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명: Euonymus alatus (THUNB.) SIEB.

『화살나무』는 나무의 어린 줄기에 붙은 날개가 화살의 깃 같아 붙여진 이름이다. 화살나무의 학명 Euonymus는 그리스 고명으로 ‘좋다'는 뜻의 접두사 eu와 ‘이름’이라는 뜻을 가진 onoma의 합성어로 ‘가축에 독이 없어 좋다.’는 의미를 담았지만 종명 alatus는  ‘날개가 있다.’는 뜻으로 역시 이 나무줄기에 붙은 코르크질의 독특한 형태를 강조하였다.

속명 가운데 「참빗나무」는 바로 우리 어머니들이 거울 앞에 앉아 쪽머리를 빗던 그 ‘참빗’을 이른다. 일본 이름 ‘니시끼기(ニシキギ: 錦木)’는 붉게 물든 단풍이 비단처럼 곱다하여 붙인 이름이라 한다. 화살나무속은 전 세계에 약 150종이 분포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회나무, 나래회나무, 참회나무, 참빗살나무, 회잎나무 등 약 13종이 자생하고 있다.

서양 꽃말의 유래는 대개 꽃의 생김새, 빛깔, 향기, 쓰임, 전설, 신화, 종교, 나라, 문화에 따라 다양하다. 화살나무의 꽃말이 ‘위험한 장난’인 것을 신화와 관련하여 연상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그리스로마신화에 등장하는 날개가 달린 귀여운 소년 큐피드는 늘 활과 화살을 들고 다닌다.

 

누군가에게 사랑의 마음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또 혐오하게도 하는데 태양의 신이자 궁술(弓術)의 신 아폴론이 자신을 ‘꼬마’라고 비웃자 큐피드(에로스의 영어 이름)는 아폴론의 연정 다프네에게 사랑의 마음을 없애는 납 화살을 쏘고, 아폴론에게는 사랑의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금 화살을 쏘아 복수한다. 사랑의 화살은 어른이나 아이에게나 언제고 ‘위험한 장난감’처럼 느껴진다.

정지용 작 <향수>의‘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립어 /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든 곳’대목에선 아름다운 꿈과 신비로 가득 찬 유년의 회상이 이제는 이영 돌이킬 수 없는 시위를 벗어난 화살처럼 애타게 그려져 있다.

 

『화살나무』는 쏜 화살의 어린 꽁지깃 같고 또 착한 아내의 가르맛자리 참빗 같은 나무이다.

『화살나무』의 잎은 구기자나무처럼 연둣빛으로 유난히 부드럽다.

 

 봄에 새순을 따서 나물로 무쳐먹는데 그 맛이 여간 상큼하지 않다. 노랑배허리노린재도 노박덩굴과를 좋아하여 이 나무에 와서 먹고 자고 짝짓기를 한다. 곤충들은 기주식물을 인지하는 화학감각에 따라 먹이식물이 따로 있는 편식가이다.

같은 노린재라 하더라도 두쌍무늬노린재는 개암나무를, 십자가무늬노린재는 박주가리, 쑥, 원추리를 즐긴다. 이를 기주특이성이라 하는데 한여름 울타리에서 무언가 야릇하여 다가가보니 이것들의 성체가 줄기와 잎사귀에 바글바글하였다. 건들어도 잘 도망치지 않은 걸보면 종을 잇는 사랑노름이 역시 ‘위험한 장난’ 수위를 넘어선 것으로 보였다. 

‘귀신을 쏘는 화살’이란 뜻의 「귀전우(鬼箭羽: 약명)」와 ‘창을 막는다.’는 뜻의 「위모(衛矛)」 같은 한자이름은 이 나무의 특이한 약성을 반영하고 있다.

<동의학사전>에서 ‘맛은 쓰고 성질은 차며 간경에 작용한다.’하였으며, 민간에서는 어혈을 없애며 생리를 잘 통하게 하는 약으로 썼다. 도가(道家)에서는 신병(神病), 놀라서 생긴 병, 광증, 상기증 등에 사용해왔으며 열매를 고약으로 만들어 피부병 치료에 쓰기도 하였다. 약리실험에서 이 식물의 주요성분인 싱아초산나트륨은  인슐린 분비를 늘리고 혈당량을 낮추는 작용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심박동이상, 진정작용, 혈압강하작용, 관상동맥혈류량 증가, 장관수축작용 등이 보고되었다.

아폴론에게 상사병을 안겨준 큐피드의‘위험한’화살이 아니라, 화살나무의 살은 그리움의 불면증과 짝사랑의 가위눌림과, 실연의 어긋난 심박동을 진정시키는‘안전한’고향 같은 화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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