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명: Solidago virga-aurea var. asiatica&쌍떡잎식물강 초롱꽃목 국화과 미역취속의 여러해살이풀

▲김진수 회장 /전남들꽃연구회
가을은 국화의 계절이다. 화분에 심기도 하고 뜰에 감상하기도 하지만 산록에 절로 흐드러지는 산국, 감국의 노래는 절창이다.

마치 아우성으로 단풍든 ‘가짜 꽃’들을 놀리듯, 차마 바린 님 돌아오지 않을까 가슴 조리는 연인들처럼, 가으내 비낀 산모퉁이를 서성거린다.

국화가 필 때까지 국화 앞에서 방자와 향단이 흉내로 길을 여는 꽃도 있다. 국화과의 미역취! 한여름부터 낮은 비탈에서 산복을 따라 드넓게 가을의 들러리를 즐긴다.

『미역취』의 영명은 goldenrod. ‘황금의 채찍(매)’이라는 뜻. 옛 로마의 태형이 채찍질이고 보면 역시

「미국미역취」다운 남성적 이미지다.

우리가 가을 들길에서 흔히 만나는 미국미역취는 키가 우련 크고(1m 이상) 꽃가지가 여러 갈래이며 꽤나

▲ 이름도, 맛도, 묵나물을 만들 때 물에 주무르면‘미역거품’이 이는 것까지 바다를 닮은 미역취
화려하다.

그러나 꽃모양이 수수하고 얌전한 우리 산하의 미역취는 숲수풀 속에서‘섬색시(꽃말)’처럼 수줍다. 토종인 「울릉미역취」는 울릉도에서만 자라 「섬미역취」라고도 부른다.

꽃은 3~5개의 두상화(頭狀花: 꽃대 끝에 작은 꽃이 많이 붙어 머리 모양을 이룬 꼴)로 이루어진 이삭꽃차례이며, 열매는 수과(瘦果:‘여윈씨’라고도 하며, 바람을 타고 가볍게 잘 날아갈 수 있도록 수척해진 씨앗을 이름)로 익고, 관모(冠毛: ‘갓털’이라고도 하며, 꽃받침이 변해서 씨방의 맨 끝에 붙은 솜털 같은 것)가 달려 있다.

한방에서는 미역취를 일지황화(一枝黃花)라 하여 건위제, 강장제, 이뇨제로 써왔다. 성미는 맵고 쓰며 차다. 열을 내리고 풍을 가라앉히는 소풍청열(消風淸熱), 독을 풀고 부스럼을 없애는 소종해독(消腫解毒) 효능이 있다.

따라서 감기로 인한 두통과 인후염, 편도선염, 만성기관지염에 유효하며 세균을 소독하는 효능도 강하기 때문에 종기나 타박상, 건선피부염에도 환부를 세척하거나 즙액을 바른다.

약리적으로는 포도상구균, 폐렴균, 이질균 등에 억제작용이 있으며, 토끼의 실험에서 거담, 천식의 감소현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미역취』는 이름에서부터 바다냄새가 나듯 맛도 미역 맛이 난다거나 초형에서 미역이 연상된다거나 또는 묵나물을 만들 때 물에 주무르면 ‘미역거품’이 인다거나 하여 모두 짭조름하다.

이 내륙의 샛노란 미역취 속에는 전설처럼 파란 바다가 고여 있다.

◀미역취는 건위제, 강장제, 이뇨제로 쓰고 독을 풀고 부스럼을 없애는 소종해독(消腫解毒) 효능이 있다.
옛날에는 흉년이 들거나 전쟁 등으로 기근이 닥쳤을 때 또는 보릿고개에 일반 식량의 대용이 되는 야생의 것을 구황식물로 썼다.

개미취, 각시취, 곰취, 분취, 수리취 등 국화과의 취 종류는 대부분 향내가 좋고 영양가도 높아 어린 순을 데쳐서 나물로 먹었다.

참취를 흔히 동풍채근(東風菜根), 산백채(山白寀)라 부르는 것처럼. 미역 뒤에 붙는‘취’는 본시 ‘나물 채[菜]’가 변한 것이니, 미역취 역시 갈무리해두었다가 춘궁기를 달랜 착한 양식이었던 것.

필자가 어렸을 적 할머니의 손에 붙들려 더러 무등산 가까운 어디 산길을 따라다녔는데, 할머니는 산나물 박사였다.

내미는 손마다 붙들려오는 갖가지 나물들로 보따리가 금세 집채만 해졌다. 마당에 보자기를 풀어놓으면 동네 아줌마들이 눈을 크게 뜨고 다가서며 탄성을 지르곤 하였다.

구황식물은 오늘날 식생활이 변하여 별미나 건강식품으로 취급되는 경향이다. 지상의 만 가지 풀꽃들은 건강식품 아닌 것이 없고 약용식물 아닌 것 또한 하나 없다.

손에 잡히는 것마다 나물로 다스려 먹을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가난했던 옛날이 가엾은 것이 아니고 풀마다 독성이 두려워서 병석에서조차 가까이 할 마음을 못 내는 ‘약체의 오늘’이 더 안쓰럽다.
필자만의 감상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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