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이의 봄방학

▲김노금
“엄마! 학교 다녀왔습니다.”

책가방을 무겁게 내려놓으면서도 마냥 신나고 들뜬 은성이가 들어옵니다.

“그래, 어서 오너라. 그런데 그렇게도 좋으니?”

“그럼요, 엄마. 친구들에게 이번 봄방학엔 온가족이 아빠 고향으로 역사여행을 떠난다고 얼마나 자랑을 많이 했는데요.”

은성이 목소리에는 자랑스러움과 호기심이 잔뜩 묻어납니다.

“우리 아들 좋아하는걸 보니 이런 여행 자주 해야겠네. 호호...”

“다른 친구들은 온천에랑 스키장에 간다고 자랑들인데 저는 이런 여행이 정말 좋아요.”

엄마도 은성이가 역사책이랑 노트를 챙기는 것을 보고 대견스러운 모습입니다.

“딩동 ...딩동..”

“아빠 오셨다.”

아빠는 항상 집에 들어오실 때 아파트 문을 직접 여시지 않습니다.

 

 이렇게 경쾌한 두 번의 벨소리를 울리며 가족들이 문을 열어 반가이 맞아주시는걸 좋아하시기 때문입니다.

“우와! 아빠.”

“이야! 은성이가 아빠보다 먼저 왔구나!”

언제나처럼 아들과 아빠는 볼을 부벼대며 온몸을 얼싸안고 빙빙 돕니다.

“어? 아빠 빨리 오셨네.”

이번에는 5학년 은홍이가 초인종 소리도 없이 들어옵니다.

“우리 딸! 어서와.”

엄마가 다정하게 은홍이를 안아 줍니다.

“그래! 모든 준비는 완벽하게 끝난 거지?”

“네! 아빠”

은성이와 은홍이의 대답이 경쾌하기만 합니다.

“참, 여보! 오늘 아침 신문에 나주와 정도전이라는 기사가 나왔더군요. 아무래도 이번 여행에 요긴하게 쓰일 것 같아 여기 스크랩 해놨어요.”

“그래? 고마워요”

“우리가 알고 있는 정도전에 관한 부분과는 달리 많은 부분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했더라구요.”

“그래. 그렇군..., 여기 이 기사... 정도전을 우리는 고려말의 무인으로만 알고 있는데 여기서는 학자라고 표현했고 또 정치가로도 아주 의미 있는 인물로 표현했구만.”

“아빠! 정도전에 관한 기사라면 저도 좀 봐요.”

역사에 흥미가 많은 은성이가 안경너머로 크게 눈을 반짝이며 스크랩한 신문을 아빠에게서 받아들고 읽습니다.

“아빠! 저도 정도전이란분이 그저 고려 말 사람으로서 어쩌다 이성계를 도와 조선 건국에 주역의 한 사람이 된 것 정도로만 알아 왔는데 여기 신문에는 아주 대단한 분으로 소개되어 있네요.”

여행가방을 정리하던 은성이가 이제 아예 방바닥에 차분히 앉아 빨간펜으로 여기 저기 줄을 그어가며 코까지 큼큼거리면서 스크랩 기사를 읽습니다.

“이것 보세요 아빠! 여기에선 아주 조선 건국의 주역이라 씌어 있어요. 거기에다가 정도전이라는 인물이 우리 고향 나주에서 유배생활을 했다고 했구요.”

“그래 아빠도 얼핏 나주에 정도전의 유배지가 있다는 소리는 들었던 것 같기는 한데?”

“아빠! 이번 여행은 나주 땅 이 곳 저 곳의 역사문화를 돌아보는 것 외에 나주와 정도전의 삶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참 좋을 것 같아요.”
“그래. 거 참 좋은 생각이야.”

아빠도 대단히 흥미 있는 일이라는 듯 밝은 목소리로 격려를 하십니다.

아빠는 작은 여행사를 경영하고 계십니다.

고향 나주사랑이 크신 여행사 사장님인 은성 아빠는 언제 어디서고 누구에게든지 나주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시는 분입니다.
작년에도 서울 지역의 대학생들을 여러팀 유치하여 관광공사의 공로패를 받았습니다.

이번 여행도 나주의 흩어져있는 관광자원을 돌아보고 고향 나주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문화 음식 등을 한데 묶어 관광상품으로 묶는 일을 하고 싶어 하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소박한 욕심이 고향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한 것입니다.

“나주의 문화유산은 너무나 찬란해서 알면 알수록 보석과도 같단다.”

늘 하시는 아빠의 말씀입니다.

이번에도 4일간의 봄방학기간동안 온 가족이 나주의 이 곳 저 곳을 돌아보며 많은 공부를 하기위해 오랫동안 많은 자료를 준비하였습니다.

은성이가 보기에는 그냥 강물이 흘러가나보다 싶은데도 아빠는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습니다. 언제가 영산강 앞에 서서 어린 은성이에게 왕건과 견훤이 자웅을 겨루던 역사의 현장이라며 몇 번이고 설명을 하고 사진을 찍던 아빠셨습니다.

왕건의 고려건국을 도운 장화왕후 오 씨가 나주의 지혜로운  여인 이라는 것도 아빠가 말씀해 주셨습니다. 또 그들 사이에 태어난 고려의 2대왕 혜종이 나주 출신이어서 나주를 왕의 고향, 어향이라고 부른다는 것도 모두 아빠에게 들은 말씀입니다.

고려말의 명신 정가신 장군 또 왜구토벌에 평생을 바친 정지 장군, 조선의 뛰어난 학자 신숙주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그리고 조선의 천재 백호 임제, 나라를 구한 의병장 김천일 장군, 그리고 무엇보다 은성이의 가슴을 뛰게 한 거북선을 만드신 나대용 장군 등 수많은 충신들의 이름과 그 분들의 업적을 기릴 수 있게 된 점 또한 모두 아빠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자! 어서 서둘러야지, 기차시간 다되어 가는데...”

“네! 아빠... 그럼 이번 봄방학 여행의 첫 출발지는 조선개국 일등 공신 삼봉 정도전 선생님이 3년간이나 유배를 당하신 나주 다시면 운봉리 백룡산 기슭입니다.”

“나주를 향하여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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