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떠나자! 고래 잡으러 말고 고래 만나러 울산 장생포로!!!

 

전국에서 마을 만들기 열풍이 불고 있다. 농어촌에서는 특산물과 아름다운 자연경관, 독특한 체험활동을 곁들여 도시민들을 마을주민으로 끌어들이는 생계형 마을 만들기가, 도시에서는 삭막한 도시공간을 문화와 건강한 삶이 어울리는 공동체공간으로 만들어 가는 주거형 사업이 한창이다. 대부분 지역주민들이 스스로의 요구와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몇몇 선각자들의 이상과 열정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 마을 만들기 사업의 현주소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부산사무소가 지난 5월 전국의 지역일간지와 지역신문 기자들을 대상으로 ‘관광문화, 도시의 지형을 바꾸다’는 주제로 전문연수를 실시했다. 울산광역시 남구가 추진하고 있는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와 고래문화마을 조성사업은 이미 사양길에 접어 든 고래산업을 다시 살려 보자는 사업이 아니다. 고래에 대한 사람들의 동경과 추억을 자극해 바다와 고래에 대한 이미지를 파는 전형적인 문화특화사업이다.더 이상 고래를 잡을 수 없는 쇠락한 어촌마을에서 고래잡이에 대한 추억만으로 최고의 해양관광문화마을로 발돋움 하고 있는 울산 남구 장생포로 떠나보자. / 편집자 주

 

▲지난 4월 6일 첫 정기운항을 시작한 고래바다여행 크루즈선. 울산 고래문화특구 여행의 백미로 손꼽힌다.
▲울산 남구가 고래에게 정식으로 주민등록증을 발급한 것은유래를 찾아보기힘든 문화행정의 일면이다.
지난 5월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 동안 한국언론진흥재단 부산사무소가 주최한 ‘관광문화, 도시의 지형을 바꾸다’ 전문연수에 전국의 일간지와 지역신문 기자 23명이 참가했다.

 부산발전연구원 오재환 원장의 ‘지역문화자원 활용방안’에 대한 강의로 시작된 연수는 경성대학교 강동진 교수의 ‘도시의 흔적과 기억만으로도 지역을 살릴 수 있다’는 주제강의로 이어졌다.

 오재환 원장은 지역문화자원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세계성과 지역성을 동시에 발현할 수 있는 매개물이 되는 것으로 지역의 자발성과 적극성만으로도 세계에 통용된다”고 정리했다.

 하지만 지역성에만 집중하다보니 전국적으로 유사하고 특색이 없는 축제를 양산하는 사례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순신 관련 축제만 해도 아산, 통영, 공성, 거제, 진해, 여수, 해남 등 10여 곳에 이르고, 특산품 관련 축제는 수박 11개, 포도 6개, 도자기 7개, 진달래 7개, 철쭉 13개, 쌀 10개 등 전국에서 비슷비슷한 축제가 열리다보니 생산성도 떨어지고 대부분 전시성 행사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가운데 창의적인 지역재생의 선진사례로 울산광역시 남구가 추진하는 장생포 고래문화특구를 탐방하게 됐다.

바다 한 가운데서 만나는 일생일대의 공연‘고래쇼’ 

선사시대부터 고래가 뛰놀던 고래도시, 옛 고래잡이 전진기지로 유명했던 장생포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고래문화특구로 지정돼 고래와 관련된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각종 고래모형과 포경유물이 전시돼 있는 고래박물관을 시작으로 국내 최초 고래수족관을 보유한 고래생태체험관까지, 그야말로 고래도시 다운 면모를 갖춰나가고 있는 것.

 고래박물관은 1986년 포경이 금지된 이후 사라져가는 포경유물을 수집, 보존·전시하고 고래와 관련된 각종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해양생태계 및 교육연구 체험공간을 제공해 해양관광의 1번지가 되고 있다.

 여기에 세계적인 고래도시 건설을 위해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고래관광을 즐길 수 있는 '고래바다 여행선'이 운항중이다.

 고래바다여행선을 타고 1시간30분쯤 바다로 나가게 되면 바다 한 가운데서 ‘고래쇼’를 만나는 행운이 주어진다. 물론 아무 때나 주어지는 행운은 아니다. 

 지난 5월 9일 탐방단이 나갔을 때는 고래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3일에는 장생포기점 북동방향 103° 10.3마일 35°27.5N, 129°34.9'E 해상에서 30분 남짓 참돌고래떼 5천여 마리가 군무를 펼쳤다는 소식이다.

 이는 7월 15일 고래 출몰 이후 19일만이며 올해 들어 열 번째 고래쇼라고 한다.

 여름휴가철을 맞아 장생포 고래문화특구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추억거리를 안겨준 셈이다.

고래사냥 전진기지 울산 장생포구의 어제와 오늘

장생포(長生浦)는 울산광역시 남구 장생포동으로 한때 고래잡이로 유명했던 포구다.

