인 ‘아플라톡신 B1’ 등이 발암물질의 발암성을 줄이고 암세포를 파괴하는 강한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췌장암, 간암, 위암, 대장암 등 그 범위도 광범위하다.

 발암물질을 해독하고 암세포를 파괴하며 인체 DNA의 면역항체를 증가시켜서 암세포의 전이를 막아준다.

 그러므로 암 예방과 수술 후 재발 방지에 큰 효과가 있다. 이는 병변이 없는 보통 사람에게도 유익하여 혈류의 증진에 청혈· 정혈하며, 고혈압과 동맥경화를 예방·치료하는 바 생식거리로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우리가 식물을 알면 한없이 빠져드는 매력 앞에 지난 날 잘못된 식습관과 몰랐던 사물의 이치도 깨우칠 수 있는 공부가 가득가득하다. ‘식약동원(食藥同原: 음식과 약의 근원은 같다.)’이라 하였다.

 약용식물 따로 식용식물 따로가 아니라 두 이름 속에 그 모든 건강의 싱싱한 약속이 가득하다는 뜻이렷다.

 본시 초식성 동물이었다는 인간이 풀뿌리나 열매나 꽃이나 초록 잎사귀들로 못 이길 난치의 병은 없다.
「와송」의 다른 이름 가운데 ‘지부지기’가 있다. 논어 학이편에 나오는 공자님의 말씀 가운데, 不患人之不知己 患不知人也(불환인지부지기 환부지인야: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근심할 것이 아니라 내가 남을 알지 못함을 탓해야 한다.)에서 ‘지부지기’만 떼어놓으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마도 ‘지붕지기’라는 바위솔의 이명이 변한 게 아닌가 싶지만 그래도 재미있다.

 내 병의 원인을 모르고 내 병을 치료해주는 자연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바위솔은‘왜 나를 알아주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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