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김종대, 이하 보험공단)이 새해벽두부터 ‘담배소송’을 이슈화 시키며 흡연피해에 대한 여론몰이에 나섰다.

최근 각종 언론과 인터넷 토론방 등에서는 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흡연피해에 따른 진료비 환수청구소송(담배소송)’을 소송을 제기하기로 한 것에 대한 연일 뜨거운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건강보험공단 나주지사 고재철 지사장이 직접 나서 흡연으로 인한 실제 피해규모가 어느 정도고, 왜 금연을 해야 하는지 홍보에 적극 팔을 걷어붙였다. 담배에 대한 불편한 진실, 10회에 걸쳐 살펴본다. / 편집자주

 

 

우리나라는 그동안 3건 정도의 담배관련 소송이 제기되어 있는데, 우선 1999년도에 흡연피해자 6명 등이 제기한 소송이 있다. 원고가 흡연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증명하지 못해 1심, 2심 모두 패소하여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2005년에는 폐암으로 사망한 경찰공무원 유족이 담배소송을 제기했다. 이 담배소송의 애초 시작은 공무원연금에서부터다.

 

공무원연금공단이 폐암의 원인이 과로가 아니라 흡연이기 때문에 공무원연금에서 보상을 해줄 수 없다고 해서 유족들이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에 대해 법원이 공무원연금공단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즉 법원이 폐암의 원인으로 흡연을 지목한 것.

그러자 유족들은 담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법원은 유족들에게 패소 판결을 하였다. 저 쪽 법원에서는 폐암의 원인이 담배라고 했는데, 이 쪽 법원에서는 담배(회사)가 폐암에 책임이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현재 이 사건은 고등법원에 계류(서울고등법원 2012나19880 손해배상) 중이다.

이상 세 건의 담배소송에서 우리나라 법원 판결의 요지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담배를 ‘결함있는 제조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담배에 유해성분이 추가되었다거나, 자발적 금연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로 의존증이 강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둘째, 담배의 ‘제조상 하자’가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니코틴을 감소시킬 수 있는 대체설계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인데, 즉 기술적 한계, 안전성, 경제성 등의 문제로 담배의 니코틴 함유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셋째, 담배회사가 흡연의 위험성에 대하여 담뱃갑에 계속적으로 경고 표시를 해 온 이상, ‘표시상의 결함’을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넷째, 담배회사 등이 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정보를 은폐하거나 속인 사실, 그밖에 니코틴 조작이나 흡연 조장 등의 ‘위법행위’를 한 사실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요약하면, 담배는 결함 있는 제조물이 아니며, 제조상 하자도 있지 않으며, 표시상의 결함도 없으며, 위법행위도 없었기 때문에 담배로 인한 폐해에 대한 손해배상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판결 요지를 자세히 보면, 법원은 아직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에 대해 적극적인 판단을 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오히려 담배라는 제조물이 결함이 있는지, 담배(제조물)를 만들면서 소비자를 속인 위법행위가 있는지 등에 대한 판단을 주로 하고 있는 것 같다.

만일 법원이 ‘흡연과 폐암의 인과성’을 좀 더 주목하게 된다면, 이후 재판 결과는 달라질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작년 10월 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연구보고서(「건강보장재원 확보를 위한 건강위험요인 부담금 부과 방안」이선미 등)와, 지난 8월 27일 개최한 정책세미나(「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한 흡연의 건강영향 분석 및 의료비 부담」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지선하교수)에서 발표한 연구결과가 이를 위한 근거자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위 세 건의 담배소송은 모두 건강보험공단의 연구결과가 세상에 나오기 전의 판결이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담배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변호사가, 공단이 흡연 피해의 객관적인 자료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담배소송에 나서지 않는다면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말한 것이 아닌가 싶다.

1999년에 제기한 두 건의 담배소송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만일 대법원에서도 하급심과 같은 판단을 한다면, 담배회사들은 담배 판매로 인하여 엄청난 수익을 올리면서도, 담배로 인하여 발생하는 피해에는 면죄부를 얻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상 세 건의 국내 담배소송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얻게 된다.

첫째, 담배 소송은 개인이 아닌 주(州)정부 같은 공공기관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대한 담배 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은 비용도 많이 들고 지난한 법적 공방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소송을 할 수 있는 공공기관은 미국과 캐나다의 주(州)정부처럼 ‘의료비용을 지불한 기관’이어야 한다.

둘째, 우리 법원은 ‘흡연과 폐암의 인과성’에 대한 판단이 아닌, ‘담배(제조물)의 결함과 제조과정에서의 위법성’에 대해 판단을 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다. 앞으로 인과성에 좀 더 주목한다면 이후 재판결과는 달라 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 긍정적이고, 법원으로서는 지금까지의 입장을 바꿀만한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다는 것이 부정적이다.

셋째, 법원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계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

법의 테두리에서 판단을 하는 법원 입장에서 가장 확실한 계기는 ‘법률’일 것이다.

미국 플로리다주와 캐나다처럼 담배로 인하여 발생한 의료비용에 대하여 비용 부담자가 직접 담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고, 통계적 자료만으로도 손해 및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는 내용의 ‘담배소송법’이 마련된다면 가장 명확한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공단이 작년과 올 해 세상에 내놓은 두 건의 연구결과, 그것도 계기가 될 수 있을까?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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