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훈/나주교회 담임목사
벌써 한 해의 마지막 달입니다.

마지막이라는 단어에는 표현하기 어려운, 물기 같은 것이 스며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회한이나 미련 같은 것이거나, 잔잔한 미소가 녹아든 것 같은 것 말이죠.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여러 가지 감정의 기복들이 주마등처럼 의식의 세계를 스쳐갑니다.

기쁨과 만족에 뒤이어 후회와 불만이 고개를 들며 때로는 혼돈된 감정의 세계로 이끌기 마련입니다.

이즈음이 되면 지난 한 해 뿐만 아니라 더러는 이제까지 살아왔던 생애의 궤적들을 떠올리며 지나가 버린 어제에 대한 안타까움이 우리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합니다.

그러나 한 해의 마지막 달은 어제를 버리고 내일을 선택하는 삶의 이정표가 되기도 합니다.
이미 지나가 버린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보다는 새로운 내일의 힘찬 발걸음을 위해 현재를 추스르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2013년이 다시 주어진다면…. 우리는 ‘다시 삶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살고 싶다’하는 식의 바람을 갖고 살곤 합니다. 우리는 인생을 다시 살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금은 다른 인생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기도 합니다.

다시 기회가 주어져도 오늘처럼 살고 싶다면 그 사람은 참으로 행복한 하루를 살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을 보내면서 다시 오늘이 왔으면, 다시 기회가 온다면 하며 기대해 보지만, 우리 삶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러나 희한한 것은 이러한 기대를 하면서 반복적인 삶을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다시’를 꿈꾸는 동시에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에 지치기도 합니다.

다시 살고 싶은 욕망과 똑같은 삶에 대한 회의가 있는 것이 또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 삶은 반복적인 상황에 늘 직면하게 되고, 반복하는 것이 우리 삶의 한 양식입니다.

저녁이 가면 아침이 오고,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고, 흐린 날이 가면 맑은 날이 옵니다. 우리 삶의 양태 가운데 하나가 곧 ‘반복’에 있습니다.

예수께서도 ‘늘 하시던 대로’ 가르치셨는데, ‘다시’ 가르치셨습니다.
‘다시’라는 말은 반복적인 의미를 담고 있지만, ‘새롭게’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다시’라는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다 포함되어 있습니다. 반복적인 행위를 나타내는 말이면서 동시에 조금 다른 것, ‘새롭게’의 의미가 다 포함되어 있습니다.

똑같은 것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다른 형태, 조금 다른 방식, 조금 더 나은 방식으로 행하고자 하는 것이 ‘다시’입니다.

예수님께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실 때, 늘 하시던 대로 치유하시고, 하늘나라의 비밀을 가르쳐 주셨지만, 늘 새롭게 가르치셨습니다.

신앙생활과 우리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복하듯 새롭게 하는 것입니다.

다시 노래하고, 다시 일을 하고, 다시 공부하고, 다시 사랑하고, 다시 연주하고, 다시 글을 쓰고, 다시 가르치고, 다시 섬기고…. 오늘 우리 삶 가운데 늘 하던 대로 희망을 주는 존재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우리 모두가 품어야 할 소원이 되어야 합니다.

다시 세워지는 내가 되는 것을 소망으로 품으십시오! 오늘 다시 희망의 존재로, 꿈을 주는 존재로, 영향력을 끼치는 존재로 다시 서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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