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애라/이화독서회(나주공공도서관)
밀란쿤데라 작품 [불멸/민음사,550p]은 전집 7권째에 해당하는 소설이다.

작품 속 인물과 작가의 만남, 소설 안팍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대담한 서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불멸을 향한 인간의 헛된 욕망과 그 불멸로 인해 더욱 깊어지는 고독을 그린다.

소설을 읽다 보면 난수표의 숫자들을 연결하듯 해서 집중해도 의미가 쉽게 정리되지 않지만 밀란쿤데라는 이 소설에서 자신의 목소리로 독자들에게 자신만의 철학과 소설관을 들려주고 있다.

소설 속 7편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독립된 단편소설처럼 읽히기 시작하고 어디선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작품의 큰 줄기는 작가가 직접 화자로 등장하여 이야기를 끌고 간다는 것이다. 현대 파리의 헬스클럽 실내수영장 앞에서 아베나리우스교수를 기다리다가 우연히 마주친 예순 근처의 부인으로부터 아네스라는 가상의 인물을 창조하고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인물들을 하나 둘 등장시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이야기는 아네스와 남편 폴, 아네스의 동생 로라와 그녀의 애인 베르나르 베르트랑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그 사이에는 괴테의 주변을 끊임없이 돌고 있는 베티나로 인하여 벌어지는 사건사고를 그리고 있다.

저자는 [불멸]의 의미를 괴테의 말을 빌어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괴테가 말하는 불멸은 영혼불멸에 대한 믿음과는 상관이 없다. 사후에도 후세의 기억 속에 살아남는 자들의 세속적인 불멸이다.

쿤데라는 작품중간에 사후세계에서 괴테와 헤밍웨이가 만나 불멸의 존재가 된 사람이 세인의 갑론을박으로 얼마나 불편한지 따지기도 한다. 작품 속 예순 두 살의 괴테는 지적이며 야심찬 스물여섯 살 베티나를 만난다.

베티나는 끊임없이 괴테 주위를 맴돌며 자신의 존재를 그에게 각인한다.

하지만 베티나의 사랑은 괴테를 향한 사랑이 아니라 불멸을 향한 갈구다.

자신에게 죽음, 즉 불멸이 다가와 있음을 느낀 괴테는 베티나의 욕망을 눈치채나 눈앞의 쾌락을 포기하고 그녀를 멀리한다. 하지만 결국 베티나는 괴테의 젊은 연인으로 영원히 역사에 기록된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다양한 역사적 인물을 등장시켜 괴테와 베티나의 관계을 분명하게 하려는 듯 보인다.

다음은 작품속에 수록된 마음에 남은 문구들이다.

이 세상에 나의 흔적을 조금이라도 간직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도대체 난 왜 산거지?

내가 그의 머릿속에 살고 그의 안에 살아 있다는 것. 내게 있어 진정한 삶이란 다른 누군가의 생각 속에 살아 있는 것.. 진정한 사랑이란 관계-사랑이 아니라 감정-사랑이다. 어떤 천상의 손길이 인간의 영혼에 피우는 불꽃.. 사랑하는 이가 손에 들고 온갖 것으로 변신하면서 애인을 찾는 횃불 같은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삶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불멸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다.

아마 우리는 왜 그리고 어떤점에서 우리가 타인에게 거스리는지, 우리의 어떤점이 그들에게 호감을 주며 어떤점이 우스꽝스럽게 보이는지 영원히 알지 못할 것이다 우리 자신의 이미지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큰 미스터리인 것이다.

작가는 여러사건의 예를 들어 불멸에 대해 말하고 있다. 간혹 어떤 한 개인이나 역사적 인물이 누군가에게는 불멸로 존재한다는 것은 어느 순간의 행동이나 표정, 말들이 불멸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진실이든 오판이든 상대에게 한 번 각인된 것들은 ‘불멸’이라는 이름을 얻고 그들의 기억 속에 남는다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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