 장생포 연안은 귀신고래가 많이 서식하는 바닷가라고 하여 울산 극경 회유 해면이라는 이름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으며, 또한 밍크고래, 참고래 등 다양한 고래종이 서식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고래고기를 먹는 풍습이 없었고, 교통이 발달하지 않아 고래고기의 유통 역시 쉽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 스스로 고래잡이에 나서는 경우는 없었다.

 한반도에서 상업적으로 고래잡이가 시작된 것은 1848년 미국에 의해서였으며, 장생포에서는 1899년 러시아의 태평양어업 주식회사에 의해 처음 시작됐다.

 이 회사는 대한제국 정부로부터 포경 허가권을 양도받아 조업을 시작했으며, 장생포를 고래 해체 작업장으로 이용했다. 이때부터 장생포가 포경의 전진기지로 조명받기 시작한 것.

 1905년의 러일전쟁 이후에 포경 허가권은 일본으로 넘어갔으며, 이후 일제 강점기가 끝날 때까지 장생포의 고래잡이는 일본 포경선에 의해서 이루어지게 되었다.

 특히 1915년에 한반도 각지의 포경기지가 정비되면서부터는 장생포가 고래잡이의 중심항이 되었다. 이 때 생산된 고래고기의 대부분은 일본으로 수출되었다.

 1945년 광복을 맞이하면서 고래잡이는 비로소 한국인의 손으로 넘어왔다. 한국인이 설립한 최초의 포경회사는 일제 강점기 당시 포경선에서 조업을 한 경험이 있는 한국인 200여명이 출자해 설립한 조선포경주식회사다.

 이 회사는 일제 강점기 당시에 이들 한국인 종업원들에 대한 체불임금과 퇴직금 몫으로 일본수산주식회사로부터 목조 포경선 두 척을 양도받아 장생포를 중심으로 조업을 시작했다.

 1970년대 말 고래잡이가 전성기를 이룬 시기에 장생포는 20여척의 포경선과 1만 여명의 인구가 상주하는 큰 마을이었다.

 그러나 1980년 지나친 포획으로 인해 개체수가 감소하자 포획량 역시 함께 줄어들었고 일부 종은 멸종에 이르렀다.

 이윽고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IWC)에서 상업포경금지를 결정하면서 고래잡이는 중단되었다. 이후 인근에 공업단지가 조성되면서 대부분의 주민들이 이주하였고 마을은 쇠퇴하였다.

▲울산 장생포 고래박물관

장생포 고래잡이 역사를 울산의 지역문화로

울산광역시에서는 장생포의 고래잡이가 울산을 대표할 수 있는 상징이라고 판단, 이를 울산의 지역문화와 연계시키려는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울산의 시(市) 캐릭터인 해울이는 고래를 의인화시킨 형태이며, 이를 이용한 캐릭터 상품이나 모바일 바탕화면이 제공되고 있다. 고래에게 정식으로 주민등록증을 발급한 것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문화행정의 일면이다.

 또한 울산 남구에서는 장생포 해양공원에서는 매년 5~6월경에 울산고래축제를 열어 장생포의 고래잡이 역사를 되새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05년 5월에는 제57차 국제포경위원회 연례회의를 울산에서 유치하는 성과도 있었다. 이 회의를 기념하며 설립된 장생포 고래박물관은 고래잡이 역사에 관련한 다양한 자료와 함께 포경선 모형, 고래 뼈 등을 전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남구에서는 지난 4월 장생포 고래문화마을 조성공사의 첫 삽을 떴다.

 남구 최대 역점사업인 장생포 고래문화마을은 국내 유일의 고래를 테마로 한 공원으로 지난 2011년 국토교통부로부터 국비보조사업으로 확정됐으며, 총 234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내년 연말 준공을 목표로 박물관 맞은편 장생포 근린공원 내 10만200㎡ 규모로 조성되고 있다.

홍어 먹는 사람이 고래고기 못 먹을쏘냐?

고래문화특구를 둘러보고 이어지는 순서는 고래고기를 맛보는 것이다. 고래박물관을 중심으로 장생포 일대에 고래고기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가장 간단한 요리로 1만원짜리 고래비빔밥에서 10만원의 훌쩍 넘는 고래정식까지 메뉴가 다양하다. 일생에 한번 먹을까 말까 한 고래고기, 마치 쇠고기를 저며 놓은 듯한 비빔밥을 앞에 놓고 “푹 삭힌 영산포 홍어를 먹는 마당에 고래고기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고래고기 한 점을 입에 넣는 순간 “윽~” 하는 비명이 터져나온다.

 그 낯설고 참기 어려운 비린내에 그만 홍어요리 앞에서 내숭을 떠는 사람들을 보며 “사삭스럽다” 흉을 봤던 것이 일시에 후회가 된다.

 일행 중 한 명이 “고래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일본에서는 초등학교 급식에서부터 고래고기에 대한 입맛을 길들이고 있다”며 “먹다 보면 먹게 된다”고 일러 준다.

 하지만 낯선 고장, 낯선 문화에서 단 한 번의 미각체험으로 먹게 된 고래고기 그 특유의 비릿한 맛은 꽤 오랫동안 울산에 대한 추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 김양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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