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술과 엿기름

 

▲윤이정(010-4576-0037)
찬바람 불면서 자꾸만 옛날 생각이 납니다
 

아무래도 가을이 되면 유달리 엄마의 부재를 느껴서인가보다 하면서도 어린시절 먹었던 특별한 그 무엇인가가 자꾸만 생각나는게 영락없이  가을을 타는 모양입니다.

 찬바람 불면서 나를 일깨우는 그 머나먼 맛은 바로 밥술입니다

  밥술이라고 들어보셨을까요?
 

 엄마가 밥술을 해주시면 그게 술인데 왜 우리에게 만들어주는걸까 하면서도 한잔씩 달게 마셨던 기억이 있는데 마시고 나면 제법 든든하기도 했었지요.

  어느 식당에서 비슷하게라도 흉내낸 밥술을 먹어본 뒤부터 자꾸만 궁금해져서 일부러 밥을 많이 해 식은밥을  남겨서 만들어보았습니다 .

 밥을 엿기름과 물을 넣고 하룻밤 삭혀서 체에 걸러서 끓여 식히면 되는데
 처음 해보았음에도 제법 옛날 그 맛이 납니다.
 

 여름이면 대바구니에 밥을 걸어두고 저녁때엔 약간 쉰듯한 밥이 많이 남을때 엄마가 만들어주셨겠지요. 그런날은 국수로 저녁을 때우고요.

 이제야 만들어보면서도 지금처럼 편한 세상이 아니라 종일 농사일하고 고단한 노동후에 아이들을 위해 컴컴한 부엌에서 조물조물 뭔가를 만들었던 엄마 생각을 하려니 마음이 아련해집니다.
 

 엿기름은 언제 만들어두셨을까?

 발효식품을 하다보니 그  표나지 않게 두루 살림살이들을 건사했던 옛 우리네 엄마들의 일생이 존경스럽기만 합니다

 시골로 처음 이사와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쉽게 생각하고 엿기름 만든다고 많은 보리를 씻어서 덮어두던 생각이 납니다

 온도조절을 잘 못하면 보리가 싹이 안나고 싹이 잘 튼것도 추운날 말리기가 어려웠지요

 이 말리기를  반복하다보면 야릇한 냄새가 나는데 이걸 방앗간에 가지고 가서 빻아오면 엿기름이 되는데 이 엿기름으로 식혜나 고추장만들때 찹쌀삭히기를 하니 우리네 부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식재료인것 같네요.

 엿기름은 우리 몸의 침과 같은 효과로 녹말을 분해하여 엿당으로 만들어주어 단맛을 내어주니 식혜나 조청의 재료로 없어서는 안되는 전통의 발효과학인것이지요 외국산으로 넘쳐나는 식재료가 많지만 이 엿기름만은 꼭 집에서 만들어야겠구나 싶은다짐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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